업그레이드로 고객에게 계속해서 '가치 있는 경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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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LG전자, ‘LG UP(업) 가전’으로 고객 경험 바꿔
제품 쓰다가 새로 필요한 기능을 SW 업데이트
테슬라처럼 SW 업그레이드 구독서비스 가능성도
LG전자, ‘LG UP(업) 가전’으로 고객 경험 바꿔
제품 쓰다가 새로 필요한 기능을 SW 업데이트
테슬라처럼 SW 업그레이드 구독서비스 가능성도
최근 가전업계의 최대 화두는 ‘생태계’다. 애플의 아이폰과 맥북, 아이워치 등을 사용하며 애플 생태계에 한번 발 들인 소비자는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애플 제품을 사게 되는 것처럼 가전제품도 기기 간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마케팅 기법이다.
LG전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기기 간 연결성에 더해 제품별 업그레이드를 통해 소비자를 LG 생태계 안에 잡아두려고 하고 있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IT(정보기술) 제품,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전기차 등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고객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가전제품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UP 가전(업 가전)’을 업계 새로운 화두로 제시하며 가전 시장의 또 다른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황 1 다양해지는 고객 니즈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생활 패턴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늘었고, 운동 등 취미생활의 종류도 많아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과 운동량이 많은 집의 라이프 스타일은 다를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은 세탁과 청소 등에서 털 관리가 필수다. 반면 운동량이 많은 집은 옷에 베인 땀 얼룩을 어떻게 잘 빼는지가 관건이다. 가전을 구매할 때 다른 기능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LG전자가 올해 초 공개한 ‘LG UP(업) 가전’은 이같은 고객 니즈를 반영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부사장)은 “고객은 제품 구매자가 아니라 사용자”라며 “가전을 판매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수시로 업그레이드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 UP 가전을 구매하면 제품을 쓰다가 따로 필요한 기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부품 구매를 통해 추가할 수 있다. 가령 반려동물이 없던 소비자가 동물을 키우게 되면 기존에 쓰던 건조기 등의 제품에 펫 알레르기 물질을 잡아주는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추가하는 게 가능하다. 이 밖에 밤에만 냉장고 조명 밝기를 낮추거나 건조기의 건조 단계를 세분화하는 등 크고 작은 가전 기능을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상황 2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
LG전자는 LG UP 가전을 통해 소비자의 경험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박희욱 LG전자 H&A CX(고객경험) 담당(전무)은 “가전을 구입한 지 6개월만 지나도 구형이 되는 건 이제 옛말”이라며 “수시로 내놓는 신기능을 추가하는 식으로 기존 가전도 새 제품처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언뜻 생각하면 가전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면 가전 교체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가전업체에 손해가 될 수도 있다. 현재 LG전자는 무료로 가전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LG전자가 향후 테슬라처럼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구조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LG전자가 이같은 계획을 밝힌 바는 없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해 7월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월 199달러에 제공하는 구독서비스를 출시했다. 원래 테슬라는 자율주행기술을 자동차 옵션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 옵션이 1000만원에 가까울 정도로 고가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아예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서비스로 바꿔버렸다.
소비자가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자율주행 기술 구독서비스에 가입하면 향후 자율주행기술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받을 수 있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관계자들이 UP 가전 출시 전에 수차례 테슬라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LG전자의 UP가전이 코로나19에 따른 펜트업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본다. 보복적인 소비로 코로나19 기간에 가전 소비에 집중했던 소비자들이 이제 눈길을 해외여행과 다른 취미 생활 등으로 돌리면서 가전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여력이 줄고 있는 것도 소비자들에겐 부담이다.
LG전자가 ‘가전 업그레이드’라는 솔루션을 제시한 것은 펜트업 수요가 주춤하는 사이 충성고객 확보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미 최근 1~2년 사이 가전을 교체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5~6년간 신규 교체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서다.상황 3 업그레이드 위한 취향 파악
LG전자는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소비자를 사용경험 단위로 분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나이 성별 지역 등을 기준으로 구분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비자의 가치관이나 습관 등을 반영해 LG 업(UP) 가전의 기능을 개발하고, ‘씽큐앱’으로 기능도 추천해 줄 방침이다. 환경에 관심 있는 소비자에게는 저전력 모드를 권하는 식이다.
LG전자는 소비자 생활 패턴과 취향을 분석해 성향별로 카테고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성격 유형 테스트인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와 비슷한 고객 성향 분석 툴을 개발 중이다.
LG전자는 2019년 40명 수준이었던 고객 자문단을 꾸준히 늘려 지난해 100명 이상으로 증원했다. “밤에 냉장고를 열었을 때 조명이 너무 눈부시다” “가전제품 알림음이 다 똑같아서 어떤 기기가 끝난 건지 알기 어렵다” 등과 같은 의견이 여기서 나왔다.
야간에는 냉장고 불 밝기를 낮춰주는 기능, 기기별 알림음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된 배경이다. LG전자는 소비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수요를 알아내기 위해 LG 씽큐앱 사용 데이터도 수시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고객 자문단 수도 40명 이상 증원할 계획이다.
현재 LG UP 가전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은 12개다. LG전자는 수년 내 기능 수를 수백 가지로 늘리고, UP 가전 범위도 모든 품목으로 늘릴 예정이다.
LG전자는 최근 ‘고객 경험’을 집대성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LG전자는 최근 임직원 가족과 지인을 대상으로 집안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모했다. 에피소드 공모는 LG전자 사내 게시판에서 진행 중이다. 공모 주제는 ‘집안에서 겪은 일’이다. 집에서 특이한 숟가락이나 마그넷 등 나만의 컬렉션을 모으는 사례부터 ‘집에서 이렇게까지 놀아봤다’는 에피소드, 홈짐이나 홈시어터처럼 집에 특별한 공간을 두고 이용한 경험 등을 모았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객도 모르는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는 게 궁극적인 목표”며 “참신한 경험을 모아 분석하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 UP가전도 고객이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한다는 관점에서 기획됐다. 독보적인 생활가전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이 익숙한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늘 새 제품을 사용하는 듯한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UP가전이 LG전자의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되더라도 그 바탕엔 고객 경험이라는 철학이 바탕이 돼 있는 것”이라며 “결국은 소비자의 니즈와 페인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내는게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분석했다.
박신영 기자
□ 천성용 단국대 교수
가전 업체의 ‘생태계 구축’을 마케팅 측면에서 바라보면 결국 소비자의 “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높여 “록인효과(lock-in effect)”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방 안에 들어와 문을 걸어 잠그면 못 나가는 것처럼, 이미 하나의 제품, 서비스에 고착화된 소비자들은 쉽게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지 못한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록인효과라고 부른다.
사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바꾸지 못하는 것은 모두 록인의 결과이다. 새롭게 바꾸면 장기적으로 더 생산적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익숙함을 버리지 못해, 혹은 단기적인 추가 비용을 부담하기 싫어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때가 많다.
디지털 시대의 록인효과는 더욱 강력하다. 컴퓨터, 스마트폰, 가전제품과 같이 상호 보완적인 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하나의 브랜드 내에서 모든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할 때가 많다. 하나의 생태계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특정 브랜드에 록인되어 다른 생태계로 전환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LG전자의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록인을 유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록인의 핵심은 결국 소비자의 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높이는 것이다. LG전자가 추구하는 ‘UP 가전’은 제품 업그레이드를 통해 매번 새로운 제품을 구매할 필요를 낮춤으로써 소비자의 재무적 전환비용(financial switching cost)을 높인다. 만약 다른 브랜드로 전환할 경우 비싼 구매 비용, 즉 높은 재무적 전환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또한 소비자의 절차적 전환비용(procedural switching cost)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LG전자 제품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매번 새로운 기기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 학습 비용, 셋업 비용 등의 수고가 줄어든다. 만약 다른 브랜드로 전환할 경우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심리적 비용, 즉 높은 절차적 전환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꾸준한 업그레이드는 LG 브랜드와의 관계적 전환비용(relational switching cost)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 브랜드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서비스 센터의 직원 혹은 해당 브랜드와 심리적인 애착이 형성되어 그 관계를 쉽게 단절하지 못한다. 만약 다른 브랜드로 전환할 경우 모든 관계를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비용, 즉 높은 관계적 전환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처럼 소비자의 록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전환비용 관점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핵심은 자사 고객의 전환비용을 최대한 높여 경쟁사로의 이탈을 방지하는 한편, 타사 고객의 전환비용은 최대한 낮춰 자사의 새로운 고객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보호 주장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래서 제품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은 이제 기본이 됐다. 한 발 더 나아가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재사용, 재활용을 넘어 디자인을 바꾸거나 새로운 활용 방법을 제안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아디다스 운동화 ‘울트라부스트 팔리’, 버려진 천막, 자동차 방수포, 자전거 튜브 등으로 제작된 스위스 프라이탁의 가방 등이 업사이클링의 대표적 사례다.
국내에서는 코오롱FnC가 2012년에 내놓은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가 유명하다. 래코드는 3년 이상된 재고 의류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LG전자 UP(업) 가전’은 업사이클링과 닮았다. 기존 가전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해 제품의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손쉽게 추가할 수 있다면 해당 제품을 좀 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을테니 친환경적이다.
다만, 그럴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가전제품 교체주기가 길어져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케이스스터디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테슬라같은 유료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대안으로 삼을 수 있을 듯 싶다.
LG전자는 ‘UP 가전’이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늘 새 제품을 사용하는 듯한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혁신적인 고객경험은 구매한 지 오래된 가전제품에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자기표현 단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이 긍정적으로 보여지기를 원하고, 그래서 자기를 표현하려 한다.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단서(self-expressive cues)를 공개하는 대표적인 공간이 SNS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SNS에 다양한 자기표현 단서를 공개한다.
업사이클링 관련 소비자 인식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자기표현 단서가 주어지는 경우에 업사이클링 같은 친환경 제품에 대해 긍정적 구매의도를 갖는다. 소비자들이 ‘UP 가전’을 자기표현 단서로 활용할 수 있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면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LG전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기기 간 연결성에 더해 제품별 업그레이드를 통해 소비자를 LG 생태계 안에 잡아두려고 하고 있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IT(정보기술) 제품,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전기차 등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고객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가전제품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UP 가전(업 가전)’을 업계 새로운 화두로 제시하며 가전 시장의 또 다른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황 1 다양해지는 고객 니즈
도전 1 고객 취향에 맞춘 가전 개발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생활 패턴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늘었고, 운동 등 취미생활의 종류도 많아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과 운동량이 많은 집의 라이프 스타일은 다를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은 세탁과 청소 등에서 털 관리가 필수다. 반면 운동량이 많은 집은 옷에 베인 땀 얼룩을 어떻게 잘 빼는지가 관건이다. 가전을 구매할 때 다른 기능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LG전자가 올해 초 공개한 ‘LG UP(업) 가전’은 이같은 고객 니즈를 반영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부사장)은 “고객은 제품 구매자가 아니라 사용자”라며 “가전을 판매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수시로 업그레이드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 UP 가전을 구매하면 제품을 쓰다가 따로 필요한 기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부품 구매를 통해 추가할 수 있다. 가령 반려동물이 없던 소비자가 동물을 키우게 되면 기존에 쓰던 건조기 등의 제품에 펫 알레르기 물질을 잡아주는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추가하는 게 가능하다. 이 밖에 밤에만 냉장고 조명 밝기를 낮추거나 건조기의 건조 단계를 세분화하는 등 크고 작은 가전 기능을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상황 2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
도전 2 테슬라처럼 업그레이드로 승부
LG전자는 LG UP 가전을 통해 소비자의 경험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박희욱 LG전자 H&A CX(고객경험) 담당(전무)은 “가전을 구입한 지 6개월만 지나도 구형이 되는 건 이제 옛말”이라며 “수시로 내놓는 신기능을 추가하는 식으로 기존 가전도 새 제품처럼 쓸 수 있다”고 말했다.사실 언뜻 생각하면 가전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면 가전 교체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가전업체에 손해가 될 수도 있다. 현재 LG전자는 무료로 가전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LG전자가 향후 테슬라처럼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구조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LG전자가 이같은 계획을 밝힌 바는 없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해 7월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월 199달러에 제공하는 구독서비스를 출시했다. 원래 테슬라는 자율주행기술을 자동차 옵션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 옵션이 1000만원에 가까울 정도로 고가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아예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서비스로 바꿔버렸다.
소비자가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자율주행 기술 구독서비스에 가입하면 향후 자율주행기술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받을 수 있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관계자들이 UP 가전 출시 전에 수차례 테슬라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LG전자의 UP가전이 코로나19에 따른 펜트업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본다. 보복적인 소비로 코로나19 기간에 가전 소비에 집중했던 소비자들이 이제 눈길을 해외여행과 다른 취미 생활 등으로 돌리면서 가전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여력이 줄고 있는 것도 소비자들에겐 부담이다.
LG전자가 ‘가전 업그레이드’라는 솔루션을 제시한 것은 펜트업 수요가 주춤하는 사이 충성고객 확보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미 최근 1~2년 사이 가전을 교체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5~6년간 신규 교체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서다.
상황 3 업그레이드 위한 취향 파악
도전 3 고객 성향 분석 툴 개발
LG전자는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소비자를 사용경험 단위로 분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나이 성별 지역 등을 기준으로 구분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비자의 가치관이나 습관 등을 반영해 LG 업(UP) 가전의 기능을 개발하고, ‘씽큐앱’으로 기능도 추천해 줄 방침이다. 환경에 관심 있는 소비자에게는 저전력 모드를 권하는 식이다.LG전자는 소비자 생활 패턴과 취향을 분석해 성향별로 카테고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성격 유형 테스트인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와 비슷한 고객 성향 분석 툴을 개발 중이다.
LG전자는 2019년 40명 수준이었던 고객 자문단을 꾸준히 늘려 지난해 100명 이상으로 증원했다. “밤에 냉장고를 열었을 때 조명이 너무 눈부시다” “가전제품 알림음이 다 똑같아서 어떤 기기가 끝난 건지 알기 어렵다” 등과 같은 의견이 여기서 나왔다.
야간에는 냉장고 불 밝기를 낮춰주는 기능, 기기별 알림음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된 배경이다. LG전자는 소비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수요를 알아내기 위해 LG 씽큐앱 사용 데이터도 수시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고객 자문단 수도 40명 이상 증원할 계획이다.
현재 LG UP 가전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은 12개다. LG전자는 수년 내 기능 수를 수백 가지로 늘리고, UP 가전 범위도 모든 품목으로 늘릴 예정이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LG전자가 UP가전을 출시할 수 있었던 데는 구광모 LG 회장의 의지가 컸다는 후문이다. 구 회장은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선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사용하기 전과 후의 경험이 달라졌을 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느꼈을 때 만들어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LG전자는 최근 ‘고객 경험’을 집대성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LG전자는 최근 임직원 가족과 지인을 대상으로 집안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모했다. 에피소드 공모는 LG전자 사내 게시판에서 진행 중이다. 공모 주제는 ‘집안에서 겪은 일’이다. 집에서 특이한 숟가락이나 마그넷 등 나만의 컬렉션을 모으는 사례부터 ‘집에서 이렇게까지 놀아봤다’는 에피소드, 홈짐이나 홈시어터처럼 집에 특별한 공간을 두고 이용한 경험 등을 모았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객도 모르는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는 게 궁극적인 목표”며 “참신한 경험을 모아 분석하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 UP가전도 고객이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한다는 관점에서 기획됐다. 독보적인 생활가전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이 익숙한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늘 새 제품을 사용하는 듯한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UP가전이 LG전자의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되더라도 그 바탕엔 고객 경험이라는 철학이 바탕이 돼 있는 것”이라며 “결국은 소비자의 니즈와 페인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내는게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분석했다.
박신영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가전 업체의 ‘생태계 구축’을 마케팅 측면에서 바라보면 결국 소비자의 “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높여 “록인효과(lock-in effect)”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방 안에 들어와 문을 걸어 잠그면 못 나가는 것처럼, 이미 하나의 제품, 서비스에 고착화된 소비자들은 쉽게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지 못한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록인효과라고 부른다.
사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바꾸지 못하는 것은 모두 록인의 결과이다. 새롭게 바꾸면 장기적으로 더 생산적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익숙함을 버리지 못해, 혹은 단기적인 추가 비용을 부담하기 싫어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때가 많다.
디지털 시대의 록인효과는 더욱 강력하다. 컴퓨터, 스마트폰, 가전제품과 같이 상호 보완적인 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하나의 브랜드 내에서 모든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할 때가 많다. 하나의 생태계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특정 브랜드에 록인되어 다른 생태계로 전환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LG전자의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록인을 유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록인의 핵심은 결국 소비자의 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높이는 것이다. LG전자가 추구하는 ‘UP 가전’은 제품 업그레이드를 통해 매번 새로운 제품을 구매할 필요를 낮춤으로써 소비자의 재무적 전환비용(financial switching cost)을 높인다. 만약 다른 브랜드로 전환할 경우 비싼 구매 비용, 즉 높은 재무적 전환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또한 소비자의 절차적 전환비용(procedural switching cost)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LG전자 제품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매번 새로운 기기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 학습 비용, 셋업 비용 등의 수고가 줄어든다. 만약 다른 브랜드로 전환할 경우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심리적 비용, 즉 높은 절차적 전환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꾸준한 업그레이드는 LG 브랜드와의 관계적 전환비용(relational switching cost)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 브랜드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서비스 센터의 직원 혹은 해당 브랜드와 심리적인 애착이 형성되어 그 관계를 쉽게 단절하지 못한다. 만약 다른 브랜드로 전환할 경우 모든 관계를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비용, 즉 높은 관계적 전환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처럼 소비자의 록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전환비용 관점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핵심은 자사 고객의 전환비용을 최대한 높여 경쟁사로의 이탈을 방지하는 한편, 타사 고객의 전환비용은 최대한 낮춰 자사의 새로운 고객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보호 주장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래서 제품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은 이제 기본이 됐다. 한 발 더 나아가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재사용, 재활용을 넘어 디자인을 바꾸거나 새로운 활용 방법을 제안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아디다스 운동화 ‘울트라부스트 팔리’, 버려진 천막, 자동차 방수포, 자전거 튜브 등으로 제작된 스위스 프라이탁의 가방 등이 업사이클링의 대표적 사례다.
국내에서는 코오롱FnC가 2012년에 내놓은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가 유명하다. 래코드는 3년 이상된 재고 의류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LG전자 UP(업) 가전’은 업사이클링과 닮았다. 기존 가전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해 제품의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손쉽게 추가할 수 있다면 해당 제품을 좀 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을테니 친환경적이다.
다만, 그럴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가전제품 교체주기가 길어져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케이스스터디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테슬라같은 유료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대안으로 삼을 수 있을 듯 싶다.
LG전자는 ‘UP 가전’이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늘 새 제품을 사용하는 듯한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혁신적인 고객경험은 구매한 지 오래된 가전제품에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자기표현 단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이 긍정적으로 보여지기를 원하고, 그래서 자기를 표현하려 한다.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단서(self-expressive cues)를 공개하는 대표적인 공간이 SNS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SNS에 다양한 자기표현 단서를 공개한다.
업사이클링 관련 소비자 인식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자기표현 단서가 주어지는 경우에 업사이클링 같은 친환경 제품에 대해 긍정적 구매의도를 갖는다. 소비자들이 ‘UP 가전’을 자기표현 단서로 활용할 수 있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면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