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별명에서 '세이지' 따고
숲의 집 뜻하는 '우드' 붙여 완성
그러니 골프장 짓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보통 땅에 골프장을 짓는 것에 비해 돈이 많이 들고 공사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것도 골프장 입지로는 별로였다.
이런 땅에 골프장을 짓자고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사진)이다. 멋진 풍광과 도전적인 코스가 있는 골프장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었다. 미래에셋은 일단 괘석리 일대를 사들여 ‘멋진 풍광’부터 확보했다. 그러고는 이곳에 ‘도전적인 코스’를 담기 위해 ‘잭 니클라우스 디자인팀’에 설계를 맡겼다.
공사 기간에 딱 한 번 현장을 찾은 박 회장은 설계팀과 공사 관계자들에게 “풍광만 잘 살려달라”는 말만 남겼다. ‘전문가도 아니면서 이것저것 간섭했다간 배가 산으로 간다’는 박 회장의 지론을 골프장 건설에도 넣은 것이다. 니클라우스는 ‘원격 감리’를 통해 자신의 코스 설계 철학을 반영했다. 국내 골프업계에서 30년 이상 몸담은 한 대기업 소유 골프장의 지배인이 완성된 세이지우드CC홍천을 돌아본 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투자 전문가라더니 어떻게 이런 보석 같은 땅을 찾아 골프장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박 회장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언제나 이 골프장을 찾는다고 한다. 평소엔 한 달에 한 번 정도 온다고. 2015년 대우증권을 2조4500억원 들여 인수하기 전에도 세이지우드CC홍천 페어웨이를 하염없이 거닐었다고 한다. 대우증권을 손에 넣은 뒤에도 다시 찾았다. 골프장 곳곳에 박 회장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홍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