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쌓이고 주택거래 위축
수도권 해제 목소리 높았지만
과열 우려 적은 지방 '핀셋' 조정
"세종은 청약 경쟁률 아직 높아"
대구 수성·대전 정비사업 '숨통'
"시장 반전시키기엔 부족할 듯"
침체 장기화 지방 17곳 규제 해제
국토교통부는 30일 지방 17곳의 투기과열 및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하면서 수도권과 세종시는 그대로 규제지역으로 남겨뒀다. 당초 세종시도 규제해제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여전히 높은 청약경쟁률을 고려할 때 잠재적 매수세가 유지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대상에서 제외했다.수도권에선 아파트가 없음에도 해당 시·군·구가 일괄 지정되는 바람에 피해를 본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동·대부남동·대부북동·선감동·풍도동과 인근 화성시 서신면(제부도) 등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이날 결정으로 투기과열지구는 49곳에서 43곳으로, 조정대상지역은 112곳에서 101곳으로 축소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다수 지역에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거나 하락으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분간 규제지역을 유지하고 시장 상황을 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규제 해제를 요청한 울산 남구와 경기 양주·파주·김포시, 충북 청주시, 전북 전주시 등은 이번 규제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지역 해제를 위해선 최근 가격 상승률을 중요하게 보는데 지방 중소도시는 뒤늦게 오르는 추세가 나타나 이번 조정에선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의위원회에 참여한 민간위원들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원회에 참석한 한 민간위원은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으로 대출 규제도 강화되는 등 주택시장 안정 요인이 있는 만큼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고 있는 지방 일부 지역은 규제 강도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규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올 하반기 지역별 주택시장 상황을 자세히 지켜보고 필요하면 연말 이전에라도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날 해제에서 제외된 지방 중소도시 규제 지역을 추가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승 반전 동력으로는 부족”
이날 규제 지역에서 해제된 지역은 오는 5일 이후엔 주택시장의 청약·보유·거래 전반을 제약했던 각종 족쇄에서 자유로워진다. 규제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규제 지역에서 해제되면 거래세와 소득세, 보유세, 정비사업 지위양도 제한 등 관련 규제 완화 효과로 세 부담이 한층 경감된다. 매물 유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특히 전매제한, 재당첨 제한, 가계대출 등의 규제가 풀려 청약과 주택구입 때 여신 부담이 낮아지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이번 규제지역 해제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 매각을 원하는 이들이 집을 팔 출구와 퇴로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에 규제 완화 신호를 주면서도 수도권·부산 등의 집값 과열은 막을 수 있도록 ‘핀셋’ 완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와 대전 등 부동산 시장 침체 속도가 가파른 지역의 거래 숨통은 터주겠지만 집값 자극은 사전에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이날 “규제지역 해제는 분양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번에 규제 지역에서 벗어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그간 쌓인 미분양 물량이나 적체 물량이 해소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장을 반전시킬 만한 상승 동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역시 “대구 수성이나 대전 지역은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도 “제한적으로 규제지역을 해제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