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은행 '적정 이자마진', 누가 결정하나
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엔 과도한 이자 장사가 ‘죄목’이다. 금리 상승기에 국민은 이자 부담으로 허리가 휘는데 은행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출금리가 1년도 채 안 돼 2%포인트 이상 치솟자 “이자 폭탄”이란 불만이 터져 나오고 그 화살이 은행에 쏠린 것이다.

대통령과 금융감독원장이 한목소리로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를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며칠 후 시중은행들이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4~0.6%포인트 내리기 시작했다. 당국의 한마디에 시중금리가 이렇게 움직인 것은 근래 보기 드문 광경이다. ‘관치금융’이 아직 살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여론도 반기는 분위기다. 영끌·빚투족과 다중채무·자영업자의 고통을 분담하자는 선의에 누가 반대 목소리를 내겠는가. 올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들도 감히 토를 달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적한 ‘과도한 이익 추구’의 잣대는 예대마진일 것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 차(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는 지난해 1.81%포인트에서 올 1분기 1.93%포인트로 커졌다.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다.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 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가계대출의 80%는 시장금리 변동에 대출금리가 연동되는 변동금리형인 데 비해 예금금리(1년 만기가 주류)는 시차를 두고 오르기 때문이다. 둘째는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집값을 잡기 위해 돈줄을 죄면서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시행했다. 은행들은 대출을 일시 중단하거나,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디마케팅 차원에서 우대금리를 폐지하고 가산금리를 대폭 높였다. 당국의 묵인 아래 이뤄진 금리 인상이었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2013년 2.31%포인트에서 2019년 1.95%포인트, 지난해 1.81%포인트로 낮아지는 흐름이다. 시장금리 하향 추세와 인터넷은행 출범 등으로 대출 경쟁이 심화한 영향이다. 그런데 은행의 이자이익은 2013년 35조원(당기순이익 4조5000억원), 2019년 41조원(13조9000억원), 지난해 46조원(16조9000억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자 마진이 박해졌음에도 전체 이자수익이 늘어난 것은 대출자산이 증가(2013년 1165조원→지난해 2046조원)했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유동성 공급이 증가했을 뿐 폭리를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당국의 금리 압박은 집값을 잡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올려놓은 가산금리를 ‘정상화’하는 데서 그쳐야 한다. 이를 넘어 ‘적정 이자마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명백한 시장 개입이다. 가격 통제는 시장을 왜곡해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키고, 금융시장의 안정성까지 위협한다.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 저신용자들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2금융권으로 밀려날 수 있다. 이자 부담으로 파산하거나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은 사회안전망과 복지 체계 틀 안에서 보듬으면 될 것이다.

은행들이 예대금리 차를 월별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방안도 반시장적 성격이 강하다. 은행을 줄 세워 누가 더 탐욕적인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인데 그것으로 좋은 은행인지, 나쁜 은행인지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대마진은 은행업의 본질이다. 지난 4월 대형 은행들이 수천억원의 기부금을 약속하며 서울시 금고 유치 경쟁을 벌였다. 48조원 규모의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함으로써 조달금리를 낮춰 예대마진을 높이기 위한 영업 경쟁이었다. 예대마진 격차는 경쟁의 결과물이지, 누구는 폭리를 취하고 누구는 따뜻한 금융을 표방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적정 예대마진이 당국의 머릿속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