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사 간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해 최저임금을 강제한다는 점은 똑같지만 그 수준이나 실행 방식은 제각각이다.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는 상여금이나 숙식비, 교통편의 등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시킨다. 미국과 캐나다는 주별 연령별로, 일본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차등화한다.
한국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현금 지급·차등 적용 금지(첫해만 제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경직된 제도는 항상 뒤탈을 낳는다. 그제 2023년도 최저임금 발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최저임금위는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5.0% 인상된 시간당 9620원(월 환산액 201만580원)을 발표했다. 지난해(5.1%)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노사 모두 불만이다. 노동계는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며 하투(夏鬪)의 쟁점으로 삼을 태세다. 사측은 더 불만이다. 지난 5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이 물가의 4배에 달했고, 유례없는 복합 경제위기 국면이라는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급능력이 취약한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울상이다.
눈총은 공익위원들(9명)로 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주도해 왔다. 노사 위원들(각 9명) 의견이 팽팽할 때 이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전부 중립적인 교수나 연구원 등 전문가들이라지만 행태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초기 때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 압박에 2년 연속 16.4%, 10.9% 인상을 결정하며 가속페달을 밟기도 했다. 이번엔 적당히 노사 간 요구안의 중간값을 면피성으로 채택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위 27명 가운데 18명(공익·노동계 위원)이 모두 월급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월급 주는 사람들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렸으면 이런 결과를 내놓지 못했을 것입니다”(경영계 인사)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더욱이 최저임금을 지역·업종별로 차등화하자는 요구를 수년째 묵살해 온 것도 공익위원들 아닌가. 이러니 최저임금 결정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