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경찰청장 인사 앞두고 "면담 자리 반드시 필요하다" 행정안전부의 이른바 '경찰국' 신설 등을 놓고 경찰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를 찾아 "(경찰제도개선안이)경찰 장악이라는 표현은 과장됐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이 장관은 행안부가 추진 중인 경찰제도 개선안 내용을 직접 설명하고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해 지구대에서 일선 경찰들과 만나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는 배용석 마포경찰서장과 홍익지구대장, 지구대 경위, 경사, 경장 2명, 순경 등 경찰 7명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경찰 장악이라는 표현은 굉장히 과장됐다"며 행안부 내 신설 조직은 15∼20명으로, 그중 80∼90%가량은 경찰로 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인원이 13만∼14만 경찰을 장악한다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같은 제도개선안이 일선 경찰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열심히 잘 해온대로 (업무를)하라"고 당부했다.
간담회는 비공개로 30분간 진행됐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이 장관은 경찰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가장 심각한 오해는 행안부 경찰지원조직을 만든다는 것을 치안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발이 가장 심한 경찰 직장협의회 등을 먼저 찾아가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는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일선 현장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면서 다음 주에 영남과 호남 지역에서도 일선 경찰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명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장관은 "13만명 규모의 조직을 이끌 리더십 등을 중점적으로 살필 수 있는 면담 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5월 말 경찰청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치안정감 후보자들도 일대일로 면담한 것으로 알려져 '사전 면접'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이 장관은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 면담과 관련해서는 "면담의 구체적인 과정은 말씀드릴수 없다"고 답했다.
이 장관이 간담회 이후 8분가량 기자들에게 행안부 입장을 설명한 것과 달리 홍익지구대 경찰관들은 "분위기는 좋았다"라면서도 "입장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이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지휘·감독할 필요가 있다며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을 만들고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는 등의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경찰제도 개선안을 지난달 27일 발표하고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 장관의 일선 지구대 격려 방문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전해철·진영·김부겸 장관은 설과 추석 등 연휴에 지역 관서 지구대를 격려차 방문한 바 있고, 박근혜 정부 시절 정종섭, 홍윤식 장관도 도서지역 파출소를 찾아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다만 이 장관의 이번 방문은 경찰제도 개선안 발표 후 '경찰 통제' 논란이 거센 가운데, 특히 김창룡 경찰청장이 요청한 장관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은 채 이뤄졌다는 점에서 경찰 반발을 사고 있다.
김 청장은 현재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경찰 내부망에는 "장관이 지구대를 찾아가 경찰국 설치 의견을 직접 듣겠다는 것은 잠자코 내 지시를 따르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당초 경찰 직장협의회 소속 경찰관들은 이 장관의 면담이 이뤄지는 사이 홍익지구대 바깥에서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정오쯤 시위를 취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