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보로노이 깜짝 급등...인트론바이오는 4년만에 기술 반환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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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6월 27일~7월 1일 주간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제약·바이오 종목은 보로노이입니다. 보로노이는 지난달 24일 코스닥 시장에 데뷔한 '새내기' 바이오 종목입니다.
몸 속에서 신호 전달 역할을 하는 인산화 효소(카이나제)를 저해하는 기전의 정밀 표적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입니다. 타깃하는 인산화 효소에 정확하게 들어맞게 약물을 설계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로노이는 상장 첫날, 시초가인 3만6000원보다 18.5% 낮은 2만935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공모가인 4만원과 비교하면 27% 가량 낮은 수준입니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입니다.
그랬던 보로노이의 주가가 상장 나흘 째인 지난 29일 가격 상승 제한폭까지 오르며 3만9350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1일에도 장중 한 때 18% 이상 급등하며 최고가인 4만6900원을 찍기도 했습니다. 이날 거래는 5.7% 하락한 3만7300원에 마치긴 했습니다만, 시장에서는 '보로노이의 깜짝 질주'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주가가 급등한 데에 특별한 재료가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게 시장 판단입니다. 수급 변화에 따른 출렁임이라는 분석입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통 주식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수급적 요인에 의해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고 했습니다.
보로노이는 상장 초기 기존 주주 보유 물량 출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호예수(락업) 주식 비율을 74.4%로 올렸습니다. 주가 상승을 누르는 오버행(출회 대기) 부담을 줄여 공모에 참여하려는 투자자를 최대한 배려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결국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물량은 주주 보유분 가운데 락업이 걸리지 않은 나머지 25.6%와 새롭게 공모가 된 130만주. 그런데 상장 이후 29일 급등 전까지 사흘간 보로노이 주식은 누적으로 약 224만주 거래됩니다.
한 매니저는 "기존 주주 가운데 락업을 걸지 않은 물량을 매도할 주주와, 마찬가지로 락업이 없는 공모주를 받은 주주 가운데 매도할 주주가 상장 직후 사흘 간 상당 물량을 매도했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주가가 상장 첫날 급락했던 겁니다.
실제 상장 당일인 24일 외국인과 기관이 56억원과 98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금융투자(11억원), 투신(53억원), 사모펀드(37억원)도 순매도에 가세했습니다. 개인만 151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이 매니저는 "결국 공모가인 4만원 이하에서는 손해보고 팔지 않겠다는 주주만 남았다"며 "더 이상 팔 물량이 없어지면서 수급적으로 급등세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로노이는 '유니콘 특례 1호' 상장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업가치(시가총액)가 5000억원 이상이 되면 기술성 평가를 하나의 기관에서만 A등급을 받으면 증시 입성이 가능한 제도입니다.
무엇보다 바이오 회사 기업공개(IPO)가 위축된 와중에 시도된 증시 입성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습니다.
우리 몸 속 전체 인산화 효소의 수는 대략 550개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산화 효소 저해제는 70여개가 개발돼 있습니다. 70여개 약이 타깃하는 인산화 효소 수는 약 20개 정도라고 합니다.
최초의 인산화 효소 표적치료제는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스위스 노바티스가 개발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입니다. 인산화 효소의 일종인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를 저해하죠.
인산화 효소 저해제가 이제 막 뜨는 새로운 기전의 트렌드는 아닙니다. 글리벡이 처음 나온 게 2001년이니까요. 다만 전체 550여개 가운데 타깃된 인산화 효소 수가 아직 약 20개 정도라는 점이 보로노이로서는 아직 타깃할 수 있는 '시장'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습니다. 주가가 급락한 종목은 인트론바이오입니다.
인트론바이오는 지난주 1만2750원에 장을 마쳤지만 이번주 8740원으로 1주일 새 31.5% 급락했습니다. 주가가 급락한 건 지난 28일 나온 공시 때문입니다.
인트론바이오는 이날 2018년 자신들의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 치료제 후보물질인 'SAL200'의 사업화 권리를 사간 스위스 로이반트의 자회사 라이소반트가 이 권리를 반환했다고 밝혔습니다. 4년여 만에 기술수출 계약이 깨진 겁니다.
로이반트는 글로벌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를 표방하는 회사입니다. 인트론바이오의 SAL200은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을 죽일 때 분비하는 엔도리신이란 물질을 활용해 슈퍼박테리아를 치료하는 원리의 약물이죠.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됐다는 소식에 외국인은 80억원 규모 순매도를 했고, 기관도 12억원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개인만 96억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인트론바이오는 2018년 9억9250만달러(약 1조3000억원)를 받기로 하고 SAL200의 글로벌 사업화 권리를 라이소반트에 넘겼습니다.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SAL200의 임상 2상을 승인하는 등 개발이 순조로운 듯했습니다.
하지만 라이소반트는 환자 투약 직전 권리 반환을 선택했습니다. 인트론바이오 관계자는 "라이소반트가 임상 비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SAL200 물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인트론바이오는 새로운 파트너사를 구할 때까지 SAL200 임상 2상을 일단 보류할 생각입니다. 자체 비용을 들여 임상을 진행하진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인트론바이오는 심지어 라이소반트 측이 임상 2상 진행에 자금을 투자할 의사가 있는지까지 문의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인트론바이오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방향은 기술수출"이라며 "투자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임상에 워낙 막대한 비용이 드는 걸 알기 때문일 겁니다.
다만 새로운 파트너사를 구해야 하는 탓에 경쟁 약물 개발 진도와의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SAL200와 마찬가지로 엔도리신을 활용해 슈퍼박테리아 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텍 콘트라팩트는 해당 약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6월 27일~7월 1일 주간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제약·바이오 종목은 보로노이입니다. 보로노이는 지난달 24일 코스닥 시장에 데뷔한 '새내기' 바이오 종목입니다.
몸 속에서 신호 전달 역할을 하는 인산화 효소(카이나제)를 저해하는 기전의 정밀 표적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입니다. 타깃하는 인산화 효소에 정확하게 들어맞게 약물을 설계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로노이는 상장 첫날, 시초가인 3만6000원보다 18.5% 낮은 2만935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공모가인 4만원과 비교하면 27% 가량 낮은 수준입니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입니다.
그랬던 보로노이의 주가가 상장 나흘 째인 지난 29일 가격 상승 제한폭까지 오르며 3만9350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1일에도 장중 한 때 18% 이상 급등하며 최고가인 4만6900원을 찍기도 했습니다. 이날 거래는 5.7% 하락한 3만7300원에 마치긴 했습니다만, 시장에서는 '보로노이의 깜짝 질주'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주가가 급등한 데에 특별한 재료가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게 시장 판단입니다. 수급 변화에 따른 출렁임이라는 분석입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통 주식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수급적 요인에 의해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고 했습니다.
보로노이는 상장 초기 기존 주주 보유 물량 출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호예수(락업) 주식 비율을 74.4%로 올렸습니다. 주가 상승을 누르는 오버행(출회 대기) 부담을 줄여 공모에 참여하려는 투자자를 최대한 배려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결국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물량은 주주 보유분 가운데 락업이 걸리지 않은 나머지 25.6%와 새롭게 공모가 된 130만주. 그런데 상장 이후 29일 급등 전까지 사흘간 보로노이 주식은 누적으로 약 224만주 거래됩니다.
한 매니저는 "기존 주주 가운데 락업을 걸지 않은 물량을 매도할 주주와, 마찬가지로 락업이 없는 공모주를 받은 주주 가운데 매도할 주주가 상장 직후 사흘 간 상당 물량을 매도했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주가가 상장 첫날 급락했던 겁니다.
실제 상장 당일인 24일 외국인과 기관이 56억원과 98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금융투자(11억원), 투신(53억원), 사모펀드(37억원)도 순매도에 가세했습니다. 개인만 151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이 매니저는 "결국 공모가인 4만원 이하에서는 손해보고 팔지 않겠다는 주주만 남았다"며 "더 이상 팔 물량이 없어지면서 수급적으로 급등세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로노이는 '유니콘 특례 1호' 상장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업가치(시가총액)가 5000억원 이상이 되면 기술성 평가를 하나의 기관에서만 A등급을 받으면 증시 입성이 가능한 제도입니다.
무엇보다 바이오 회사 기업공개(IPO)가 위축된 와중에 시도된 증시 입성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습니다.
우리 몸 속 전체 인산화 효소의 수는 대략 550개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산화 효소 저해제는 70여개가 개발돼 있습니다. 70여개 약이 타깃하는 인산화 효소 수는 약 20개 정도라고 합니다.
최초의 인산화 효소 표적치료제는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스위스 노바티스가 개발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입니다. 인산화 효소의 일종인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를 저해하죠.
인산화 효소 저해제가 이제 막 뜨는 새로운 기전의 트렌드는 아닙니다. 글리벡이 처음 나온 게 2001년이니까요. 다만 전체 550여개 가운데 타깃된 인산화 효소 수가 아직 약 20개 정도라는 점이 보로노이로서는 아직 타깃할 수 있는 '시장'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습니다. 주가가 급락한 종목은 인트론바이오입니다.
인트론바이오는 지난주 1만2750원에 장을 마쳤지만 이번주 8740원으로 1주일 새 31.5% 급락했습니다. 주가가 급락한 건 지난 28일 나온 공시 때문입니다.
인트론바이오는 이날 2018년 자신들의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 치료제 후보물질인 'SAL200'의 사업화 권리를 사간 스위스 로이반트의 자회사 라이소반트가 이 권리를 반환했다고 밝혔습니다. 4년여 만에 기술수출 계약이 깨진 겁니다.
로이반트는 글로벌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를 표방하는 회사입니다. 인트론바이오의 SAL200은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을 죽일 때 분비하는 엔도리신이란 물질을 활용해 슈퍼박테리아를 치료하는 원리의 약물이죠.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됐다는 소식에 외국인은 80억원 규모 순매도를 했고, 기관도 12억원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개인만 96억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인트론바이오는 2018년 9억9250만달러(약 1조3000억원)를 받기로 하고 SAL200의 글로벌 사업화 권리를 라이소반트에 넘겼습니다.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SAL200의 임상 2상을 승인하는 등 개발이 순조로운 듯했습니다.
하지만 라이소반트는 환자 투약 직전 권리 반환을 선택했습니다. 인트론바이오 관계자는 "라이소반트가 임상 비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SAL200 물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인트론바이오는 새로운 파트너사를 구할 때까지 SAL200 임상 2상을 일단 보류할 생각입니다. 자체 비용을 들여 임상을 진행하진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인트론바이오는 심지어 라이소반트 측이 임상 2상 진행에 자금을 투자할 의사가 있는지까지 문의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인트론바이오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방향은 기술수출"이라며 "투자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임상에 워낙 막대한 비용이 드는 걸 알기 때문일 겁니다.
다만 새로운 파트너사를 구해야 하는 탓에 경쟁 약물 개발 진도와의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SAL200와 마찬가지로 엔도리신을 활용해 슈퍼박테리아 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텍 콘트라팩트는 해당 약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