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홍콩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세상이 공인하는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하면서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다시 거론했다. 미국은 중국의 홍콩 정책이 민주주의를 해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은 이날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정권은 애국자의 손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치 법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콩의 통치권을 애국자가 확고히 장악하는 것은 홍콩의 장기적인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필연적 요구”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또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 수호가 일국양제 방침의 최고 원칙이라는 전제 아래 홍콩과 마카오는 기존의 자본주의 제도를 장기간 그대로 유지하고 고도의 자치권을 누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사회주의 제도는 중국의 근본 제도이며, 중국 공산당의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며 “홍콩 주민은 국가의 근본 제도를 자각하고 존중하고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중국식 일국양제’가 서방이 말하는 일국양제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 국가들은 홍콩이 영국 식민지 시절 유지했던 민주주의 정치체제 및 시장경제를 50년간 유지하는 것이 주권 반환 당시 중국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이날 시 주석은 중국의 사회주의 정치체제로부터 홍콩을 분리할 수 없다고 지목했다. 또 일국양제와 함께 약속했던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 대신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내세웠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직접 지배를 강화할수록 홍콩인의 저항은 거세졌다. 2019년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한 시위가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대되면서 최대 200만 명이 동참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지난해 홍콩의 선거제를 전면 개편해 중국에 충성하는 ‘애국자’만이 공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홍콩 장악을 가속화했다. 이런 과정 속에 빈과일보, 리창신문 등 자유주의 성향 홍콩 매체들이 잇달아 문을 닫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7월 1일은 일국양제에 따라 약속된 50년간 자치 기간의 중간 지점”이라며 “그러나 홍콩과 베이징 당국이 이런 비전의 한 부분으로 민주적 참여와 근본적 자유, 독립적인 언론을 보지 않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보안법은 지난 2년간 홍콩 주민의 권리와 자유를 해체하고 자치권을 침식하는 토대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홍콩의 지도자들은 독립적 언론 기구를 급습하고 민주적 제도를 약화시켰다”며 “선거를 지연시키고 현직 의원의 자격을 박탈하는 한편 충성 서약도 제도화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