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벌써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 -1.6%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했을 것이란 추정이 강해지고 있다. 다만 노동 시장은 여전히 탄탄한 상황이어서 '기술적' 침체에 불과하다는 게 월가의 관측이다.

30일(미 동부 시간)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GDP 나우는 2분기 GDP 증가율 추정치를 지난 27일 0.3%에서 이날 -1.0%로 낮췄다. 지난달 말까지도 1.9%로 추정했지만, 이달 들어 소매 판매 등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2분기 GDP 추정치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이날 발표된 5월 개인소비지출(PCE)이 전달보다 0.2% 증가해 이는 전월 0.6%보다 둔화한 것으로 발표된 탓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비는 -0.4%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데, 소비가 줄어들어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전날 발표된 1분기 GDP 성장률 최종치도 -1.6%로 잠정치였던 -1.5%보다 더 내려갔다. 또 1분기 PCE도 1.8% 증가한 데 그쳐, 잠정치 3.1% 증가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경기 침체는 일반적으로 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일 때를 의미한다. 1분기(-1.6%)에 이어 2분기에도 역성장한다면 경기 침체에 돌입하는 셈이다.

다만 경기 침체 시기를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경제활동의 심각한 위축이 경제 전반에 걸쳐 수개월 동안 지속되며 실질 GDP와 고용, 산업생산, 도소매 판매가 하락하는 시기를 경기 침체로 정의한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상반기에 월평균 월 44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 상황에서 NBER이 이 기간을 경기 침체로 규정할 가능성은 없다"라면서 "1분기에는 무역 요인으로, 2분기에는 재고 때문에 GDP가 하락해 경제와 간극이 발생했지만, 이것은 소음(noise)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종 수요는 계속 올라가고 있고, 기업들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레고리 다코 언스트앤드영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 2분기 GDP 성장률이 연속으로 위축된다면 경기 침체라는 주장들이 많겠지만 이는 '기술적' 측면에서 침체"라면서 "실질적 침체는 ① 경제적 위축이 심각하고 ②경제 전반에 걸쳐 발생하며 ③수개월 동안 지속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미국 경제는 상반기 비교적 견조한 상태를 유지했지만,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앞으로 몇 달 안에 경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