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52년만 최악의 상반기, 하반기는 무조건 상승?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0일(미 동부 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6.3% 상승해 4월과 같았고, 전월 대비로는 0.6% 증가해 4월(0.2% 상승)보다 높아졌습니다. 에너지(+1.2%), 음식료(+4.1%) 가격이 올라 전달 보다 뛰었지만, 예상과 비슷하거나 낮았습니다.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4.7% 상승해 4월(4.9%)보다 둔화했고, 전월 대비로는 0.3% 올라 4월과 같았습니다. 근원 물가를 기준으로는 정점을 찍었다는 게 어느 정도 확인됐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지난 3월 6.6% 근원 수치는 2월 5.3%를 기록했었으니까요. 더블라인캐피털은 "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기준으로 정점을 지났다"라고 밝혔습니다. 라스무센의 조셉 브루셀라스 이코노미스트는 "PCE 물가가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5월에 약간 개선된 점이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5월 PCE, 즉 개인소비지출 자체였습니다. 전달보다 0.2% 증가(예상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월 0.6% 증가에서 크게 감소한 것입니다. 전월 0.6%도 원래 0.9% 증가에서 하향 조정된 것이었고요. 특히 PEC 물가를 고려한 소비는 -0.4%를 기록했습니다. 감소한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소득이 5월 0.5% 증가했는데, 이것도 물가를 감안하면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저축률은 2009년 이후 최저인 5.4%까지 떨어졌습니다. 코메리카 뱅크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규 고용과 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 여력을 높은 생활비가 모두 흡수해버렸다"라며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구덩이에 들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6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50으로 사상 최저로 떨어졌고,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도 98.2로 전월(103.2)보다 급락한 상태입니다. 이는 경기 침체 우려를 더욱 자극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70%를 차지하는데,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탓입니다.
사실 전날 발표된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PCE) 성장률 최종치는 -1.6%로 잠정치였던 -1.5%보다 더 내려갔습니다. 특히 1분기 PCE도 1.8%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잠정치 3.1% 증가가 뚝 떨어진 것이지요. ING는 "어제 1분기 소비지출 데이터가 크게 하향 조정됐고 오늘도 예상에 못 미쳤다. 소비자 재정 상황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회복력이 좋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즉각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습니다.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연율 2%에서 0.3%로 대폭 낮췄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실질 소비의 약화 경로를 반영해서 2분기 추정치를 기존보다 1%포인트 낮은 1.9%로 낮춘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심지어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GDP 나우는 5월 PCE를 반영해 기존 0.3%를 -1.0%로 떨어뜨렸습니다. 지난달 말까지도 1.9%로 추정을 했었지만, 이달 들어 소매 판매 등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한 데 따른 것입니다. 경기 침체는 일반적으로 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일 때를 의미합니다. 1분기(-1.6%)에 이어 2분기에도 역성장한다면 경기 침체에 이미 돌입한 셈입니다. 다만 경기 침체 시기를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경기 침체를 경제활동의 심각한 위축이 경제 전반에 걸쳐 수개월 동안 지속하며 실질 GDP와 고용, 산업생산, 도소매 판매가 하락하는 시기로 정의합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상반기에 월평균 월 44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 상황에서 NBER이 이 기간을 경기 침체로 규정할 가능성은 없다"라면서 "1분기에는 무역 요인으로, 2분기에는 재고 때문에 GDP가 하락해 경제와 틈이 발생했지만, 이것은 소음(noise)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최종 수요는 계속 올라가고 있고, 기업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레고리 다코 언스트앤드영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 2분기 GDP 성장률이 연속으로 위축된다면 경기 침체라는 주장들이 많겠지만 이는 '기술적' 측면에서 침체"라면서 "실질적 침체는 ① 경제적 위축이 심각하고 ②경제 전반에 걸쳐 발생하며 ③수개월 동안 지속하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미국 경제는 상반기 비교적 견조한 상태를 유지했지만,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앞으로 몇 달 안에 경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예상치 23만 건을 소폭 웃도는 23만1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그 이전 주 수치가 22만9000건에서 23만3000건으로 상향 수정되면서 전주보다 1000건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상승 추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4주 이동평균 청구 건수는 2분기에 5만4000건이나 증가했습니다. 팬데믹 시기를 빼면 2009년 1분기 이후 최다입니다. PCE가 발표된 뒤 미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급락했습니다. 국채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모두 3%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오후 3시 30분께 10년물은 전장보다 11.8bp나 급락한 2.978%, 2년물은 12.2bp 내린 2.931%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이 2%대에서 거래가 마감된 것은 6월 7일 이후 처음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PCE 근원 물가가 예상보다 살짝 낮게 나온 데다, PCE 감소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75bp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압도적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근원 인플레이션의 하락은 고무적이지만 4.7%로 여전히 Fed의 2% 목표 두 배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Fed워치 시장에서도 7월 75bp 인상에 대한 베팅이 83.2%에 달합니다. 전날 87.3%에서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경기 침체, 소비 둔화 우려는 원자재 시장도 덮쳤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02달러(3.7%) 하락한 배럴당 105.76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유가는 작년 11월 이후 첫 월간 내림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OPEC+가 정례 회의에서 8월 증산 규모를 기존대로 하루 64만8000배럴로 유지하기로 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또 다음 달 13~16일 중동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증산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우디가 아니라 걸프협력회의에 요청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뿐 아니라 다른 중동 국가로부터 추가 원유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이날 7월물 가격은 5.16% 떨어졌습니다. 비싼 휘발유 가격에 이번 여름에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는 미국인이 줄어들었다는 보고서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7월 4일 독립기념일 연휴가 지나면 성수기인 '드라이빙 시즌'이 정점을 지납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14% 폭락해 MMBtu 당 5달러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달 초 텍사스의 천연가스 수출기지인 프리포트LNG가 화재로 가동을 중단한 뒤 40%나 떨어졌습니다. 미국 내 재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날 연방 정부는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설비의 정상 운영을 허가할 수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 수준의 급락세로 출발해 오전 10시께에는 나스닥은 2.8%까지 급락했고 S&P500 지수도 2%가량 추락했습니다. 금리가 하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한때 보합 선까지 회복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까지 버티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82%, S&P500 지수는 0.88%, 나스닥은 1.33%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만큼 경기 침체 우려가 워낙 컸던 탓입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 경고도 잇따르면서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습니다. 도이치뱅크가 월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벌인 6월 설문조사를 보면 88%가 내년 말까지 미국 경제가 침체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넉 달 전인 지난 2월에는 31%에 불과했었고 지난달 78%였는데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88% 중 올해 침체가 발생한다고 본 사람이 17%, 내년에 생긴다고 예상한 이가 71%였습니다. 2024년까지 경기 침체가 없을 것으로 본 이는 8%에 불과합니다. 지난 2월에는 45%에 달했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시장 내러티브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침체가 2023년에 생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지만, 올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급락세엔 어제 장 마감 뒤 고급 가구회사 RH(Restoration Hardware)가 암울한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은 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회사는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수요가 예상보다 낮아졌다"라며 올해 순 매출이 작년보다 2~5% 줄어들 것이고 조정 후 영업 마진은 21~22%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기존 매출 2% 성장, 영업마진 23~23.5%보다 훨씬 낮아진 것입니다. 2분기에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3% 정도 줄어들 것으로 봤습니다. RH는 이미 이달 초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 실적 저하를 경고했었는데 또다시 낮춘 것입니다. RH의 게리 프리드먼 CEO는 "모기지 금리가 작년 수준의 두 배가 됐고, 고급 주택 판매가 1분기에 18% 감소했다. Fed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75bp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실적은 1년 내내 계속 둔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 10.53% 폭락해 212.26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작년 8월 744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또 아침에는 미국 1위 헬스케어 업체인 유나이티드헬스도 실적 악화를 경고했습니다. 2022년 주당순이익(EPS)이 기존 예상보다 19.3% 감소한 9.6~10.4달러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코로나 관련 환자가 감소하고 있는데, 다른 환자 수는 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장 마감 뒤에는 마이크론이 최근 분기(~5월)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EPS는 2.59달러로 월가 예상 2.45달러보다 나았고, 매출도 86억4000만 달러로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분기 가이던스가 문제였습니다. PC와 스마트폰, 데이터센터까지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매출이 72억 달러, EPS 1.52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지정학적 혼란과 소비 약화가 메모리 칩 수요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월가는 다음 분기 매출을 9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해왔습니다. 마이크론의 주가는 시간 외에서 하락하고 있습니다. UBS는 상품 소비의 감소 추세와 관련해 자동차, 전자상거래, 식료품 주식 등에 대해서도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자동차에 대해선 "매우 경기에 민감하며 자동차 기업들의 이익은 그동안 장기 추세 수준을 넘어왔다"라고 밝혔고, 전자상거래 업체의 경우 재고 증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식료품의 경우 저소득층 소비자의 소비가 감소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봤습니다.
이날 Fed의 역환매조건부채권 시장에는 신기록인 2조3300억 달러가 몰려들었습니다. 올해 들어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폭락하다 보니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역레포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날은 상반기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지난 6개월간 다우는 15.88%, S&p500 지수는 21.08%, 나스닥은 30.29% 하락했습니다.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이는 상반기 성적으로서는 1970년(-21%) 이후 최악의 하락입니다. 일부에서는 과거 이렇게 상반기에 급락했을 때 하반기에는 큰 폭 반등했었다고 지적합니다. 1970년 상반기에 21% 하락했을 때도 하반기에는 26.5%를 급등했습니다. 1932년(상반기 -45%, 하반기 +56%), 1962년(상반기 -23%, 하반기 +15%)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엔 맹점이 있습니다. 올해 내림세는 1월 3일 정점을 찍고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1970년의 경우 주가 내림세는 이미 13개월 전 시작됐었고 1969년 말까지 이미 고점에서 20%나 떨어져 있었습니다. 과연 하반기에 회복할 수 있을까요? 네드 데이비스의 에드 클리솔드 수석 전략가는 저와 몇 번의 인터뷰를 하면서 "하반기 주가 회복"을 주장해온 사람입니다. 그는 '하반기 증시가 회복하려면 뭐가 필요한가'(What will it take for a second half rebound?)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인플레이션 하락 △Fed의 전환 △경제 성장 유지 △지정학적 위기 해소 △기업 어닝 유지 등 다섯 가지 사항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베어마켓은 스스로 끝나지 않는다. 베어마켓이 끝나려면 이들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①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전선의 몇 가지 개선 신호가 주식의 랠리를 촉발하기에 충분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CPI)는 2020년 6월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CPI가 6개월 이동평균을 밑돌면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끝났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5월 CPI는 8.6%였는데 6개월 이동평균은 8.0%에 머물고 있다.
② Fed=Fed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채권 수익률 곡선은 매우 좁혀져 있다. Fed가 주시하는 곡선은 3개월물-10년물이다. 이 곡선이 평탄화된다면 Fed는 아마도 너무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다는 신호일 것이다.
③ 경제 성장 유지=경기 침체가 없는 약세장은 9.1개월 동안 25% 하락했지만 침체가 발생했던 약세장은 15.3개월 동안 34.6% 하락했다. 경제가 침체를 피한다면 현재의 약세장은 시간과 가격 모두에서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④ 지정학적 위험=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결은 주식 시장에 안도감을 줄 것이다.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도 랠리를 촉발할 수 있다. 여당은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의석을 잃는 경향이 있다. 희소식은 역사적으로 민주당 대통령들이 야당이 다수인 의회로부터 견제를 받았을 때 증시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⑤ 기업 실적 유지=실적 성장세가 하반기에 둔화할 위험이 있다. 정도의 문제다.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시작한다면 기업들이 임금 상승 등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6.3% 상승해 4월과 같았고, 전월 대비로는 0.6% 증가해 4월(0.2% 상승)보다 높아졌습니다. 에너지(+1.2%), 음식료(+4.1%) 가격이 올라 전달 보다 뛰었지만, 예상과 비슷하거나 낮았습니다.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4.7% 상승해 4월(4.9%)보다 둔화했고, 전월 대비로는 0.3% 올라 4월과 같았습니다. 근원 물가를 기준으로는 정점을 찍었다는 게 어느 정도 확인됐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지난 3월 6.6% 근원 수치는 2월 5.3%를 기록했었으니까요. 더블라인캐피털은 "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기준으로 정점을 지났다"라고 밝혔습니다. 라스무센의 조셉 브루셀라스 이코노미스트는 "PCE 물가가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5월에 약간 개선된 점이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5월 PCE, 즉 개인소비지출 자체였습니다. 전달보다 0.2% 증가(예상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월 0.6% 증가에서 크게 감소한 것입니다. 전월 0.6%도 원래 0.9% 증가에서 하향 조정된 것이었고요. 특히 PEC 물가를 고려한 소비는 -0.4%를 기록했습니다. 감소한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소득이 5월 0.5% 증가했는데, 이것도 물가를 감안하면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저축률은 2009년 이후 최저인 5.4%까지 떨어졌습니다. 코메리카 뱅크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규 고용과 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 여력을 높은 생활비가 모두 흡수해버렸다"라며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구덩이에 들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6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50으로 사상 최저로 떨어졌고,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도 98.2로 전월(103.2)보다 급락한 상태입니다. 이는 경기 침체 우려를 더욱 자극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70%를 차지하는데,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탓입니다.
사실 전날 발표된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PCE) 성장률 최종치는 -1.6%로 잠정치였던 -1.5%보다 더 내려갔습니다. 특히 1분기 PCE도 1.8%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잠정치 3.1% 증가가 뚝 떨어진 것이지요. ING는 "어제 1분기 소비지출 데이터가 크게 하향 조정됐고 오늘도 예상에 못 미쳤다. 소비자 재정 상황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회복력이 좋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즉각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습니다.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연율 2%에서 0.3%로 대폭 낮췄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실질 소비의 약화 경로를 반영해서 2분기 추정치를 기존보다 1%포인트 낮은 1.9%로 낮춘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심지어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GDP 나우는 5월 PCE를 반영해 기존 0.3%를 -1.0%로 떨어뜨렸습니다. 지난달 말까지도 1.9%로 추정을 했었지만, 이달 들어 소매 판매 등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한 데 따른 것입니다. 경기 침체는 일반적으로 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일 때를 의미합니다. 1분기(-1.6%)에 이어 2분기에도 역성장한다면 경기 침체에 이미 돌입한 셈입니다. 다만 경기 침체 시기를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경기 침체를 경제활동의 심각한 위축이 경제 전반에 걸쳐 수개월 동안 지속하며 실질 GDP와 고용, 산업생산, 도소매 판매가 하락하는 시기로 정의합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상반기에 월평균 월 44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 상황에서 NBER이 이 기간을 경기 침체로 규정할 가능성은 없다"라면서 "1분기에는 무역 요인으로, 2분기에는 재고 때문에 GDP가 하락해 경제와 틈이 발생했지만, 이것은 소음(noise)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최종 수요는 계속 올라가고 있고, 기업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레고리 다코 언스트앤드영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 2분기 GDP 성장률이 연속으로 위축된다면 경기 침체라는 주장들이 많겠지만 이는 '기술적' 측면에서 침체"라면서 "실질적 침체는 ① 경제적 위축이 심각하고 ②경제 전반에 걸쳐 발생하며 ③수개월 동안 지속하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미국 경제는 상반기 비교적 견조한 상태를 유지했지만,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앞으로 몇 달 안에 경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예상치 23만 건을 소폭 웃도는 23만1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그 이전 주 수치가 22만9000건에서 23만3000건으로 상향 수정되면서 전주보다 1000건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상승 추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4주 이동평균 청구 건수는 2분기에 5만4000건이나 증가했습니다. 팬데믹 시기를 빼면 2009년 1분기 이후 최다입니다. PCE가 발표된 뒤 미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급락했습니다. 국채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모두 3%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오후 3시 30분께 10년물은 전장보다 11.8bp나 급락한 2.978%, 2년물은 12.2bp 내린 2.931%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이 2%대에서 거래가 마감된 것은 6월 7일 이후 처음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PCE 근원 물가가 예상보다 살짝 낮게 나온 데다, PCE 감소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75bp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압도적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근원 인플레이션의 하락은 고무적이지만 4.7%로 여전히 Fed의 2% 목표 두 배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Fed워치 시장에서도 7월 75bp 인상에 대한 베팅이 83.2%에 달합니다. 전날 87.3%에서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경기 침체, 소비 둔화 우려는 원자재 시장도 덮쳤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02달러(3.7%) 하락한 배럴당 105.76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유가는 작년 11월 이후 첫 월간 내림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OPEC+가 정례 회의에서 8월 증산 규모를 기존대로 하루 64만8000배럴로 유지하기로 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또 다음 달 13~16일 중동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증산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우디가 아니라 걸프협력회의에 요청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뿐 아니라 다른 중동 국가로부터 추가 원유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이날 7월물 가격은 5.16% 떨어졌습니다. 비싼 휘발유 가격에 이번 여름에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는 미국인이 줄어들었다는 보고서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7월 4일 독립기념일 연휴가 지나면 성수기인 '드라이빙 시즌'이 정점을 지납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14% 폭락해 MMBtu 당 5달러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달 초 텍사스의 천연가스 수출기지인 프리포트LNG가 화재로 가동을 중단한 뒤 40%나 떨어졌습니다. 미국 내 재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날 연방 정부는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설비의 정상 운영을 허가할 수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 수준의 급락세로 출발해 오전 10시께에는 나스닥은 2.8%까지 급락했고 S&P500 지수도 2%가량 추락했습니다. 금리가 하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한때 보합 선까지 회복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까지 버티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82%, S&P500 지수는 0.88%, 나스닥은 1.33%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만큼 경기 침체 우려가 워낙 컸던 탓입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 경고도 잇따르면서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습니다. 도이치뱅크가 월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벌인 6월 설문조사를 보면 88%가 내년 말까지 미국 경제가 침체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넉 달 전인 지난 2월에는 31%에 불과했었고 지난달 78%였는데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88% 중 올해 침체가 발생한다고 본 사람이 17%, 내년에 생긴다고 예상한 이가 71%였습니다. 2024년까지 경기 침체가 없을 것으로 본 이는 8%에 불과합니다. 지난 2월에는 45%에 달했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시장 내러티브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침체가 2023년에 생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지만, 올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급락세엔 어제 장 마감 뒤 고급 가구회사 RH(Restoration Hardware)가 암울한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은 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회사는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수요가 예상보다 낮아졌다"라며 올해 순 매출이 작년보다 2~5% 줄어들 것이고 조정 후 영업 마진은 21~22%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기존 매출 2% 성장, 영업마진 23~23.5%보다 훨씬 낮아진 것입니다. 2분기에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3% 정도 줄어들 것으로 봤습니다. RH는 이미 이달 초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 실적 저하를 경고했었는데 또다시 낮춘 것입니다. RH의 게리 프리드먼 CEO는 "모기지 금리가 작년 수준의 두 배가 됐고, 고급 주택 판매가 1분기에 18% 감소했다. Fed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75bp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실적은 1년 내내 계속 둔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 10.53% 폭락해 212.26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작년 8월 744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또 아침에는 미국 1위 헬스케어 업체인 유나이티드헬스도 실적 악화를 경고했습니다. 2022년 주당순이익(EPS)이 기존 예상보다 19.3% 감소한 9.6~10.4달러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코로나 관련 환자가 감소하고 있는데, 다른 환자 수는 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장 마감 뒤에는 마이크론이 최근 분기(~5월)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EPS는 2.59달러로 월가 예상 2.45달러보다 나았고, 매출도 86억4000만 달러로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분기 가이던스가 문제였습니다. PC와 스마트폰, 데이터센터까지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매출이 72억 달러, EPS 1.52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지정학적 혼란과 소비 약화가 메모리 칩 수요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월가는 다음 분기 매출을 9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해왔습니다. 마이크론의 주가는 시간 외에서 하락하고 있습니다. UBS는 상품 소비의 감소 추세와 관련해 자동차, 전자상거래, 식료품 주식 등에 대해서도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자동차에 대해선 "매우 경기에 민감하며 자동차 기업들의 이익은 그동안 장기 추세 수준을 넘어왔다"라고 밝혔고, 전자상거래 업체의 경우 재고 증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식료품의 경우 저소득층 소비자의 소비가 감소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봤습니다.
이날 Fed의 역환매조건부채권 시장에는 신기록인 2조3300억 달러가 몰려들었습니다. 올해 들어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폭락하다 보니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역레포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날은 상반기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지난 6개월간 다우는 15.88%, S&p500 지수는 21.08%, 나스닥은 30.29% 하락했습니다.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이는 상반기 성적으로서는 1970년(-21%) 이후 최악의 하락입니다. 일부에서는 과거 이렇게 상반기에 급락했을 때 하반기에는 큰 폭 반등했었다고 지적합니다. 1970년 상반기에 21% 하락했을 때도 하반기에는 26.5%를 급등했습니다. 1932년(상반기 -45%, 하반기 +56%), 1962년(상반기 -23%, 하반기 +15%)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엔 맹점이 있습니다. 올해 내림세는 1월 3일 정점을 찍고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1970년의 경우 주가 내림세는 이미 13개월 전 시작됐었고 1969년 말까지 이미 고점에서 20%나 떨어져 있었습니다. 과연 하반기에 회복할 수 있을까요? 네드 데이비스의 에드 클리솔드 수석 전략가는 저와 몇 번의 인터뷰를 하면서 "하반기 주가 회복"을 주장해온 사람입니다. 그는 '하반기 증시가 회복하려면 뭐가 필요한가'(What will it take for a second half rebound?)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인플레이션 하락 △Fed의 전환 △경제 성장 유지 △지정학적 위기 해소 △기업 어닝 유지 등 다섯 가지 사항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베어마켓은 스스로 끝나지 않는다. 베어마켓이 끝나려면 이들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①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전선의 몇 가지 개선 신호가 주식의 랠리를 촉발하기에 충분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CPI)는 2020년 6월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CPI가 6개월 이동평균을 밑돌면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끝났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5월 CPI는 8.6%였는데 6개월 이동평균은 8.0%에 머물고 있다.
② Fed=Fed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채권 수익률 곡선은 매우 좁혀져 있다. Fed가 주시하는 곡선은 3개월물-10년물이다. 이 곡선이 평탄화된다면 Fed는 아마도 너무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다는 신호일 것이다.
③ 경제 성장 유지=경기 침체가 없는 약세장은 9.1개월 동안 25% 하락했지만 침체가 발생했던 약세장은 15.3개월 동안 34.6% 하락했다. 경제가 침체를 피한다면 현재의 약세장은 시간과 가격 모두에서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④ 지정학적 위험=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결은 주식 시장에 안도감을 줄 것이다.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도 랠리를 촉발할 수 있다. 여당은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의석을 잃는 경향이 있다. 희소식은 역사적으로 민주당 대통령들이 야당이 다수인 의회로부터 견제를 받았을 때 증시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⑤ 기업 실적 유지=실적 성장세가 하반기에 둔화할 위험이 있다. 정도의 문제다.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시작한다면 기업들이 임금 상승 등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