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연장근무 규제 '주 12시간' → '월 52시간', 유연근로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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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로자의 한 주 근로시간은 최대 52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이른바 ‘주 52시간 근로제’로,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규정이다. 하루 8시간씩 기본 40시간에 초과근로가 12시간만 인정된다. 이 때문에 기업에 주문 물량이 밀려들어 일손이 모자라도 근로자당 매주 12시간 넘게 초과근로하면 불법이다.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일을 더 하고 초과임금을 받고 싶어도 안 된다. 반도체·바이오 등 신산업에서의 집중 연구 역시 이 시간을 준수하는 선에서만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가 초과근로 ‘주당 12시간’ 규정을 ‘월간 52시간’으로 바꾸겠다고 나선 이유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 한주 60시간(20시간 초과근무) 일하면 그다음 주는 40시간으로 월간 기준만 맞추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전체 근로시간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 주 52시간제 유연화, 어떻게 볼 것인가.
초과근로를 할 때도 그에 따른 연장수당이 엄연히 지급되는데 법(정부)이 왜 가로막나. 야간과 일요 근무는 주중 낮 근무보다 각각 50% 많은 임금을 준다. 근로자가 더 많은 수입을 가질 기회를 법이 가로막고 있다. 그러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친다. 어불성설이다. 지갑이 얇은데 넘치는 저녁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기업과 근로자 양쪽이 원하는 ‘일할 기회’를 뺏는 제도적 횡포다.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강제하고 규제하는 나라는 주요 선진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연장근로시간을 월간 단위(45시간)나 연간(360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는 일정 기간 내 ‘주 평균 시간 준수’ 방식을 활용하는데, 기본적으로 개별 사업장에서의 노사 합의를 존중한다. 민간의 자율 선택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엔 연장근로 한도가 아예 없다. 보수도 지급하는 만큼 일거리가 몰릴 때 하는 약간의 초과근로는 노사 양측 모두에 이득이다. 월간 또는 연간 단위로 바뀌어도 초과근로 자체는 제한된다. 이제는 근로자에게 강제로 초과근로를 시키는 사업장도 없다. 고용·노동제도를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부응하도록 확 바꿔 인공지능(AI)이 산업 현장에 속속 응용되는 4차 산업혁명기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에게 건강권은 다른 무엇보다 우선되는 최고의 가치다.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려면 장시간 근로는 피해야 한다. 한국의 장시간 근로는 여전히 국제적으로도 심한 편이다. 2017년 이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지만,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7년 1996시간에서 2020년 1927시간으로 줄어들긴 했다. 하지만 이 기간 OECD 평균은 1678시간에서 1582시간으로 더 많이 줄었다. 이런 국제 기류에 적극 따라가는 게 급선무다. 연장근로가 더 필요하다면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받아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도 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2017년 15건에서 2019년 908건, 2021년 6477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초과근로시간의 단위 기준 문제는 법 개정 사항이다. 더구나 거대 야당은 노동계와 상당히 친밀한 관계다. 제도를 바꾸려는 정부에 쉽게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한층 중요해지는 시대다. 근로자의 주체적 노동권이 존중돼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찬성] 주 52시간제 다른 나라엔 없는 규제…노사 자율로 정하면 소득 증대
연장근로시간을 주간 단위에서 월간 단위로 총량 관리하는 것은 고용 관련 제도에서 최소한의 개혁이다. 근로기준법상 초과근로를 주당 12시간으로, 주간 단위로 규제함에 따라 급하게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 회사에서 제때 납품할 수가 없다. 기업으로서는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첨단산업 분야를 비롯해 연구직에서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돼왔다. 원청 기업 등 거래처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기한을 정해두고 급하게 연구프로젝트를 마무리 해달라고 요청해올 경우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작업량이 몰릴 때 일을 많이 하고 일거리가 적을 때 편하고 가볍게 가면 좋은데 법이 가로막는다.초과근로를 할 때도 그에 따른 연장수당이 엄연히 지급되는데 법(정부)이 왜 가로막나. 야간과 일요 근무는 주중 낮 근무보다 각각 50% 많은 임금을 준다. 근로자가 더 많은 수입을 가질 기회를 법이 가로막고 있다. 그러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친다. 어불성설이다. 지갑이 얇은데 넘치는 저녁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기업과 근로자 양쪽이 원하는 ‘일할 기회’를 뺏는 제도적 횡포다.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강제하고 규제하는 나라는 주요 선진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연장근로시간을 월간 단위(45시간)나 연간(360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는 일정 기간 내 ‘주 평균 시간 준수’ 방식을 활용하는데, 기본적으로 개별 사업장에서의 노사 합의를 존중한다. 민간의 자율 선택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엔 연장근로 한도가 아예 없다. 보수도 지급하는 만큼 일거리가 몰릴 때 하는 약간의 초과근로는 노사 양측 모두에 이득이다. 월간 또는 연간 단위로 바뀌어도 초과근로 자체는 제한된다. 이제는 근로자에게 강제로 초과근로를 시키는 사업장도 없다. 고용·노동제도를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부응하도록 확 바꿔 인공지능(AI)이 산업 현장에 속속 응용되는 4차 산업혁명기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반대] 건강권은 근로자의 최고 가치 OECD 평균 넘는 근로시간 더 늘어
힘들게 법제화해 산업 현장에 정착시켜나가고 있는 주 52시간제의 기반이 허물어질 수 있다. 정부 계획이 발표된 직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주간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간으로 바꾸는 것은 근로시간을 몰아서 길게 일을 시키고 임금은 더 줄 수 없다는 의미로, 제한 없이 장시간 저임금 제도를 고착화하겠다는 것”이라는 취지의 반대 성명서를 낸 이유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사용자의 일방적 임금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은 것에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한다”며 “노동시간 단축 정책 없이 내놓은 초과 노동시간에 대한 편법적 노동시간 연장 정책”이라는 내용의 반대 성명을 냈다. 노동계는 ‘월간 단위의 초과근로시간 관리=초장시간 노동 허용’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반대한다.근로자에게 건강권은 다른 무엇보다 우선되는 최고의 가치다.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려면 장시간 근로는 피해야 한다. 한국의 장시간 근로는 여전히 국제적으로도 심한 편이다. 2017년 이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지만,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7년 1996시간에서 2020년 1927시간으로 줄어들긴 했다. 하지만 이 기간 OECD 평균은 1678시간에서 1582시간으로 더 많이 줄었다. 이런 국제 기류에 적극 따라가는 게 급선무다. 연장근로가 더 필요하다면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받아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도 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2017년 15건에서 2019년 908건, 2021년 6477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초과근로시간의 단위 기준 문제는 법 개정 사항이다. 더구나 거대 야당은 노동계와 상당히 친밀한 관계다. 제도를 바꾸려는 정부에 쉽게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한층 중요해지는 시대다. 근로자의 주체적 노동권이 존중돼야 한다.
√ 생각하기 - '근로시간 저축제'도 대안…고용·노동개혁안 놓고 노사정 머리 맞대야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핵심으로 한 새 정부 노동 개혁안 가운데 하나로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한 의미있는 제도 개선안이지만 노동계와 야당의 협조 여부가 관건이다. 반도체업계 같은 데서 연구개발(R&D) 인력만이라도 주 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실과 연결해 볼 필요가 있다. 직무·성과급제 역시 도입 필요성이 높다. 능력과 성과에 따른 임금 보상은 생산성과 근로 의욕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다.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는 고성장·장기근속이 특징이었던 산업화 시대의 유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는 더 있다. 근로자가 초과근로시간을 저축해 쓰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같은 것도 있다. 이런 문제를 노사정협의체에 놓고 윈윈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