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한국문화 알리려다…건물 한 채 짓는데 14년 걸린 사연 [강영연의 뉴욕부동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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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이들이 한국 문화에 굉장히 관심이 높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오징어게임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조금 알려진 드라마 정도만 되면 많은 외국인이 보고,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드라마뿐 아닙니다. K팝 역시 BTS만 아는 게 아닙니다. 소녀시대 이후로 아는 아이돌이 없는 제가 오히려 그들이 아는 아이돌을 모르는 경우가 많죠. 이제 더 이상 '두유노 김치', '두유노 BTS'를 말할 필요 없이 그들이 먼저 '사랑의 불시착 봤어요?'라고 묻는다는 겁니다. 그만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체감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한국 문화를 전하고 있는 뉴욕한국문화원은 누구보다 빠르게 이러한 변화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더 많은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장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뉴욕한국문화원은 460 파크애비뉴 건물에 있습니다. 맨해튼 중심에 있지만 고층빌딩 6층에 있어 일반 대중들이 접근하기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무용 건물로 지어져 층고가 낮아서 문화시설로 활용하기에 한계도 있고요. 1979년부터 사용하던 사무실이라 아무래도 설비 등을 새롭게 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뉴욕한국문화원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호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동시에 문화예술·관광·문화산업 등 상호 연관성이 높은 영역을 통합해서 관리한다면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관광공사 등 해외 문화교류 기관을 한데 모아 국제문화교류 활동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 결과 2009년 뉴욕한국문화원 신축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대는 미국, 여기는 뉴욕. 쉽지 않은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착공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뉴욕시는 미국 내 다른 어떤 지역보다 공사하기에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때문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힘든 작업을 하겠다고 손을 드는 시공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2009년 부지매입이 완료된 이후 설계 공모, 설계도서 작성, 관계 당국 인허가 절차 등 일반적인 공사 전 절차를 이행하는 데는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시공사 선정, 인근에 소재한 철도 터널 및 인접 대지 건물 등의 보호 등을 위한 시공 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사용 중인 건물‧시설 인근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전 확보 문제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착공은 2018년에야 가능했습니다. 부지매입에서 공사 시작까지 10년이 걸린 겁니다.
착공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신축 건물은 2018년 10월 말 착공했지만, 본격적인 공사는 2019년부터 추진됐습니다.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거의 100년 전에 건립된 인접 건물의 기초구조가 드러나 이를 보강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첩첩산중이란 이런 걸까요. 겨우 공사가 시작됐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며 공사를 막아 세웠습니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주 정부‧시당국의 행정명령과 가이드라인 준수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기를 여러 차례. 공사의 효율성은 극도로 떨어졌습니다. 현장 인부들이 공사 현장을 이탈한 후 복귀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안 그래도 느린 미국 행정 속도는 코로나로 더 느려졌고, 인허가 과정은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코로나가 풀려가자 이번에는 공급망 이슈와 인플레이션으로 자재비 상승이라는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뉴욕한국문화원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무부, 뉴욕시 건축국(NYC Department of Buildings), 교통국(NYC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공원녹지국(NYC Department of Parks & Recreation), 인접 대지 건물 주민들과 소유주 등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협조를 끌어냈습니다.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뉴욕 주재 총영사관 등도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그 결과 드디어 14년을 끌어온 대장정의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원 건물은 올해 안에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입니다. 뉴욕한국문화원은 내년부터는 새로운 건물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원 건물에는 한국에 대한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에서 19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요리강습실 등이 들어섭니다. 한국 공연과 음식에 대한 관심에 적극적으로 부응할 계획입니다.
뉴욕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준공이 되면 개관기념 전시‧공연 등 한국문화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2층에는 전시실과 연계되는 외부 정원이 조성되는데, 복잡한 맨해튼의 빌딩 숲속에서 한국적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
드라마뿐 아닙니다. K팝 역시 BTS만 아는 게 아닙니다. 소녀시대 이후로 아는 아이돌이 없는 제가 오히려 그들이 아는 아이돌을 모르는 경우가 많죠. 이제 더 이상 '두유노 김치', '두유노 BTS'를 말할 필요 없이 그들이 먼저 '사랑의 불시착 봤어요?'라고 묻는다는 겁니다. 그만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체감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한국 문화를 전하고 있는 뉴욕한국문화원은 누구보다 빠르게 이러한 변화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더 많은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장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뉴욕한국문화원은 460 파크애비뉴 건물에 있습니다. 맨해튼 중심에 있지만 고층빌딩 6층에 있어 일반 대중들이 접근하기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무용 건물로 지어져 층고가 낮아서 문화시설로 활용하기에 한계도 있고요. 1979년부터 사용하던 사무실이라 아무래도 설비 등을 새롭게 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뉴욕한국문화원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호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동시에 문화예술·관광·문화산업 등 상호 연관성이 높은 영역을 통합해서 관리한다면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관광공사 등 해외 문화교류 기관을 한데 모아 국제문화교류 활동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 결과 2009년 뉴욕한국문화원 신축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대는 미국, 여기는 뉴욕. 쉽지 않은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착공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뉴욕시는 미국 내 다른 어떤 지역보다 공사하기에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때문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힘든 작업을 하겠다고 손을 드는 시공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2009년 부지매입이 완료된 이후 설계 공모, 설계도서 작성, 관계 당국 인허가 절차 등 일반적인 공사 전 절차를 이행하는 데는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시공사 선정, 인근에 소재한 철도 터널 및 인접 대지 건물 등의 보호 등을 위한 시공 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사용 중인 건물‧시설 인근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전 확보 문제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착공은 2018년에야 가능했습니다. 부지매입에서 공사 시작까지 10년이 걸린 겁니다.
착공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신축 건물은 2018년 10월 말 착공했지만, 본격적인 공사는 2019년부터 추진됐습니다.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거의 100년 전에 건립된 인접 건물의 기초구조가 드러나 이를 보강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첩첩산중이란 이런 걸까요. 겨우 공사가 시작됐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며 공사를 막아 세웠습니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주 정부‧시당국의 행정명령과 가이드라인 준수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기를 여러 차례. 공사의 효율성은 극도로 떨어졌습니다. 현장 인부들이 공사 현장을 이탈한 후 복귀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안 그래도 느린 미국 행정 속도는 코로나로 더 느려졌고, 인허가 과정은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코로나가 풀려가자 이번에는 공급망 이슈와 인플레이션으로 자재비 상승이라는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뉴욕한국문화원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무부, 뉴욕시 건축국(NYC Department of Buildings), 교통국(NYC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공원녹지국(NYC Department of Parks & Recreation), 인접 대지 건물 주민들과 소유주 등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협조를 끌어냈습니다.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뉴욕 주재 총영사관 등도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그 결과 드디어 14년을 끌어온 대장정의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원 건물은 올해 안에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입니다. 뉴욕한국문화원은 내년부터는 새로운 건물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원 건물에는 한국에 대한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에서 19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요리강습실 등이 들어섭니다. 한국 공연과 음식에 대한 관심에 적극적으로 부응할 계획입니다.
뉴욕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준공이 되면 개관기념 전시‧공연 등 한국문화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2층에는 전시실과 연계되는 외부 정원이 조성되는데, 복잡한 맨해튼의 빌딩 숲속에서 한국적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