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고 5년 간 쉬었다가…국민연금 수령액 10% 넘게 줄어든다 [강진규의 국민연금 테크]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는 경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출산휴가에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출산을 이유로 일을 그만둬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는 당장의 소득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은퇴 후 받을 연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그렇지만 한국은 더 심한 편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5년 경단녀', 미래 연금 10% 감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1' 보고서에 따르면 경력 단절로 인한 연금액 감소폭은 평균 6.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까지 경력을 지속한 경우와 중간에 5년간 경력이 단절된 사람의 미래 예상 연금액을 비교한 것이다.

한국은 연금 감소폭이 약 10%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없이 근무한 사람이 월 10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면 5년간 단절된 사람은 90만원만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감소폭은 OECD 국가 중 8위에 해당한다. OECD 평균보다 4%포인트 가량 컸다. 한국보다 연금 감소폭이 큰 국가는 호주, 아이슬란드, 슬로바키아, 라트비아, 칠레, 멕시코, 헝가리 정도였다. 포르투갈, 스페인, 미국,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은 경력이 단절되도 연금액에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와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등은 경력 단절자에게 늦게 퇴직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해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 낳고 5년 간 쉬었다가…국민연금 수령액 10% 넘게 줄어든다 [강진규의 국민연금 테크]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의 경우 경력이 단절되면 의무가입기간을 채울 수 있는지도 잘 살펴봐야한다. 10년을 채우지 못하면 연금을 받지 못하고, 그동안 냈던 금액에 이자를 더해 일시금으로 돌려받는다. 현재 연금의 수익비를 고려하면 연금으로 받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이 경우엔 임의 가입 등을 통해 가입 기간을 채울 필요가 있다.

취업난도 미래 연금 깎는 요인

청년 취업난도 미래 연금에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OECD가 2020년 22세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근로자의 연금과 2022년 24세로 경력을 시작하고 3년간 적은 수입을 받은 경우를 비교하면 취업이 늦은 사람의 미래연금이 4%가량 적은 것으로 계산됐다.
아기 낳고 5년 간 쉬었다가…국민연금 수령액 10% 넘게 줄어든다 [강진규의 국민연금 테크]
한국은 이 경우에도 감소폭이 평균보다 컸다. 한국의 연금 감소폭은 약 6%였다. 한국보다 더 많이 감소하는 나라는 칠레 한곳 뿐이었다.

룩셈부르크와 슬로베니아는 경력 시작이 지연된 경우에도 더 많은 연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취업이 2년 늦은 경우 수급 자격도 2년 늦게 생기게 되는 제도 때문인데, 더 늦게 연금을 받을 수록 연금액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OECD는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취업이 되기 전 자녀에게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줘 미래 연금 수급액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임의가입자 38만3833명 중 만 18~19세 가입자 수는 약 4000명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나 대학교 1학년생인 이들 4000명이 가입기간을 늘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