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보복, 유럽엔 구애…에어버스 항공기 370억달러어치 구매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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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대 항공사가 유럽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 292대를 370억달러(약 48조원)에 도입하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항공기 시장의 큰손인 중국이 그동안 자국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던 미국 보잉을 버린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는 '바이든은 보잉의 좌절에 주목해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번 계약이 미국의 중국기업 제재에 대한 보복임을 명시했다.
A320네오는 에어버스의 주력 중형기로 최대 정원은 194명이며 통상 150~180명을 태운다. 보잉의 737맥스, 중국 상업용 항공기 제조사인 상페이가 개발한 C919 등과 경쟁하는 기종이다. 737맥스가 잇단 추락 사고로 각국에서 운행이 중단된 뒤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글로벌 수주 잔량은 7800여대로 737맥스의 4800여대를 큰 폭으로 앞섰다.
중국 항공 당국은 지난해 말 737맥스의 운항 재개를 허가했으나 항공사들은 아직 실제 노선에 투입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동방항공 소속 보잉 737-800기가 추락해 13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중국 항공사들이 에어버스를 선택하는 이유로 보잉 항공기의 안전성 우려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남방항공은 지난 5월 보잉 737맥스 100여대 도입 계약을 취소한 바 있다. 남방항공은 2024년까지 보잉 항공기 구매 계획을 181대에서 78대로 축소했다.
중국 항공산업의 부활도 대량구매의 배경으로 제시된다. 동방항공은 "중국 항공 산업이 지속 성장할 것이란 믿음에 기반해 대규모 항공기 도입에 나섰다"고 밝혔다. 에어버스는 "중국 항공시장의 긍정적인 회복 모멘텀과 발전 전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여 동안 자국 항공사들의 적자가 누적되자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1조위안 안팎의 보조금을 책정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항공사가 에어버스를 선택한 것은 성능과 안전성 등에 기반한 결정이며 보잉은 특히 중국에서 안전성 문제를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화웨이나 신장위구르 지역 기업들을 정치적인 이유로 제재해 왔다"며 "이번 대형 계약도 미국의 지정학적 조치로 시장의 신뢰와 자유무역이 손상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2018년 무역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자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때마다 보복 조치를 시사해 왔다. 2020년 10월 보잉과 록히드마틴 등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이유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자국 국민과 기업에 외국의 제재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반(反)외국제재법'을 제정했다.
중국이 맞제재 의사를 밝힐 때마다 보잉, 애플 등 중국시장 의존도가 큰 기업들이 대상으로 거론돼 왔으나 구체적인 조치는 거의 없었다. 이번 항공기 대량구매는 보복을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유럽과 반중 전선을 추진하면서 중국은 유럽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은 2020년 말 중국이 유럽 기업에 시장을 대거 개방하는 내용의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으나 이후 홍콩, 신장 등의 인권 문제가 부상하면서 실제 체결은 중단된 상태다.
보잉에 따르면 2040년까지 전 세계에서 4만3000대의 신규 항공기가 발주될 예정이며, 중국이 20%인 8700대를 차지할 전망이다. 에어버스와 보잉의 경쟁에서 당장은 에어버스가 웃었지만, 중국이 자국산 여객기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투입하고 있어 향후 중국 여객기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국유 항공기 제조업체 상페이는 지난해 3월 첫 C919 인도 계약을 동방항공과 체결했다. 현재 1000대 이상의 구매의향서(주문서)를 받은 상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보잉 앞서가는 에어버스
3일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중국 3대 국유 항공사인 동방항공, 남방항공, 에어차이나는 지난 1일 에어버스와 각각 100대, 96대, 96대의 A320네오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3사 모두 2027년까지 매년 수십 대씩 분할 도입하는 조건이다.A320네오는 에어버스의 주력 중형기로 최대 정원은 194명이며 통상 150~180명을 태운다. 보잉의 737맥스, 중국 상업용 항공기 제조사인 상페이가 개발한 C919 등과 경쟁하는 기종이다. 737맥스가 잇단 추락 사고로 각국에서 운행이 중단된 뒤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글로벌 수주 잔량은 7800여대로 737맥스의 4800여대를 큰 폭으로 앞섰다.
중국 항공 당국은 지난해 말 737맥스의 운항 재개를 허가했으나 항공사들은 아직 실제 노선에 투입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동방항공 소속 보잉 737-800기가 추락해 13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중국 항공사들이 에어버스를 선택하는 이유로 보잉 항공기의 안전성 우려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남방항공은 지난 5월 보잉 737맥스 100여대 도입 계약을 취소한 바 있다. 남방항공은 2024년까지 보잉 항공기 구매 계획을 181대에서 78대로 축소했다.
중국 항공산업의 부활도 대량구매의 배경으로 제시된다. 동방항공은 "중국 항공 산업이 지속 성장할 것이란 믿음에 기반해 대규모 항공기 도입에 나섰다"고 밝혔다. 에어버스는 "중국 항공시장의 긍정적인 회복 모멘텀과 발전 전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여 동안 자국 항공사들의 적자가 누적되자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1조위안 안팎의 보조금을 책정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에 손 벌린 중국
중국의 에어버스 항공기 대량구매는 자국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미국에 대항하는 조치이면서 유럽에 대해선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보잉은 이번 계약 직후 성명을 통해 "지정학적인 차이가 미국 항공기의 (중국) 수출을 제약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항공사가 에어버스를 선택한 것은 성능과 안전성 등에 기반한 결정이며 보잉은 특히 중국에서 안전성 문제를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화웨이나 신장위구르 지역 기업들을 정치적인 이유로 제재해 왔다"며 "이번 대형 계약도 미국의 지정학적 조치로 시장의 신뢰와 자유무역이 손상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2018년 무역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자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때마다 보복 조치를 시사해 왔다. 2020년 10월 보잉과 록히드마틴 등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이유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자국 국민과 기업에 외국의 제재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반(反)외국제재법'을 제정했다.
중국이 맞제재 의사를 밝힐 때마다 보잉, 애플 등 중국시장 의존도가 큰 기업들이 대상으로 거론돼 왔으나 구체적인 조치는 거의 없었다. 이번 항공기 대량구매는 보복을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유럽과 반중 전선을 추진하면서 중국은 유럽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은 2020년 말 중국이 유럽 기업에 시장을 대거 개방하는 내용의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으나 이후 홍콩, 신장 등의 인권 문제가 부상하면서 실제 체결은 중단된 상태다.
보잉에 따르면 2040년까지 전 세계에서 4만3000대의 신규 항공기가 발주될 예정이며, 중국이 20%인 8700대를 차지할 전망이다. 에어버스와 보잉의 경쟁에서 당장은 에어버스가 웃었지만, 중국이 자국산 여객기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투입하고 있어 향후 중국 여객기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국유 항공기 제조업체 상페이는 지난해 3월 첫 C919 인도 계약을 동방항공과 체결했다. 현재 1000대 이상의 구매의향서(주문서)를 받은 상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