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가·금리 급등'…경제위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물가 상승률이 곧 6%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다. 주가 지수가 연일 급락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가 가장 의존하는 수출조차 부진해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2022년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3%대에서 2%대로 하향 조정되고, 그나마도 더욱 내려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경제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먼저 물가 상승의 요인을 살펴보자. 무엇보다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 대공황으로 치닫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을 시작으로 선진국들이 통화량을 크게 늘리고 이자율을 제로 상태, 나아가 마이너스로까지 인하하는 정책을 추진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 경제가 진정됨에 따라 통화량 증가의 억제 및 금리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지난날 통화량을 늘린 후유증이 물가 급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더해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무리하게 소득주도성장을 정책 추진함에 따라 자영업자 대량 퇴출 및 중소기업의 고용조정 등으로 급증한 실업 문제 수습을 위해 통화량을 크게 늘렸다. 게다가 2년여에 걸친 코로나19 대책에도 적지 않은 통화량을 발행했다. 문 정권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에도 저(低)요금 정책을 견지했는데,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것도 물가상승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등이 급등하고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이 충분히 유통되지 않아 곡물 가격도 뛰고 있다. 이러한 요인은 당연히 원유 및 곡물류 수입가격을 급등시켜 국내 물가 급등은 물론이요, 수입액까지 급증해 흑자구조였던 한국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바뀌고 있다. 물가 인상은 근로자의 임금인상 투쟁을 불러와 임금인상에 의한 물가 상승도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빅데이터 및 사물인터넷(IoT) 등과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분야 인력이 부족한 편이라 이러한 분야를 중심으로 인건비가 상승하는 것도 물가 급등의 한 요인이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통화량 및 금리 정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 및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8% 이상 뛴 물가를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한국에 투자된 대규모 달러 자금이 한국을 떠나 원화 가치 하락과 주가지수 급락을 부르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억제하기 위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외국인들이 투자한 달러 자산의 한국 탈출을 일정 정도 저지하고, 이에 따라 원화 가치 급락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짚어봐야 할 중요 포인트는, 일본 중앙은행이 여전히 통화량 증가와 저금리 정책을 견지해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날 몇 차례 경험한 바와 같이 엔화 가치 하락은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한국 상품의 수출 증대를 둔화시킨다. 가뜩이나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수출 상품 원가가 상승한 마당에, 엔화 약세로 인해 한국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더 약해져 수출 둔화, 나아가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원화 가치를 엔화 가치와 적절히 연동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인상됨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를 엔화 가치와 연동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다음으로는 고물가에 어떻게 대처해 갈 것인가를 검토해보자.

한국은행은 고물가 대처방안으로 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고물가를 극복하는 대처방안으로서 고금리 정책은 정석이라 할 수 있다. 통화량 증가에 의한 물가 상승분은 금리를 높여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및 식량 가격 급등에 의한 물가 상승분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으로 잡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경제를 침체로 몰아가는 역효과가 더 크다. 따라서 물가인상 대책의 하나로, 에너지 및 식량의 낭비를 대대적으로 줄이는 운동 전개가 필요하다.

그간 한국 경제는 정책적으로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해왔다. 이들 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인상해 에너지 및 식량 절약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절약형 기술을 적극 개발해 각 기업의 생산 과정에 대대적으로 활용하면 에너지 절약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한 범위에서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에너지 절약형 구조로 전환시키는 노력 역시 요구된다. 문 정권에 의해 제동이 걸린 원전의 회복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으면 에너지 수입 수요를 크게 줄이고 무역수지 적자 극복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외화 수요가 축소되면 그만큼 원화 가치 하락을 저지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상승해 한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 하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물가 인상을 막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어떻게 변화된 통상 환경에 맞추어 재구축할 것인가이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되던 글로벌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이제는 변화된 환경에 맞춰 서플라이 체인을 재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급변한 통상 환경에서는 원활한 부품류 조달에 적지 않은 비용 투입이 요구되므로, 일본 및 동남아 등 인근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이들 국가 중심으로 서플라이 체인을 재구축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에너지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곡물류는 재배에 시간이 걸린다. 이를 감안해 외화 보유고를 어느정도 풀어서라도 필요한 양을 산출해 비축해둔다면 식량의 안전 확보는 물론이요, 곡물 가격 폭등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를 엄습한 위기상황은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세계적 현상이다.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시한부적 성격의 것이다. 사태의 전개를 최대한 면밀히 예측해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히 요청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