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말 서울 도심에서 약 5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울 시내에서 열린 최대 규모 집회다. 파업을 벌인 공공운수노조에 이어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서도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 71.8%가 쟁의에 찬성해 전운이 감도는 등 ‘하투(夏鬪)’ 본격화를 예고하고 있다.

민노총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일대에서 임금·노동시간 후퇴 중단, 비정규직 철폐, 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 등을 요구하며 ‘7·2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구 삼각지까지 행진했다. 지난 4월 서울 종묘에서 4000명 규모 결의대회를 열며 시동을 건 민노총은 노동절에 전국 시위를 벌여 참여 인원을 늘렸고, 이날 관광버스를 동원해 전국 조합원을 서울로 몰고 왔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설노조, 서비스연맹 소속 등 노조원 4만9000명은 이날 세종대로 일대에 집결해 본집회를 시작했다.

이날 민노총은 체감온도 33.5도까지 치솟은 날씨 속에서 “물가 폭등 못 살겠다” “노동개혁 저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세 갈래로 나눠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벌였다.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사거리 등 주변 일대는 일반 보행자와 시위대, 차량이 뒤엉키며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집회로 세를 과시한 민노총은 대정부 투쟁과 부문별 파업 등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속노조 산하 현대자동차 노조는 4년 만에 파업을 저울질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직원으로 구성된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초부터 파업 중이다. 한국타이어에선 지난달 폭력 사태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임금협상이 진행 중인 한국타이어 지부의 분쟁에도 개입을 지속하는 등 호시탐탐 전선을 넓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달 파업을 벌여 조 단위 손실을 볼모로 ‘안전운임제 연장’ 등을 이끌어낸 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쿠팡에서 폭염 대책을 요구하며 본사를 점거 중이며, 하이트진로 공장에서도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