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후반기인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민주당의 중점 추진 법안들에 제동을 걸기 일쑤였다. 19대 국회 후반기에는 이상민 법사위원장(민주당)이 여야 합의 법안들 심사를 거부하면서 본회의에 직권 상정되는 일도 있었다.
법사위 기능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법원과 법무부, 대검찰청 등의 업무를 관할하고, 관련 법안을 심의·처리하는 상임위 고유의 역할이다. 또 하나는 국회법 86조에 규정된 대로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 체계·자구 심사를 하는 것이다.
법사위가 ‘상원’이란 소리를 듣고 월권 시비가 붙는 이유는 법사위원장이 이런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86조의 취지는 다른 법안과의 충돌 여부를 살펴보고 잘못된 문구를 바로잡는 것이지만, 법사위원장은 툭하면 본인 또는 소속 정당의 뜻을 관철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법사위가 법안 처리의 최종 관문 역할을 하는 바람에 여야는 원 구성 때마다 위원장 자리를 놓고 대립했다. 그럼에도 2000년대 들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나눠 맡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까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하려다가 원 구성이 한 달 넘게 지연됐다. 막판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돌려주되 원 구성과 관련 없는 ‘검수완박’ 관련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 취소를 내걸면서 더 꼬였다.
여야는 법사위 역할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해왔다. 그간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입법조사처에 맡기는 방안 등도 검토했지만, 위원장을 맡은 당이 반대하면서 매번 수포로 돌아갔다. 법률 전문가가 많지 않던 시절인 1951년에 만들어진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아직도 유지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