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든 그레이스(34·사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표하는 골프 선수다. 하지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PGA투어에서 뛴 그는 10년 동안 딱 두 번 우승했고, 벌어들인 상금도 1222만달러(약 158억원)에 그쳤다. 우승한 대회도 RBC헤리티지(2016년), 푸에르토리코오픈(2021년)으로 ‘A급 대회’는 아니었다.

그랬던 그레이스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을 등에 업고 신설된 골프 리그에서 ‘벼락 부자’가 됐다. 3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프킨 리지GC(파72)에서 끝난 리브(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포틀랜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줄인 그는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정상에 올라 우승상금 400만달러(약 51억9000만원)를 거머쥐었다. 여기에 헨니 두 플레시(26), 루이 우스트히즌(40), 샬 슈워츨(38·이상 남아공)과 한 팀으로 나선 단체전에서도 2위에 올라 37만5000달러를 따로 챙겼다. 단체전 순위는 별도의 경기 없이 팀 소속 선수들의 스코어를 합산해 매긴다.

1차 대회에서 3위를 기록한 그레이스가 이번 2차 대회까지 모은 돈은 660만달러(약 85억6600만원)에 이른다. PGA투어 통산 상금의 절반이 넘는다. PGA투어 자격을 포기하고 합류하는 대가로 LIV 시리즈로부터 별도로 받은 계약금은 뺀 금액이다. 세계랭킹 128위인 그는 지난 한 달간 가장 많은 상금을 번 골프 선수가 됐다.

그레이스의 우승으로 1차 대회 우승자 슈워츨에 이어 남아공 선수가 두 대회 연속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리그 흥행을 위해 활약해야 할 스타 선수들의 성적은 저조하다. LIV 시리즈 참가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은 더스틴 존슨(17위·38·미국)은 2라운드까지 2타 차 공동 선두로 나섰으나 최종일에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4위다. 존슨은 패트릭 리드(32), 테일러 구치(31), 팻 퍼레즈(46·이상 미국)와 팀을 이룬 단체전에서 우승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단체전 우승팀 선수들은 상금으로 75만달러씩 받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