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김앤장 경력 '두 줄'에…권익위 "부실제출" 제동(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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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받은 직원은 국조실 과장급…전현희 "개선방안 강구하라"
'불편한 동거' 총리실·全 충돌…총리실 "로펌고문 업무, 사건 변호와 달라"
권익위,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 작성 지침 마련해 각 기관에 보내기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총리 취임 직전까지 김앤장 법무법인에서 고문으로 일한 내용을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과장급 직원에게 단 '두 줄'로 보고한 것을 두고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가 부적절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로펌 고문이라는 업무 특성상 개별 사건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기 어렵다는 것이 총리실의 설명이지만,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부실한 자료제출"로 규정하며 개선책을 요구하는 등 양측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여권이 전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과 맞물려 이번 사안에 대한 총리실과 권익위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3일 국무조정실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 등에 따르면 한 총리는 지난달 20일 국무조정실 법무감사에게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서'를 제출했다.
내역서는 한 총리가 구술한 내용을 비서실이 적고, 한 총리가 서명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한 총리는 A4 용지 한 장인 이 내역서의 '대리, 고문·자문 등' 영역에 2017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년 3개월 간 김앤장에서 근무한 내용을 적어냈다.
여기에는 ▲ 국제 통상환경, 주요국 통상정책 연구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 주요국 경제 변화에 따른 국내 경제정책 방향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이라고 두 줄만 기술됐다.
어느 사건에 의견 제시를 했는지나 어떤 협력활동을 했는지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작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한 활동도 '이사회 참석 상정안건 검토·분석 등'이라고만 기술됐다.
이에 이해충돌방지법 주무 부처인 권익위에서는 한 총리의 자료제출이 무성의하다는 비판과 반발이 터져나왔다.
전 위원장은 업무내역서 내용이 지난달 28일 언론에 보도되자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국무총리가 부실한 자료를 냈다"며 직원들에게 "개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질책성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자는 임용 전 2년 안에 고문이나 자문을 제공한 법인이 자신의 현재 직무와 관련이 생기면 14일 안에 신고하고 관련된 직무를 맡지 않아야 하는데, 이 규정을 한 총리가 잘 지켰는지 점검하려면 김앤장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간접적으로라도 알아야 한다는 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일반에는 공개하지 않더라도 내부에는 상세히 내용을 제출해야 이해충돌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이르면 이번 주(4∼8일) 초에 고위공직자의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 작성 지침을 만들어 각 기관에 보내기로 했다.
이 지침에는 현재 이해충돌방지법상 활동 내역서의 '제출'과 '공개'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고위공직자들이 법의 취지에 맞춰 충실하게 활동 내역을 기술하라는 내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국무총리 비서실은 한 총리가 김앤장에서 맡은 일의 성격상 상세한 개별 사건 내용이 아닌 '업무 개요'를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비서실 관계자는 "한 총리는 김앤장에서 특정 사건의 변호인으로 일한 것이 아니다.
변호인 업무와 고문 업무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과 관련해 한 총리에게 의견을 구하면 답해주는 식으로 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의 김앤장 고문활동이 이해충돌 위험이 있다는 점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지적됐다.
당시에도 한 총리는 김앤장 업무내용에 대해 '2019년 5월 홍콩 라운드테이블' 등 4개 간담회에 참석했다고만 설명해 야당 청문위원들로부터 불성실한 답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해충돌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자세한 근무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이와 관련,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 후 동행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근무내용 제출은) 법률에서 정한 대로 할 것이다"라면서도 "법률에서 정한 게 언론이 보기에 충분한지는 언론의 아규(argue·논쟁) 포인트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관가 일각에서는 여권과 전 위원장의 '불편한 관계'가 권익위의 이번 사안 대응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추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의원 출신인 전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약 한 달이 된 지난달 13일부터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는 통보를 받고 회의에 못 나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 위원장이 이번 이해충돌방지법 이슈를 통해 현 정부 임명 공직자인 한 총리와 확실하게 각을 세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제도상의 미비점도 개선 사항으로 거론된다.
현 기관장이 자신의 소속 기관 이해충돌방지 담당관에게 자료를 제출토록 돼 있는 것 자체가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인 셈이다.
실제 이번에 한 총리가 서류를 제출한 국무조정실의 이해충돌 방지 담당관은 과장급 법무감사다.
이론상으로는 기관장이 제출한 내용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담당관이 당사자에게 보완을 요청할 수 있지만, 과장급 직원이 국무총리에게 보완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기관장의 이해충돌 관련 내용은 해당 기관이 아니라 권익위에 신고·신청·제출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한 총리 취임 직전인 5월 17일 발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불편한 동거' 총리실·全 충돌…총리실 "로펌고문 업무, 사건 변호와 달라"
권익위,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 작성 지침 마련해 각 기관에 보내기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총리 취임 직전까지 김앤장 법무법인에서 고문으로 일한 내용을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과장급 직원에게 단 '두 줄'로 보고한 것을 두고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가 부적절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로펌 고문이라는 업무 특성상 개별 사건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기 어렵다는 것이 총리실의 설명이지만,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부실한 자료제출"로 규정하며 개선책을 요구하는 등 양측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여권이 전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과 맞물려 이번 사안에 대한 총리실과 권익위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3일 국무조정실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 등에 따르면 한 총리는 지난달 20일 국무조정실 법무감사에게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서'를 제출했다.
내역서는 한 총리가 구술한 내용을 비서실이 적고, 한 총리가 서명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한 총리는 A4 용지 한 장인 이 내역서의 '대리, 고문·자문 등' 영역에 2017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년 3개월 간 김앤장에서 근무한 내용을 적어냈다.
여기에는 ▲ 국제 통상환경, 주요국 통상정책 연구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 주요국 경제 변화에 따른 국내 경제정책 방향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이라고 두 줄만 기술됐다.
어느 사건에 의견 제시를 했는지나 어떤 협력활동을 했는지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작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한 활동도 '이사회 참석 상정안건 검토·분석 등'이라고만 기술됐다.
이에 이해충돌방지법 주무 부처인 권익위에서는 한 총리의 자료제출이 무성의하다는 비판과 반발이 터져나왔다.
전 위원장은 업무내역서 내용이 지난달 28일 언론에 보도되자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국무총리가 부실한 자료를 냈다"며 직원들에게 "개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질책성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자는 임용 전 2년 안에 고문이나 자문을 제공한 법인이 자신의 현재 직무와 관련이 생기면 14일 안에 신고하고 관련된 직무를 맡지 않아야 하는데, 이 규정을 한 총리가 잘 지켰는지 점검하려면 김앤장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간접적으로라도 알아야 한다는 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일반에는 공개하지 않더라도 내부에는 상세히 내용을 제출해야 이해충돌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이르면 이번 주(4∼8일) 초에 고위공직자의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 작성 지침을 만들어 각 기관에 보내기로 했다.
이 지침에는 현재 이해충돌방지법상 활동 내역서의 '제출'과 '공개'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고위공직자들이 법의 취지에 맞춰 충실하게 활동 내역을 기술하라는 내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국무총리 비서실은 한 총리가 김앤장에서 맡은 일의 성격상 상세한 개별 사건 내용이 아닌 '업무 개요'를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비서실 관계자는 "한 총리는 김앤장에서 특정 사건의 변호인으로 일한 것이 아니다.
변호인 업무와 고문 업무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과 관련해 한 총리에게 의견을 구하면 답해주는 식으로 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의 김앤장 고문활동이 이해충돌 위험이 있다는 점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지적됐다.
당시에도 한 총리는 김앤장 업무내용에 대해 '2019년 5월 홍콩 라운드테이블' 등 4개 간담회에 참석했다고만 설명해 야당 청문위원들로부터 불성실한 답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해충돌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자세한 근무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이와 관련,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 후 동행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근무내용 제출은) 법률에서 정한 대로 할 것이다"라면서도 "법률에서 정한 게 언론이 보기에 충분한지는 언론의 아규(argue·논쟁) 포인트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관가 일각에서는 여권과 전 위원장의 '불편한 관계'가 권익위의 이번 사안 대응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추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의원 출신인 전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약 한 달이 된 지난달 13일부터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는 통보를 받고 회의에 못 나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 위원장이 이번 이해충돌방지법 이슈를 통해 현 정부 임명 공직자인 한 총리와 확실하게 각을 세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제도상의 미비점도 개선 사항으로 거론된다.
현 기관장이 자신의 소속 기관 이해충돌방지 담당관에게 자료를 제출토록 돼 있는 것 자체가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인 셈이다.
실제 이번에 한 총리가 서류를 제출한 국무조정실의 이해충돌 방지 담당관은 과장급 법무감사다.
이론상으로는 기관장이 제출한 내용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담당관이 당사자에게 보완을 요청할 수 있지만, 과장급 직원이 국무총리에게 보완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기관장의 이해충돌 관련 내용은 해당 기관이 아니라 권익위에 신고·신청·제출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한 총리 취임 직전인 5월 17일 발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