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거장 피터 브룩이 9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가디언, 일간 르몽드 등 외신은 3일(현지시간) 피터 브룩이 오랫동안 거주해온 프랑스에서 영면에 들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 출신 피터 브룩은 1974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런던, 파리 등 전 세계를 무대 삼아 활동했다. 현대 공연계 혁명으로 불리는 그는 약 70년간 100편에 가까운 작품을 연출했다.

17세에 연극 감독으로 데뷔해 92세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았던 그는 고전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탁월한 능력으로 전 세계에서 칭송받았다.

옥스퍼드 대학 재학 시절인 1943년 '닥터 파우스투스' 연출로 데뷔해 20대 초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 조연출을 거쳐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상임 연출가로서 오페라를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피터 브룩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파격적으로 연출해 '혁신적인 연출가'로 명성을 떨쳤다.

1962년 '리어왕'에서는 리어를 가련한 백발의 가부장적인 노인으로 해석에 무대에 올렸고, 1971년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전통적인 숲 대신 하얀 박스형 무대에 철사로 숲을 만들어 표현했다. 1985년에 선보인 '마하바라타'는 16개국 25명 출연, 9시간에 달하는 공연 시간으로 놀라움을 안겼다.

50년간 파리에 있는 자신의 극장에서 활동하면서 전 세계에서 투어 공연을 가졌던 그는 한국에서도 LG아트센터의 초청으로 2010년 '11 그리고 12'와 2012년 '마술피리'를 선보인 바 있다.

앞서 피터 브룩은 저서 '빈 공간'에 "비어있는 어떠한 공간이라도 나는 무대라고 부를 수 있다"면서 "어떤 사람이 지나가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바라본다면 그것으로 연극이 시작되기에 충분하다"고 썼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SNS를 통해 "브룩은 극장에 가장 아름다운 침묵을 선사한 연출가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물려줬다"고 추모했다.

한편, 피터 브룩은 1951년 배우였던 아내 나타샤 패리와 결혼해 감독 겸 배우인 딸 이리나와 다큐멘터리 감독인 아들 사이먼을 두고 있다. 나타샤 패리는 2015년 세상을 떠났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