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라 테라퓨틱스가 먹는(경구용) ‘디페리케팔린’에 대한 유전성 국소 소양증(NP) 임상 2상에 성공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유전성 국소 소양증은 만성 소양증 중 하나로 주로 어깨 뼈 근처에서 일어나는 국소 가려움증 질환이다. 척추 신경 이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심해지면 통증 및 감각 이상과 함께 피부 민감성이 극심해지는 감각 과다가 동반되기도 한다.

카라는 미국 전체 인구 중 약 13%가 만성 소양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8%는 NP와 관련있는 것으로 본다. 디페리케팔린은 말초신경계에 있는 ‘카파’ 아편 수용체를 표적해 감각신경 활성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다. 현재 NP에 승인된 치료법은 없다. 항히스타민제 및 국소 스테로이드 등이 처방되지만 큰 효과가 없다는 게 카라 측의 설명이다.

이번 2상은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방식으로 다기관에서 이뤄졌다. 8주간 약 120명의 중등도 및 중증 NP 환자에게 경구 디페리케팔린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환자들은 디페리케팔린 2mg(1일 2회) 치료군 또는 위약군에 배정됐다.

1차 유효성 평가변수는 ‘최악의 가려움증 숫자 등급 척도(WI-NRS)’의 개선도였다. 기타 평가변수에는 WI-NRS가 4점 이상 개선된 응답자 비율과 함께 가려움 관련 삶의 질 점수, 안전성 평가가 포함됐다.

임상 결과 1차 평가변수의 P값이 0.001로 나타났다. 통상 P값이 0.05 미만이면 임상이 성공했다고 본다. 치료 1주차부터 유의미한 개선이 관찰돼 8주차까지 지속됐다. WI-NRS가 4점 이상 개선된 환자 비율도 치료군 41%와 위약군 18%로 치료군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P값은 0.007이었다.

내약성도 우수했다는 설명이다. 위약군 대비 치료군 환자에게서 더 많이 보고된 이상반응 중 가장 흔한 것은 메스꺼움과 두통, 현기증, 변비, 소변량 증가였다.

마크 레브월 아이칸 의대 수석 연구원은 “이번 임상은 감각 장애 관련 가려움증에 대한 첫 번째 치료법으로서 경구 디페리케팔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안나 곤칼베스 카라 최고의료책임자(CMO)는 “감각 이상 관련 가려움증 치료에서 경구 디페리케팔린의 임상적 개념 증명을 입증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데이터 분석 완료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다음 단계를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디페리케팔린은 지난해 8월 정맥주사(IV)용 요독성 소양증 치료제로 FDA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4월 ‘코수바’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출시됐다. 카라는 작년 3월 유럽 의약품청(EMA)에도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해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선 종근당이 2012년 4월 카라로부터 요독성(尿毒性) 소양증 및 수술 후 통증 치료제로 디페리케팔린의 국내 독점개발 및 판매권을 들여왔다. 종근당은 카라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2012년 5월 카라에 투자를 시작해 올 3월 말 기준 0.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카라는 NP 외에도 디페리케팔린으로 만성신장질환(CKD) 및 아토피성 피부염(AD), 원발담즙성담관염(PBC)으로 인한 피부염 등에 대한 경구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