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패션업체 쉬인 홈페이지.
중국 패션업체 쉬인 홈페이지.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패스트패션 플랫폼 ‘쉬인(Shein)’에 대한 표절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 싼값에 판매하는 글로벌 패스트패션 시장에서 초고속 성장, 10여 년 만에 기업가치 1000억달러(약 130조원)을 달성했지만 최근 3년간 50여 건의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쉬인을 상대로 최근 3년 동안 제기된 상표권 및 저작권 침해 소송이 미국 법원에서만 50건 이상 확인됐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의류기업 랄프로렌, 선글라스 회사 오클리와 같은 대기업부터 영세업체,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회사와 개인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스투시는 자사의 상표가 붙은 상품이 쉬인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피해를 봤다. 쉬인은 록그룹 너바나의 앨범 커버 이미지를 도용한 제품을 팔다가 너바나 측과 올해 초 비공개 합의하기도 했다. 신진 디자이너들도 소셜미디어 등에서 쉬인이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쉬인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는 경쟁사에 비해서도 상당히 많다는 게 중론이다. WSJ가 미국 법원에서 2019년 이후 제기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분석한 결과 쉬인이 피소된 소송 건수는 스웨덴 기업 H&M의 열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잔 스카피디 미국 포덤대 로스쿨 교수는 “남의 디자인 등을 무단으로 베끼는 기업들은 소송 위험마저 사업의 일부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쉬인은 “표절은 계약 업체의 잘못일 뿐 판매 플랫폼인 쉬인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 설립된 쉬인은 하루에만 6000개가량의 신상품을 싼값에 선보여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의 값싼 인건비 등을 적절하게 활용,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쉬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100억달러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250% 폭풍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보다 60% 늘어난 160억달러를 기록했다.

비상장사인 쉬인은 지난 4월 10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패스트패션업계 경쟁사인 H&M과 자라의 시가총액을 합쳐도 쉬인의 기업가치에 미치지 못한다.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의 시총도 쉬인보다 작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