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클럽헤드에 정타로 맞는 순간, 클럽을 쥔 손으로 찰진 ‘손맛’이 전해진다. 공이 멀리 똑바로 갔는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클럽이 손바닥에 찰싹 붙는 듯한 타구감을 느껴본 골퍼들은 한 번쯤 말했을 듯싶다. “이 맛에 골프 치지!”

골프용품사들이 클럽의 타구감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손맛’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진짜 손맛을 만드는 주인공은 타구음, 바로 소리라는 점이다.

골프용품사 미즈노는 2007년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헤드폰으로 귀를 막은 상태에서 샷을 하며 타구감을 측정한 것이다. 골퍼들이 클럽을 선택하는 요소인 타구감과 타구음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소리를 차단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스위트 스폿’을 맞혀도 특유의 찰진 느낌이 손으로 전달되지 않았다. 소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음의 고저, 크기, 음색, 울림이다. 이 가운데 타구감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울림이었다. 미즈노 관계자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아이언의 타구음 울림이 길수록 타구감이 좋다는 반응이 나왔다”며 “울림의 길이가 타구감을 결정짓는 최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클럽헤드 뒷면의 움푹 파인 부분인 캐비티에 장식 배지가 붙어 있거나, 복합재료로 만들어졌거나, 용접라인이 있을 경우 타구감이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과 클럽헤드가 만나는 순간 만들어지는 소리의 크기와 울림이 줄어들면서 여운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한국 골퍼들은 유독 타구감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새로운 트렌드에 열려 있는 한국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골프용품사들은 타구감을 더 높일 수 있는 클럽 개발에 힘쓰고 있다. 미즈노는 아이언의 소리를 설계하는 독자 기술인 ‘하모닉 임팩트 테크놀로지(HIT)’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아이언의 음색을 수십Hz(헤르츠) 단위로 조정한다. ‘그레인 플로우 포지드’ 제조법도 타구감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페이스와 넥이 하나로 이뤄진 일체형 디자인으로, 금속 조직의 흐름인 단류선이 넥 부분에서 끊기지 않아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타구감을 만들어낸다.

야마하골프는 강점인 타구음을 바탕으로 타구감까지 더하는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야마하골프 리믹스(RMX) 포지드 아이언의 백페이스 가운데에 있는 ‘리브(RIB)’가 오랜 연구의 결과물이다. 이 부분이 타격의 진동을 억제해 깊이 있는 타구감을 구현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