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20.6%, 29.5% 하락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증시에서 발을 빼는 투자자도 느는 분위기다.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이런 장세에도 수익을 내기 위해 틈새 투자처를 찾고 있다. 시장의 ‘공포’를 반영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에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해 ‘공포를 사는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락세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에도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위험을 분산·회피하는 용도로만 활용할 것을 권했다.

○공포를 사라

VIX는 시카고선물거래소 S&P500지수 선물옵션 상품의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수다. 미국 증시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공포지수’라고도 불린다. VIX가 높아졌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와 매도세가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VIX가 30을 넘어가면 변동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VIX는 우크라이나전쟁 시작 직후인 3월 7일 36.45까지 뛰면서 연중 고점을 찍었다. 이후 안정세를 보이다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Fed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지난 6월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금리 인상을 앞두고 지난달 13일 34.02까지 치솟았다.

VIX가 상승하면서 이에 기반한 ETF·ETN 상품은 최근 증시 혼조세에도 수익을 내고 있다. VIX를 1.5배 추종하는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VIX 단기선물 ETF(UVXY)’는 최근 1개월(6월 6일~7월 1일)간 6.15% 수익률을 기록했다. ETN 상품인 ‘바클레이스 아이패스 시리즈B S&P500 VIX 단기선물 ETN(VXX)’도 2.32% 수익을 거뒀다.

서학개미들 역시 최근 변동성이 심해진 장을 노리고 VIX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국내 투자자들은 UVXY를 7318만달러어치 사들였다. 금액 기준 상위 17위를 차지했다.

해외 투자 상품은 세금 부담이 크다. 이 경우 국내 시장에 상장된 VIX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내에는 VIX를 추종하는 ‘신한 S&P500 VIX S/T 선물 ETN’ ‘QV S&P500 VIX S/T 선물 ETN’ ‘삼성 S&P500 VIX S/T 선물 ETN(H)’ 3종이 상장돼 있다. 세 상품은 1일 기준 1개월 수익률이 각각 14.54%, 14.66%, 9.94%를 기록했다. ‘삼성 S&P500 VIX S/T 선물 ETN(H)’은 환헤지형 상품으로 최근 달러 강세 혜택을 받지 못해 비교적 저조했다.

전문가들은 VIX 상품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단기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VIX 관련 상품들은 모두 선물 관련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롤오버(선물 재매수)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들고 있다면 롤오버 비용이 누적돼 이익은커녕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17년 VIX가 14.1% 하락하는 동안 VIX ETN 상품은 평균 70.6% 떨어졌다.

○하락세 베팅도 대안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또 다른 대표적 상품으로는 인버스 ETF를 들 수 있다. S&P500지수를 역으로 1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쇼트 S&P500 ETF(SH)’는 최근 한 달 7.01% 수익을 냈다. 이 ET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20.6%에 달한다. 나스닥100지수를 역으로 1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쇼트 QQQ ETF(PSQ)’도 같은 기간 7.75%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투자운용사인 프로셰어즈는 최근에는 비트코인 하락 시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도 출시했다.

국내 시장에 상장된 인버스 ETF들도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1개월간 ‘TIGER S&P500 선물 인버스’는 10.40%,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인버스(H)’ 10.61%, ‘ARIRANG 신흥국 MSCI 인버스(합성H)’는 7.30%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인버스 ETF 역시 장기 투자보다는 시장이 불안할 때 단기적인 위험 분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한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버스 상품은 횡보장보다 하락 추세가 확실한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장기 보유보다는 단기 방향성 매매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효과적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