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30명 중 여자는 나 혼자"…한국 IT 업계 뒤집은 개발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글로벌 IT 시상식서 한국 최초 '1위'
장진수 LG유플러스 네트워크빅데이터엔지니어링팀 팀장
2002년 입사 이후 20여년간 여성 개발자로써 분투
'우먼 인 IT 어워즈'서 '올해의 데이터 리더' 첫 수상 결실
장진수 LG유플러스 네트워크빅데이터엔지니어링팀 팀장
2002년 입사 이후 20여년간 여성 개발자로써 분투
'우먼 인 IT 어워즈'서 '올해의 데이터 리더' 첫 수상 결실
“신입사원 30여 명 중 여자는 저 혼자였어요.”장진수 LG유플러스 네트워크빅데이터엔지니어링팀 팀장(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LG텔레콤(LG유플러스 전신) 입사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장 팀장은 입사 이후 20여년간 네트워크와 데이터 개발에 몰두해 온 ‘1세대 여성 정보기술(IT) 개발자’다.
장 팀장은 한국인 최초로 지난달 말 영국 미디어 그룹 본힐(Bonhill) 주관으로 열린 ‘우먼 인 IT 어워즈(Women In IT Awards)’의 아시아 지역 부문 ‘올해의 데이터 리더(Data Leader of the Year)’로 선정됐다. 장 팀장은 지난해 고객센터 네트워크 품질 대응 시간을 최대 1일에서 1분으로 단축한 NRAP(실시간 네트워크 분석 플랫폼) 개발을 위해 협업한 데이터 클라우드 업체 클라우데라의 추천으로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 장 팀장의 수상 소식은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글로벌 시상식에서 한국인 여성 개발자가 회사나 단체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1위를 거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매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기업에 종사하는 전 세계 여성 개발자를 대상으로 각 분야에서 1년간 가장 두드러진 사업 성과를 거둔 인물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장 팀장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개발자로 성장하기까지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과거 ‘남초사회’였던 국내 IT 업계에서 ‘여성 개발자’인 장 팀장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그다지 곱지 못했던 탓이다. 그는 “지금은 개발자 중 20%가량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 인력이 많이 늘어났지만 입사 초인 2000년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며 “벤더사(협력사) 등과의 미팅 자리에 나가면 첫 만남부터 제가 사업 담당자인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탐탁지 않아 하는 시선이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 팀장이 택한 방법은 ‘정공법’이었다. 다른 남성 개발자들처럼 성과로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이 뛰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성 개발자는 일을 잘하지 못할 것’이란 외부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며 “본업인 개발은 물론 개발자들이 맡길 꺼리는 사업 운영, 구매 등 다양한 분야를 도맡아 했고 성과를 내면서 외부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 팀장의 부단한 노력은 수상의 큰 밑거름이 됐다. 현재 장 팀장은 LG유플러스의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무궁무진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관제와 분석부터 솔루션 개발 등 각종 사업의 기반을 책임지고 있다. 장 팀장이 총괄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LG유플러스가 2020년 선보인 ‘NMS 3.0’ 고객 데이터 기반 서비스감시 개발이다.
장 팀장은 “NMS 3.0은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최초로 유무선 8개 망을 통합해 네트워크 시스템의 장애와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AI와 소프트웨어·시스템통합 기업인 코마치의 AI를 통해 네트워크 장애 원인과 품질을 예측하고 고객 불만 원인을 검출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애 조치 가이드를 제공하는 자동화 과제 개발 등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장 팀장은 향후 데이터 아키텍처(설계구조) 고도화 및 보안 문제로 도입이 어려운 데이터의 클라우드 전환 등 신사업 분야 개발에 도전할 계획이다. 장 팀장은 IT 개발자를 꿈꾸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개발자는 발전 분야가 무궁무진한 기술로 세상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업을 하는 멋진 직업”이라며 “넓은 시야로 IT 분야에 대해 폭넓은 인사이트를 갖춰 나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갖췄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