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바이오메디컬 상장심사 자진철회…그 배경은?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지난 달 30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지난해 11월 상장심사를 신청한 뒤 8개월 만이다. 업계는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인 내시경 지혈제(넥스파우더)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심사를 자진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제약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FDA의 허가심사 속도가 부쩍 더뎌졌다는 말이 나온다. 올 상반기 FDA가 승인한 의료기기는 총 18개다. 2020년 연간 63개, 지난해 26개 등 승인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유행의 여파 등으로 FDA 심사 여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2020년 9월 FDA에 ‘넥스파우더’에 대한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지혈제는 인체 내로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약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신청한 지 21개월이 지났지만 승인 또는 미승인 어느 쪽의 결과도 받지 못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FDA가 요구하는 보완도 모두 마쳤다”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보완이 완료된 시점에서 90일 내 결과를 통보해줘야 하는데 깜깜무소식이어서 갑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의료기기 허가 심사는 12개월 안쪽으로 이뤄진다.

내시경 지혈제 자체는 FDA의 승인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넥스파우더는 2018년 유럽의약품청(EMA)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선 재출혈 환자들에 한해 보험수가도 적용된다. 국내에선 동아에스티가, 유럽과 미국(FDA 승인 이후)에선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메드트로닉이 판매를 맡았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내시경 지혈제는 고분자 물질로 만든 가루(파우더) 형태다. 궤양 출혈이나 수술 후 봉합한 부위에서 발생하는 출혈을 막는 데 쓰인다. FDA에서 승인받은 경쟁 제품은 지금까지 2개다. 미국 의료기기 업체 쿡메디칼의 파우더형 지혈제 ‘헤모스프레이’와 미국 벤처기업 엔도클롯(Endoclot)의 제품이 각각 2019년과 2021년에 FDA 승인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헤모스프레이만 판매되고 있다.

이돈행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대표(사진)는 “경쟁사 제품은 피가 있어야만 지혈제로서 작동하는 데, 우린 출혈이 발생하지 않은 예방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경쟁 제품 대비 낮은 압력으로 환부에 분사할 수 있어, 체내 피해가 적고 내시경 시술 중에도 시야 확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넥스파우더가 FDA에서 승인받는대로 기술성평가와 상장예비심사를 다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선 기술성평가에서는 2개 기관으로부터 각각 ‘A’등급을 받았다.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선 2개 평가기관으로부터 ‘A’와 ‘BBB’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한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이 대표가 2014년 설립한 회사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