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기업인 단체 '게이단렌(經團連)' 회장단과 잇따라 만나는 등 한일 양국 기업간 교류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섰다.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한일재계회의 참석차 방한한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과 만찬 회동을 했다. 이 부회장과 도쿠라 회장은 한일 기업 간 교류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쿠라 회장은 스미토모화학 회장으로서도 삼성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과거 이건희 회장 때부터 인연이 깊은 스미토모화학은 2011년 삼성전자와 함께 'SSLM(Samsung Sumitomo LED Materials)'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스미토모화학은 삼성전자에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스마트폰용 편광 필름을 공급하고 있다. '갤럭시 폴드' 등 삼성전자 제품에 스미토모 필름이 적용되기도 했다. 수출 규제가 완화되면 양사 협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날도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히가시와라 토시아키 게이단렌 부회장 겸 히타치그룹 회장과 오찬하며 양사 간 반도체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히타치는 일본 최대의 전자제품 제조사로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다.

도쿠라 스미토모 화학 회장과 히가시와라 히타치그룹 회장이 2019년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규제 대상으로 꼽혔던 삼성과 만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주요 기업과 회동이 이어지면서 이번 만남을 계기로 민간 차원의 새로운 한일 협력 관계 구축의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던 2019년 9월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일본 재계의 초청을 받아 '2019 일본 럭비 월드컵' 개회식과 개막전을 참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도 긴밀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2013년, 2014년, 2019년 한국을 찾았을 때 이 부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매년 봄 일본의 주요 고객사들을 방문해 신춘 인사회를 하기도 하고 일본의 유력 부품·소재 기업들과도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993년 고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하며 출범시킨 일본 핵심 전자부품 업체들과의 협력체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회원사들과도 지속해서 교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쿠라 마사카즈(왼쪽) 게이단렌 회장 겸 스미토모화학 회장과 히가시와라 토시아키 게이단렌 부회장 겸 히타치그룹 회장 [사진=삼성전자]
도쿠라 마사카즈(왼쪽) 게이단렌 회장 겸 스미토모화학 회장과 히가시와라 토시아키 게이단렌 부회장 겸 히타치그룹 회장 [사진=삼성전자]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폭넓은 일본 네크워트는 재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최근 한일관계 개선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는 분위기인데 이 부회장이 경제 분야 민간 외교관으로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946년 설립된 게이단렌은 일본 기업 1494개가 가입한 자국 내 최대 경제단체다.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 등 주요 업종 108개 단체 및 지방 경제단체 47개 등으로 구성됐다. 게이단렌은 회원 기업간의 이견 조정은 물론 일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조언 역할도 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