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한식 불모지’인 유럽 공략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유럽 현지에서 플랫폼 업체와의 협업뿐 아니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미국에서 보여준 ‘비비고 신화’를 유럽까지 이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CJ제일제당 "K푸드 불모지 유럽서도 비비고 신화"
CJ제일제당은 최은석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럽 중장기 성장 전략 회의’를 독일에서 열고 유럽 식품사업 매출을 2027년까지 5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5일 발표했다.

2018년 유럽에 진출한 CJ제일제당의 올해 관련 시장 매출은 600억원 수준이다. 이를 5년 내 8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유럽은 국가별 식문화와 유통 환경이 다른 데다 가공식품 기술력이 뛰어나 국내 식품업체들이 공략하기 쉽지 않은 시장으로 꼽힌다.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에까지 ‘K푸드’의 영역이 확대됐지만 유럽은 아직 불모지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유럽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현지화를 통해 공략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미국에서 ‘비비고’ 브랜드로 성공한 경험이 유럽 시장으로의 영역 확장 도전에 원동력이 될 것으로 식품업계는 분석한다.

CJ제일제당의 미국 매출은 2019년 2조6756억원에서 지난해 3조3743억원으로 불어났다. 올 1분기 매출도 9153억원에 달해 올해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 대표는 “런던, 파리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비비고 제품을 카트에 담는 소비자들을 보며 가능성을 느꼈다”며 “유럽을 빼고는 글로벌 전략이 완성되지 않는 만큼 유럽 시장을 위한 퀀텀 점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이 유럽 시장에 내놓을 제품은 만두와 가공밥, 한식 치킨 등이다. 현지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동남아식 롤’도 포함한다. 이를 통해 아시안 푸드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만두와 롤, 딤섬 등을 아우르는 이른바 ‘랩푸드’ 시장 1등에 도전할 계획이다.

유럽 시장 공략은 지난 5월 설립한 영국 법인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다양한 플랫폼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비비고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유통채널에 하반기에 입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인수한 독일 냉동식품 기업 마인프로스트와 올초 준공한 베트남 키즈나공장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