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5일 언론과 야당이 제기하는 부실 인사검증 논란에 대해 “전(前)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냐”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박순애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후보자들은 부실 인사,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자 불쾌한 내색으로 이같이 말했다. ‘반복되는 문제들은 사전에 검증 가능한 부분이 많았다’는 지적에는 “다른 정권과 한번 비교해보라.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다른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집무실로 올라갔다. 일문일답 시간은 15초 정도로 통상적인 도어스테핑 시간보다 짧았다. 부실 인사검증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이어진 박 부총리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며 “소신껏 잘하라”고 당부했다. 박 부총리를 향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언론과 야당의 공격’으로 인식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들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발끈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고위급 인사인데 자기가 본인 욕을 한 것”이라고 했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심을 완전히 무시하는 황당무계한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여당에서도 자성론이 나왔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장관 임명이 더 미뤄지면 국정에 혼란이 오지 않겠느냐’ ‘검증 책임을 다하지 않은 민주당도 책임이 있지 않으냐’ 등의 변명은 민주당이 여당 시절 똑같이 반복한 변명”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윤석열 선거캠프에서 청년 보좌역을 지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부실 인사검증 논란에 대해 “인사와 관련해 여러 잡음, 지적, 비판을 잘 듣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부총리 수여식에서 나온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선 “그동안 마음고생이 있었을 테니 위로하는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