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부상한 것은 지난달 30일 5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가 발표된 이후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에 참고하는 근원 PCE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어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가격 등락폭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는 지난 5월 전년 동기 대비 4.7% 상승했다. 2월(5.3%) 이후 3개월째 상승폭이 줄어든 데다 월가 전망치(4.8%)도 밑돌았다.

더블라인캐피털은 “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기준으로 정점을 지났다”고 평가했다. 컨설팅 회사 RSM의 조지프 브루셀라스 이코노미스트는 “PCE 물가가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5월에 약간이나마 개선된 것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미 금융연구기관 FWD본즈의 크리스토퍼 러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상승 압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좋은 신호들이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원자재와 곡물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인플레 정점론’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 주장도 여전하다. 이번 인플레이션이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공급망 충격으로 촉발된 만큼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최소한 올여름까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하더라도 교통 비용, 건강 보험료 등이 오르고 있어서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월 6.0%에서 9월 6.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연말에 고점을 찍고 내년 12월에야 Fed 목표치인 2.4%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물가 상승세는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와 비슷하다”며 “인플레이션이 기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제프리 로치 LPL파이낸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를 덮친 공급망 충격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여행 관련 수요가 늘면서 외식과 숙박 등의 가격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