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물 '뒤틀린 집' 음악감독…"공포 형식 빌린 잔혹극"
첫 영화음악 윤상 "스토리 방해 않고 제 역할 했으면"
싱어송라이터 윤상이 영화음악 감독으로 데뷔했다.

1988년 김현식 4집 앨범 수록곡 '여름밤의 꿈' 작곡으로 대중음악계에 이름을 알린 지 34년 만이다.

첫 영화음악 작업은 강동헌 감독의 공포영화 '뒤틀린 집'이다.

윤상은 5일 오후 시사회에 이어진 간담회에 참석해 "강동헌 감독의 '기도하는 남자'를 우연히 봤다"며 "바로 크랭크인 하는 영화가 '뒤틀린 집'이라고 하더라. 감독님이 하는 작품이면 뭐든지 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뒤틀린 집'은 산기슭 외딴집으로 이사한 가족이 불길하고 이해되지 않는 일을 잇따라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풍수지리상 대문·거실·침실 등의 방위가 뒤틀려 온갖 귀신이 모여든다는 '오귀택'을 소재로 했다.

"음악적 평가보다는 스토리를 최대한 방해하지 않고 필요할 때 제 역할을 했는지 고민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음악이 영화보다 기억에 남으면 옛날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최대한 영화 뒤에 숨고 싶었습니다.

"
첫 영화음악 윤상 "스토리 방해 않고 제 역할 했으면"
홀로 아이를 키우느라 우울증에 걸린 명혜(서영희 분)와 표절 시비에 휘말려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한 그림작가 현민(김민재). 부부는 자녀들을 데리고 옮긴 새 집에서 첫날부터 이상한 일을 겪는다.

본채와 동떨어진 창고를 중심으로 기괴한 소리가 나고 매일 끔찍한 악몽을 꾼다.

자물쇠로 굳게 잠긴 창고가 문제라고 생각한 부부는 각자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입양된 딸 희우(김보민)는 가족에게 닥친 위험을 누구보다 먼저 감지한다.

그러나 냉소적인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희우는 혼자서 전전긍긍한다.

명혜는 정신이 극도로 쇠약해져 환각과 환청을 듣다가 나중에는 완전히 미쳐버린다.

첫 영화음악 윤상 "스토리 방해 않고 제 역할 했으면"
영화는 전건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그러나 원작의 퇴마 에피소드를 줄이고, 한 가족에게 닥친 파국에 집중한다.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과 명혜의 우울증에서 벗어나려고 급하게 구한 집에서 외려 돌이킬 수 없는 고난을 마주한다.

뒤틀린 것은 집인가, 가족의 마음인가.

영화는 말초적 공포감을 심어주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입양과 육아우울증·아동학대 등 사회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윤상은 "공포라는 형식을 빌린 잔혹극"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멀쩡한 척 살고 있는 부모에게 현미경을 들이대 내면을 보여주려고 한 부분이 포인트"라며 "킬링타임용 영화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촬영부에서 주로 일하다가 2020년 첫 장편 '기도하는 남자'를 연출한 강동헌 감독은 장르영화에 대한 갈증으로 하우스 호러를 만들었다고 했다.

첫 영화음악 윤상 "스토리 방해 않고 제 역할 했으면"
강 감독은 "영화는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각적 측면을 늘 고민한다"며 "초반에 물리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하면 후반부의 감정적 체험도 좀더 늘어날 거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사실상 원톱 주연을 맡은 '호러 퀸' 서영희는 기괴한 말과 행동으로 처참히 망가지는 여성의 내면을 연기했다.

그는 "현재 엄마로 살고 있기 때문에 제가 느끼는 감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정신이 아프게 돼 오히려 자기 감정에 솔직해지는 점은 부럽더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