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활용해 작물 수확량 두 배로…'농업의 구글' 꿈꾼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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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 그린랩스 CEO 인터뷰
식량난은 최근 세계적 화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150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8% 높다. 글로벌 기후 변화로 기존 농법이 온전히 통하지 않는 가운데 물류 가치사슬까지 흔들린 영향이다.
그린랩스는 이런 농업 위기를 정보기술(IT)과 데이터로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다. 안동현 그린랩스 대표는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작물 수확량을 확 늘리고,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농산물도 줄어든다”며 “이를 통해 농민들의 소득을 끌어 올려 농업이 사양산업에서 유망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7월 출시한 이 앱은 지난달 누적 이용자가 70만명을 넘겼다. 월간활성이용자(MAU)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농가 규모가 130만 가구임을 고려하면 한국 농부 둘 중 최소한 한 명은 팜모닝을 쓰는 셈이다. “스마트폰이 있는 농부라면 모두 팜모닝을 쓴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팜모닝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단순히 웹사이트를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해 모은 정보가 아니다. 온라인엔 없는 지역별 알짜 정보를 직원들이 발로 뛰어 찾아낸 것들이 많다. 지역·작물별 보조금 데이터가 대표적이다. 농업 지원사업 일정과 자격조건, 신청 방법 등을 앱으로 알려준다. 안 대표는 “농업 지원사업은 연간 총규모가 14조원에 달하지만 중앙정부, 시·군 등 지원 주체에 따라 지원이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오프라인 벽보나 플래카드 등으로만 공지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며 “이들 정보는 직원들이 전국 300~400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관련 내용을 모은다”고 했다.
농사 커리큘럼도 인기다. 농작물 수십종에 대해 상세한 생육·환경정보를 제공한다. 농사 문외한인 기자가 ‘농사를 2~3년만 지어도 다 아는 정보일 텐데 매뉴얼까지 필요한가’라고 묻자 “농사는 10년을 지으면 딱 열 번 해본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해마다 조금씩 변하는 날씨와 주변 환경 등에 따라 작물의 성장이나 병충해 양상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농부가 두어 해 ‘학습’한 내용을 다음 해에 그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란 설명이다.
그린랩스의 작물 매뉴얼은 각종 조건을 세세히 나눠 필요한 환경 값을 알려준다. 심은 지 2.5개월 된 딸기 주변 온도를 얼마로 맞춰야 할지 오전·오후별로 나눠 알려주는 식이다. ‘딸기 생육 환경은 아침엔 7도, 낮엔 25도가 적당하다’는 식으로 표준치만 적어둔 기존 정보와 차별화했다.
안 대표는 “작물도 사람처럼 유아기와 청년기, 장년기가 있다”며 “유아기엔 더 따뜻하게 해주고,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영양을 더 주는 식으로 환경을 달리할 때 훨씬 더 잘 자란다”고 했다.
적절한 환경 값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는다. 전국 2000여 농가에 설치된 스마트팜 센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농작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했다. 1년 주기로 농사를 짓는 일반 농민들이 하기는 어려운 일들이다.
데이터로 농민들의 유통 판로도 찾아준다. 그린랩스는 농민과 기업 간 장터 ‘신선하이’를 운영한다. 농민의 작물을 직접 매입해 바이어(매입자)와 연결해주는 게 특징이다.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전문가들이 원격으로 작물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도 거친다. 이를 통하면 시간과 정보 비대칭 때문에 농민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확 줄어든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농산물 유통과정은 통상 10단계 정도를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비용 50%가 더 붙어요. 데이터 기반으로 디지털화를 하면 이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안 대표는 “농업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 방식을 어떻게 효율화할지 고민할 수 있었다”며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 농민들이 곧바로 참여할 수 없는 비대칭 유통망 등 기존엔 당연하다고 통한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서비스 대부분은 베테랑 농민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해 마련했다. 팜모닝 앱도 농민 대상 설문조사와 A/B테스트, 반응 모니터링 등을 거치며 메뉴를 구성했다.
창업 초반 인공지능(AI) 솔루션 기반 스마트팜 스타트업을 표방했다가 데이터 농업 쪽으로 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 대표는 “처음엔 스마트팜 솔루션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실제 농민들은 금융·판로 정보, 병충해 적시 처방 매뉴얼 등이 훨씬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돼 서비스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농민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신사업도 벌인다. 기성 금융기관과 제휴해 새 금융 지원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농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인 ‘대출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목표다.
농업은 작물을 길러 판매할 수 있을 때까지 수익을 낼 수 없어 1년 중 실제 매출 발생 기간이 매우 한정적이다. 이 때문에 재배 기간 돈이 필요해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제때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안 대표는 “팜모닝을 통해 쌓은 비재무적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농민 대상 금융 지원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 모델로 차차 대출 회수율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팜모닝을 ‘농민의 구글’로 키우는 게 목표다. 글로벌 사업도 벌인다. 이미 중국, 베트남 등에 스마트팜 등 일부 사업이 진출한 상태다. 연내 팜모닝 글로벌 버전 시험 가동에도 들어간다. 안 대표는 “글로벌 사업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비슷한 서비스인 미국 클라이밋은 이용자가 약 10만명. FBN은 4만명가량입니다. 세계 농업 데이터 사업자 중 그린랩스 이용자가 가장 많습니다.”
먼저 아세안 지역을 공략할 계획이다. 기업형 대농 위주인 유럽·북미와 달리 아시아는 소농이 많아 기존 팜모닝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 대표는 “그린랩스의 핵심은 정보 데이터 서비스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장비 기반 기업에 비해 글로벌 진출이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성공 레퍼런스(평판)를 쌓을 것”이라며 “전 세계 13억 농가가 쓰는 앱 서비스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그린랩스는 이런 농업 위기를 정보기술(IT)과 데이터로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다. 안동현 그린랩스 대표는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작물 수확량을 확 늘리고,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농산물도 줄어든다”며 “이를 통해 농민들의 소득을 끌어 올려 농업이 사양산업에서 유망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민 둘 중 하나는 쓰는 앱
그린랩스는 농업 데이터 플랫폼 앱인 ‘팜모닝’을 운영한다. 농작법 자료, 정부 보조금, 농산물 경매 시세, 농업 관련 영상 등 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정보를 한 앱에서 모아 제공한다.2020년 7월 출시한 이 앱은 지난달 누적 이용자가 70만명을 넘겼다. 월간활성이용자(MAU)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농가 규모가 130만 가구임을 고려하면 한국 농부 둘 중 최소한 한 명은 팜모닝을 쓰는 셈이다. “스마트폰이 있는 농부라면 모두 팜모닝을 쓴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팜모닝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단순히 웹사이트를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해 모은 정보가 아니다. 온라인엔 없는 지역별 알짜 정보를 직원들이 발로 뛰어 찾아낸 것들이 많다. 지역·작물별 보조금 데이터가 대표적이다. 농업 지원사업 일정과 자격조건, 신청 방법 등을 앱으로 알려준다. 안 대표는 “농업 지원사업은 연간 총규모가 14조원에 달하지만 중앙정부, 시·군 등 지원 주체에 따라 지원이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오프라인 벽보나 플래카드 등으로만 공지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며 “이들 정보는 직원들이 전국 300~400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관련 내용을 모은다”고 했다.
농사 커리큘럼도 인기다. 농작물 수십종에 대해 상세한 생육·환경정보를 제공한다. 농사 문외한인 기자가 ‘농사를 2~3년만 지어도 다 아는 정보일 텐데 매뉴얼까지 필요한가’라고 묻자 “농사는 10년을 지으면 딱 열 번 해본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해마다 조금씩 변하는 날씨와 주변 환경 등에 따라 작물의 성장이나 병충해 양상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농부가 두어 해 ‘학습’한 내용을 다음 해에 그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란 설명이다.
그린랩스의 작물 매뉴얼은 각종 조건을 세세히 나눠 필요한 환경 값을 알려준다. 심은 지 2.5개월 된 딸기 주변 온도를 얼마로 맞춰야 할지 오전·오후별로 나눠 알려주는 식이다. ‘딸기 생육 환경은 아침엔 7도, 낮엔 25도가 적당하다’는 식으로 표준치만 적어둔 기존 정보와 차별화했다.
안 대표는 “작물도 사람처럼 유아기와 청년기, 장년기가 있다”며 “유아기엔 더 따뜻하게 해주고,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영양을 더 주는 식으로 환경을 달리할 때 훨씬 더 잘 자란다”고 했다.
적절한 환경 값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는다. 전국 2000여 농가에 설치된 스마트팜 센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농작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했다. 1년 주기로 농사를 짓는 일반 농민들이 하기는 어려운 일들이다.
“데이터가 수확량과 직결”
이는 농가 소득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안 대표는 “환경 값을 어떻게 맞추는가에 따라 수확량이 적게는 20~30%, 많게는 두 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키와 몸무게가 거주 환경과 영양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처럼 작물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유통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환경 값이 일정하면 작물의 크기나 당도 등이 상당히 균일해진다. 무역 등 과정에서 유통 규격에 맞지 않아 버려지는 농산물을 확 줄일 수 있다.데이터로 농민들의 유통 판로도 찾아준다. 그린랩스는 농민과 기업 간 장터 ‘신선하이’를 운영한다. 농민의 작물을 직접 매입해 바이어(매입자)와 연결해주는 게 특징이다.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전문가들이 원격으로 작물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도 거친다. 이를 통하면 시간과 정보 비대칭 때문에 농민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확 줄어든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농산물 유통과정은 통상 10단계 정도를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비용 50%가 더 붙어요. 데이터 기반으로 디지털화를 하면 이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농민과 직접 소통…사업 아이템 바꿔
그린랩스를 창업한 이들은 농업 전문가가 아니다. 국내 사업을 주도하는 안 대표는 경영정보학을 전공한 ‘연쇄창업자’다. 2010년 쇼핑 플랫폼 쿠차를 창업해 1600만명이 다운로드한 서비스로 키웠고, 이후 모바일 콘텐츠 스타트업 피키캐스트 대표를 역임했다.안 대표는 “농업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 방식을 어떻게 효율화할지 고민할 수 있었다”며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 농민들이 곧바로 참여할 수 없는 비대칭 유통망 등 기존엔 당연하다고 통한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서비스 대부분은 베테랑 농민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해 마련했다. 팜모닝 앱도 농민 대상 설문조사와 A/B테스트, 반응 모니터링 등을 거치며 메뉴를 구성했다.
창업 초반 인공지능(AI) 솔루션 기반 스마트팜 스타트업을 표방했다가 데이터 농업 쪽으로 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 대표는 “처음엔 스마트팜 솔루션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실제 농민들은 금융·판로 정보, 병충해 적시 처방 매뉴얼 등이 훨씬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돼 서비스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농민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신사업도 벌인다. 기성 금융기관과 제휴해 새 금융 지원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농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인 ‘대출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목표다.
농업은 작물을 길러 판매할 수 있을 때까지 수익을 낼 수 없어 1년 중 실제 매출 발생 기간이 매우 한정적이다. 이 때문에 재배 기간 돈이 필요해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제때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안 대표는 “팜모닝을 통해 쌓은 비재무적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농민 대상 금융 지원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 모델로 차차 대출 회수율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농민의 구글 목표…글로벌 진출도”
그린랩스는 농·수·축산을 포괄하는 '슈퍼 앱'을 표방한다. 작년엔 동물 질병 예찰 기업 리얼팜을 인수해 축산업으로 사업을 넓혔다. 팜모닝에도 축산 정보 서비스를 들일 예정이다. 안 대표는 “도메인 지식을 가진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해 각 사업 영역을 넓힐 의사도 있다”고 말했다.이를 통해 팜모닝을 ‘농민의 구글’로 키우는 게 목표다. 글로벌 사업도 벌인다. 이미 중국, 베트남 등에 스마트팜 등 일부 사업이 진출한 상태다. 연내 팜모닝 글로벌 버전 시험 가동에도 들어간다. 안 대표는 “글로벌 사업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비슷한 서비스인 미국 클라이밋은 이용자가 약 10만명. FBN은 4만명가량입니다. 세계 농업 데이터 사업자 중 그린랩스 이용자가 가장 많습니다.”
먼저 아세안 지역을 공략할 계획이다. 기업형 대농 위주인 유럽·북미와 달리 아시아는 소농이 많아 기존 팜모닝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 대표는 “그린랩스의 핵심은 정보 데이터 서비스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장비 기반 기업에 비해 글로벌 진출이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성공 레퍼런스(평판)를 쌓을 것”이라며 “전 세계 13억 농가가 쓰는 앱 서비스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