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는 아이돌 전유물?…유튜버·웹툰 작가도 '나만의 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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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확장' 굿즈의 세계
구독 수입 기대던 크리에이터
'자신만의 브랜드'로 커머스 진출
굿즈 기획부터 판매까지 맡아
샌드박스, 커머스 사업 비중
전체 매출의 15~20% 달해
다이아티비, 지자체와 협업
구독 수입 기대던 크리에이터
'자신만의 브랜드'로 커머스 진출
굿즈 기획부터 판매까지 맡아
샌드박스, 커머스 사업 비중
전체 매출의 15~20% 달해
다이아티비, 지자체와 협업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영화 ‘기생충’에서 기정(박소담)이 박 사장(이선균) 집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 부른 노래다. ‘독도는 우리땅’ 멜로디를 따 개사한 이 노래는 미국에서 ‘제시카 징글’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한 미국 쇼핑몰에 노래 가사가 적힌 티셔츠가 상품으로 올라왔다. 상품 이름은 ‘제시카 외동딸(Jessica only child)’. 제시카 징글 팬덤을 노린 것이었다. 반팔 티셔츠부터 후드티, 맨투맨, 머그컵까지 노래 가사가 적혀 판매됐다.
제시카 외동딸 ‘굿즈’가 올라온 곳은 미국의 대표적 크리에이터 커머스 회사인 스프링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프링은 세계적인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와 코슬라벤처스가 투자한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크리에이터 커머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미국에선 이미 스프링을 비롯한 회사 10여 곳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맞춤형 주문 제작 시장이 크리에이터산업과 만나 큰 성장을 이룬 것이다.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캐릭터나 로고 등이 들어가 있거나, 크리에이터가 직접 기획해 제작한 상품을 찾는 팬 문화가 자리잡은 것이다. 주요 플랫폼엔 크리에이터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창구도 있다. 유튜브가 구독자 1만 명 이상 채널을 대상으로 ‘상품’ 기능을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미 샌드박스네트워크, 다이아티비 등 멀티채널네트워크(MCN)들이 소속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 다이아티비가 운영하는 다이아마켓엔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이 충북 충주시와 협력해 만든 ‘충주씨 달콤한 사과잼’, 박막례 할머니의 ‘HOT핫팩’ 등이 판매됐다. 샌드박스가 운영하는 머치머치에는 ‘초통령’이란 별명이 붙은 유튜버 도티의 슬로건이 박힌 티셔츠와 고양이 유튜버 순무농장의 폰케이스가 올라와 있다. 샌드박스 전체 매출 중 크리에이터의 IP를 활용한 커머스 사업 매출 비중은 15~20% 정도다.
크리에이터 커머스를 내세운 스타트업도 주목받고 있다. 마플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장터 ‘마플샵’, 캐릭터 작가들의 문구를 파는 핸드허그의 ‘젤리크루’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커머스 회사가 국내에 들어온 사례도 있다. 미국 리워드스타일이 크리에이터 커머스 플랫폼을 쇼핑 앱과 통합하고 ‘LTK’라는 서비스로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크리에이터들은 LTK에서 지원하는 브랜드 제품들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브랜드는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마케팅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이전까진 중앙에서 기획자가 상품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수요자가, 다시 말해 크리에이터의 팬들이 시장을 끌고가는 방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굿즈는 크리에이터의 얼굴이 들어간 폰케이스나 에코백을 만드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제 팬들은 굿즈를 세계관의 일부이자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예전엔 플랫폼이 수익을 내고 그 수수료를 크리에이터한테 주는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매출의 주체가 크리에이터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리에이터 각각이 작은 회사가 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에 서비스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수익을 나눠주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의 크리에이터 커머스 시장이 일종의 ‘과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크리에이터를 통한 IP 상품화는 이미 되고 있지만, 아직 수익 배분 모델이 완벽하게 자리잡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크리에이터가 팬들을 상대로 한 공모전을 열어 상품 디자인을 만든다면 이 IP의 주인이 모호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팬들과 크리에이터가 협업하면서 모두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누가 먼저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기영 비마이프렌즈 공동대표는 “지금 크리에이터들은 생산하는 가치에 비해 적은 돈을 벌고 있다”며 “모든 가치는 다 크리에이터가 만들었는데 길목에 서 있는 사람(플랫폼)이 30%씩 빼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비마이프렌즈가 제공하는 맞춤형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는 영상 등 콘텐츠를 올리고, 팬들과 소통하고, 물건도 팔 수 있다. 수익화를 위해 기성 플랫폼 또는 채널을 거쳐야 했던 기존 구조와는 다른 방식이다. 이 대표는 “이제 플랫폼이 아니라 크리에이터가 주인이 될 것”이라며 “크리에이터가 자신만의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커머스에 대한 우려도 없진 않다. 크리에이터의 사업 규모가 확대될수록 상업화에 대한 팬들의 거부감도 커질 수 있다. 한 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팬들의 응원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상품 구매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크리에이터마다 차이가 클 것”이라고 했다.
굿즈 판매는 팬덤 사업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이브의 팬 플랫폼 계열사인 위버스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2587억원이었다. 2018년에는 14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3년 만에 20배 가까이 불었다. 위버스 상점에선 BTS 음악 악보 세트(2만원), BTS 테마로 한 보라색 네일세트(1만6800원), 노래 ‘버터’를 테마로 한 쿠키(2만원) 등을 판다. 업계에선 팬덤산업 규모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영화 ‘기생충’에서 기정(박소담)이 박 사장(이선균) 집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 부른 노래다. ‘독도는 우리땅’ 멜로디를 따 개사한 이 노래는 미국에서 ‘제시카 징글’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한 미국 쇼핑몰에 노래 가사가 적힌 티셔츠가 상품으로 올라왔다. 상품 이름은 ‘제시카 외동딸(Jessica only child)’. 제시카 징글 팬덤을 노린 것이었다. 반팔 티셔츠부터 후드티, 맨투맨, 머그컵까지 노래 가사가 적혀 판매됐다.
제시카 외동딸 ‘굿즈’가 올라온 곳은 미국의 대표적 크리에이터 커머스 회사인 스프링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프링은 세계적인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와 코슬라벤처스가 투자한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크리에이터 커머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미국에선 이미 스프링을 비롯한 회사 10여 곳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맞춤형 주문 제작 시장이 크리에이터산업과 만나 큰 성장을 이룬 것이다.
‘팬덕트’ 시장 커졌다
한국에서도 이제 유튜버, 디자이너, 웹툰 작가 등 크리에이터들은 단순히 콘텐츠 구독 수입만을 기대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식재산권(IP)으로 상품을 직접 출시하고 판매하고 있다. 팬들을 기반으로 제품 출시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팬덕트(fan+product)’ 시장이다.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캐릭터나 로고 등이 들어가 있거나, 크리에이터가 직접 기획해 제작한 상품을 찾는 팬 문화가 자리잡은 것이다. 주요 플랫폼엔 크리에이터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창구도 있다. 유튜브가 구독자 1만 명 이상 채널을 대상으로 ‘상품’ 기능을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미 샌드박스네트워크, 다이아티비 등 멀티채널네트워크(MCN)들이 소속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 다이아티비가 운영하는 다이아마켓엔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이 충북 충주시와 협력해 만든 ‘충주씨 달콤한 사과잼’, 박막례 할머니의 ‘HOT핫팩’ 등이 판매됐다. 샌드박스가 운영하는 머치머치에는 ‘초통령’이란 별명이 붙은 유튜버 도티의 슬로건이 박힌 티셔츠와 고양이 유튜버 순무농장의 폰케이스가 올라와 있다. 샌드박스 전체 매출 중 크리에이터의 IP를 활용한 커머스 사업 매출 비중은 15~20% 정도다.
크리에이터 커머스를 내세운 스타트업도 주목받고 있다. 마플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장터 ‘마플샵’, 캐릭터 작가들의 문구를 파는 핸드허그의 ‘젤리크루’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커머스 회사가 국내에 들어온 사례도 있다. 미국 리워드스타일이 크리에이터 커머스 플랫폼을 쇼핑 앱과 통합하고 ‘LTK’라는 서비스로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크리에이터들은 LTK에서 지원하는 브랜드 제품들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브랜드는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마케팅하는 방식이다.
크리에이터 생태계 달라진다
박혜윤 마플코퍼레이션 대표는 “모든 크리에이터가 개인 사업자가 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크리에이터가 팬들과 소통하면서 상품을 만드는 과정이 곧 콘텐츠가 되고, 또 그렇게 만들어진 상품 역시 콘텐츠로 여겨져 팔린다는 것이다. 마플샵에 등록된 크리에이터 셀러는 3만5000명, 팔고 있는 상품 종류는 80만 개에 이른다. 주요 셀러는 ‘팬덤’이 있는 유튜버나 틱톡커, 웹툰 작가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다. 마플샵은 디자인부터 제작과 판매, 배송까지 맡아 각 크리에이터의 ‘MD팀’ 역할을 한다.박 대표는 “이전까진 중앙에서 기획자가 상품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수요자가, 다시 말해 크리에이터의 팬들이 시장을 끌고가는 방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굿즈는 크리에이터의 얼굴이 들어간 폰케이스나 에코백을 만드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제 팬들은 굿즈를 세계관의 일부이자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예전엔 플랫폼이 수익을 내고 그 수수료를 크리에이터한테 주는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매출의 주체가 크리에이터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리에이터 각각이 작은 회사가 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에 서비스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수익을 나눠주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의 크리에이터 커머스 시장이 일종의 ‘과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크리에이터를 통한 IP 상품화는 이미 되고 있지만, 아직 수익 배분 모델이 완벽하게 자리잡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크리에이터가 팬들을 상대로 한 공모전을 열어 상품 디자인을 만든다면 이 IP의 주인이 모호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팬들과 크리에이터가 협업하면서 모두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누가 먼저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수익화 플랫폼 스타트업도
크리에이터가 상품을 쉽게 판매하고 수익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을 내놓는 회사도 나왔다. 팬덤 비즈니스 전문 스타트업인 비마이프렌즈는 콘텐츠 노출부터 커머스까지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서비스 ‘비스테이지’를 내세우고 있다. 설립된 지 1년여밖에 안 됐지만 최근 CJ와 GS, SK그룹 계열사인 드림어스컴퍼니 등으로부터 투자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이기영 비마이프렌즈 공동대표는 “지금 크리에이터들은 생산하는 가치에 비해 적은 돈을 벌고 있다”며 “모든 가치는 다 크리에이터가 만들었는데 길목에 서 있는 사람(플랫폼)이 30%씩 빼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비마이프렌즈가 제공하는 맞춤형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는 영상 등 콘텐츠를 올리고, 팬들과 소통하고, 물건도 팔 수 있다. 수익화를 위해 기성 플랫폼 또는 채널을 거쳐야 했던 기존 구조와는 다른 방식이다. 이 대표는 “이제 플랫폼이 아니라 크리에이터가 주인이 될 것”이라며 “크리에이터가 자신만의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커머스에 대한 우려도 없진 않다. 크리에이터의 사업 규모가 확대될수록 상업화에 대한 팬들의 거부감도 커질 수 있다. 한 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팬들의 응원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상품 구매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크리에이터마다 차이가 클 것”이라고 했다.
하이브 팬플랫폼 매출 20배↑
팬덤에 기반한 커머스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방탄소년단(BTS)의 지난 4월 미국 콘서트에서 응원봉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BTS의 라스베이거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콘서트의 굿즈 매출은 276억원이었다. 공연을 보면서 흔드는 응원봉 ‘아미밤’만 20만 개 팔렸다. 아미밤 매출만 153억원이다. 모자·후드 집업·귀걸이·목걸이 등 패션 굿즈 상품 매출도 123억원에 달했다.굿즈 판매는 팬덤 사업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이브의 팬 플랫폼 계열사인 위버스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2587억원이었다. 2018년에는 14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3년 만에 20배 가까이 불었다. 위버스 상점에선 BTS 음악 악보 세트(2만원), BTS 테마로 한 보라색 네일세트(1만6800원), 노래 ‘버터’를 테마로 한 쿠키(2만원) 등을 판다. 업계에선 팬덤산업 규모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