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랩스 "데이터 활용해 작물 수확량 개선…글로벌 진출로 '농업계 구글' 될 것"
식량난은 최근 세계적인 화두다. 글로벌 기후 변화로 기존 농법이 온전히 통하지 않는 가운데 물류 가치사슬까지 흔들린 영향 때문이다. 이런 농업 위기를 정보기술(IT)과 데이터로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 그린랩스다.

안동현 그린랩스 대표(사진)는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작물 수확량을 확 늘리고,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농산물도 줄어든다”며 “이를 통해 농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려 농업이 사양산업에서 유망 산업으로 변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 둘 중 하나는 쓰는 앱

그린랩스는 농업 데이터 플랫폼 앱인 ‘팜모닝’을 운영한다. 농작법 자료, 정부 보조금, 농산물 경매 시세, 농업 관련 영상 등 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정보를 하나의 앱에서 모아 제공한다. 2020년 7월 출시한 팜모닝은 지난달 누적 이용자 70만 명을 넘겼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도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농가 규모가 130만 가구임을 고려하면 전체의 절반 이상이 팜모닝을 쓰는 셈이다.

팜모닝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단순히 웹사이트를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해 모은 정보가 아니다. 온라인에는 없는 지역별 알짜 정보를 직원들이 발로 뛰어 찾아낸 것들이 많다. 지역·작물별 보조금 데이터가 대표적이다. 안 대표는 “농업 지원사업은 연간 규모가 14조원에 달하지만 중앙정부, 시·군 등 지원 주체에 따라 지원이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오프라인 벽보나 플래카드 등으로만 공지하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는 직원들이 전국 300~400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관련 내용을 모은다”고 했다.

“데이터는 수확량과 직결”

농사 커리큘럼도 인기다. 농작물 수십 종에 대해 상세한 생육·환경 정보를 제공한다. 전국 2000여 농가에 설치한 스마트팜 센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농작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했다. 안 대표는 “작물도 사람처럼 유아기엔 더 따뜻하게 해주고,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영양을 더 주는 식으로 환경을 달리할 때 훨씬 더 잘 자란다”고 했다. 환경 값을 어떻게 맞추는지에 따라 수확량이 적게는 20~30%, 많게는 두 배까지 차이 난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데이터로 농민들의 유통 판로도 찾아준다. 농민과 기업 간 장터 ‘신선하이’를 통해서다. 그린랩스가 농민의 작물을 직접 매입해 바이어(매입자)와 연결해주는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하면 농민들의 유통 비용 부담이 확 줄어든다. “농산물 유통은 통상 10단계 정도를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비용 약 50%가 더 붙어요. 데이터 기반으로 디지털화하면 이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농민의 구글’ 목표…글로벌 진출도

그린랩스는 농·수·축산을 포괄하는 ‘슈퍼 앱’을 표방한다. 작년엔 동물 질병 예찰 기업 리얼팜을 인수해 축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팜모닝에도 축산 정보 서비스를 들일 예정이다.

금융회사와 제휴해 새 금융 지원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농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인 ‘대출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목표다. 농업은 작물을 길러 판매할 수 있을 때까지 수익을 낼 수 없어 1년 중 실제 매출 발생 기간이 수개월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작물 재배 기간에 돈이 필요해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때 대출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안 대표는 “팜모닝의 비재무적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농민 대상 금융 지원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도 벌인다. 이미 중국, 베트남 등에는 스마트팜 등 일부 사업을 시작했다. 연내 팜모닝 글로벌 버전 시험 가동에 들어간다. 먼저 아시아 지역을 공략할 계획이다. 기업형 대농 위주인 유럽·북미와 달리 아시아는 소농이 많아 기존 팜모닝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 대표는 “팜모닝을 ‘농민의 구글’로 키울 것”이라며 “전 세계 13억 농가가 쓰는 앱 서비스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