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건설 法테크] 지역주택조합사업, 왜 위험한가
● 세상에 공짜는 없다

소액의 계약금만 내면 아파트를 싼값에, 확실히 분양받을 수 있다는 광고에 속아 지역주택조합에 섣불리 가입했다가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바람에 초기에 납부한 가입계약금이나 분담금 등을 날리거나 끊임없이 증가되는 추가분담금으로 고통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역세권 아파트를 반값에!, 청약통장 NO! 분양권전매 OK!”라는 길거리 플래카드나 조선일보 등 신뢰할만한 일간지의 광고를 보고는 “세상에 이렇게 값싼 아파트가 있다니, 위치도 좋고... 절호의 찬스를 잡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찾아갔다가 분양직원들의 현란한 홍보에 넘어가 선뜻 계약한 후 발목잡혀 10년 넘게 고통을 겪는 사람도 많습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성공확률이 통상 10~2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니 실패한 80~90%의 경우 오랜세월 억장이 무너지는 맘고생은 기본이고 분담금이 모두 날아가는 막대한 재산적 피해도 입게 되는 거지요.

결국 허점투성이 지역주택사업의 실체를 모르고 허위과장광고에 넘어가 고통을 겪는 것입니다. 세상에 절대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 지역주택조합사업이란

▶여기서 문제의 지역주택조합사업이 무엇인지부터 개략적으로 알아볼까요.
지역주택조합이란 ‘동일, 인접한 시·군에 거주하는 무주택자 또는 85㎡이하 주택소유자가 주택법에 의하여 조합을 설립하고 특정지역의 토지를 확보하여 주택(아파트)을 건설하는 사업을 위해 설립한 조합’으로서, 주택법이 규율하고 있습니다.
결국 무주택자 등 조합원이 사업주체가 되어 분담금을 내어 땅을 사고, 시공사를 선정해서 자신이 분양받을 아파트를 짓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조합원들로 구성된 조합이 사업주체가 되는 점만 빼면, 통상 민간 시행사가 사업 주체가 돼 땅을 사 모아 진행하는 '일반 시행사업‘과 동일합니다.

▶먼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되려면 ① ’조합설립인가 신청일(투기과열지구 안에 있는 경우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1년 전의 날)부터 해당 주택조합의 입주가능일까지 주택을 소유하지 아니하거나 주거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한 세대주인 자‘와 ②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현재 해당 지자체에 6개월 이상 계속하여 거주하여 온 자‘이어야 하고, ③ ’본인과 배우자가 같은 또는 다른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거나 직장주택조합의 조합원이 아닌 자‘여야 합니다.

▶다음으로 지역주택조합의 사업절차를 살펴보면, 주택건설 예정 세대수의 1/2이상, 최소 20명 이상의 자격자가 발기인조합을 구성하여 사업부지를 선정하고 지역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사업을 시작하는데, 통상 추진위에서 용역을 의뢰한 업무대행사가 사업을 전반적으로 대행합니다.

주택건설대지의 토지소유권의 50% 이상의 사용권원(토지사용승낙서)이 확보되면 조합원모집을 할 수 있는데, 관할 지자체에 모집신고하고 필증을 교부받아 진행합니다. 이 단계에서 시공예정사를 선정하여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후 조합원모집을 하게 됩니다.

주택건설대지의 ’80% 이상의 토지에 대한 사용권원‘ 및 ’15% 이상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면 창립총회를 거쳐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조합설립인가 후 추가조합원 모집, 시공사 선정을 합니다.

토지소유권이 95% 이상 확보되면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도시계획심의, 지구단위계획결정을 거쳐 사업계획승인이 이뤄지고, 소유권이 100% 확보되어야 착공이 가능한데, 사업계획승인일로부터 5년 이내에 착공해야 합니다.
착공 후 분양승인을 받아 조합원 분양 및 동호수 지정이 이뤄지며, 조합원 분양 후 남은 잔여주택 수가 30세대 이상이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일반분양을 하고, 30세대 미만이 남았으면 임의로 분양이 가능합니다. 보통 땅을 팔지 않으려는 지주에게 당근으로 분양권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 후에는 건설이 이뤄지고 완공되면 사용검사, 입주, 사업비 정산, 조합해산 및 청산 절차를 거쳐 사업이 마무리됩니다.

사업진행절차를 다시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발기인조합 내지 지역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조합원자격자 20인 이상)
② 사업부지 확보, 업무대행사, 시공예정사 선정(모델하우스 개관)
③ 조합원 모집(토지소유자 50% 이상 사용권원 확보)
④ 창립총회 및 조합설립인가(토지소유자 80% 이상 사용권원 확보), 추가조합원 모집
⑤ 사업계획승인(토지소유권 95% 확보,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도시계획심의, 지구단위계획 결정)
⑥ 시공사 선정 및 착공(토지소유권 100% 확보)
⑦ 분양승인(조합원 분양 및 동호수 지정, 잔여세대 일반분양)
⑧ 완공 및 사용검사
⑧ 입주 및 사업비 정산
⑨ 조합 해산 및 청산

●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장점

지역주택조합은 많은 문제점이 있고 사업리스크가 커지만, 일반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도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① 먼저 지역주택조합의 장점으로 가장 많이 홍보하는 것이 일반 분양아파트에 비해 분양가가 통상 20~30%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임대주택 의무조항도 없는 점이 사업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업진행 중 여러차례 추가분담금으로 인해 실제 입주 시 일반 분양아파트와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높아지기도 함을 유의해야 합니다.

② 다음으로 주택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동호수지정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 지역주택조합사업의 문제점(위험성)

(1) 사업부지 확보의 어려움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사업부지 소유권의 50%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해야 조합원 모집이 가능하고, 80% 이상의 사용권원 및 15% 이상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해야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사업을 할 수 있으며,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 사업계획승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업부지 토지의 사용권원 확보가 매우 어려워 50% 이상 확보해서 조합원 모집을 하더라도 80% 이상 확보하지 못해 조합설립인가까지 가지 못하고 무산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겨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더라도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만 비로소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통상 조합원 모집 시 브랜드있는 건설사(시공예정사)를 시공예정사로 선정해서모델하우스를 먼저 세우고 각종 혜택을 강조하다 보니 조합원 모집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점이 사업부지 사용권원 내지 소유권 확보에 큰 장애가 됩니다. 왜냐하면 브랜드 있는 건설사가 참여하는 아파트 사업에 수백명의 조합원이 몰렸다는 소문이 나면 날수록 지주들은 매도를 거부하거나 매도하더라도 매도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조합의 토지확보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80% 이상의 사용권원 및 15% 이상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 확보가 안 되거나 사업성이 없어 사업을 접어야 하거나, 사업을 유지하더라도 수년동안 지지부진하게 사업비만 허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입니다.

(2) 사업의 장기화와 추가부담금의 증가
이처럼 사업부지 토지의 사용권원확보가 어렵고, 그 외에도 조합 내부의 비대위 등 반대파의 방해행위, 조합임원과 업무대행사의 부정과 비리로 인한 민,형사적 분쟁, 주택경기의 침체 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보통 아파트분양과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지만, 지역주택조합사업의 경우 5~10년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이 장기화되면 조합운영비는 지속적으로 지출되어야 하고, 토지매입비용, 홍보비용, 조합원모집비용,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이 증가되어 조합원의 정상적인 분담금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어 부득이 총회결의를 통해 여러 차례 추가분담금이 부과되기 마련입니다.

조합원 가입 시 추가분담금이 없는 것으로 약속을 하면서, 만약 추가분담금이 있거나 사업이 무산되면 납입금 환불을 보장해 주겠다는 내용의 안심보장확약서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법적으로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추가분담금이 없다고 하여 가입했으나, 후에 총회에서 추가분담금결의를 하면 추가분담금을 납부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추가부담금이 지속적으로 부과되더라도 조합원은 사업주체로서 무한책임을 져야 하고, 거의 탈퇴가 불가능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끝까지 끌려다녀야 합니다.

(3) 조합임원, 업무대행사의 비리가능성과 조합원 보호의 어려움
지역주택조합은 설립 시부터 이권에 눈먼 자들이 주축이 되어 입맛에 맞는 업무대행사를 끌어들여 사업을 하거나, 업무대행사가 실제 사업주체가 되어 허수아비로 내세운 조합임원을 조종하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조합원들이 사업에 문외한이거나 무관심한 경우를 악용하여, 통상 수백억대에 이르는 조합원 가입계약금 내지 분담금으로 부지매수나 실경비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용역비, 경비 명목을 만들어 허위지출 내지 과다지출하거나 유흥비 등 다른 용도로 유용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대행사나 조합 임원들이 횡령죄·배임죄 등으로 처벌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조합 임원 등이 미리 알박기를 해두고 조합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사들이는 행태도 있습니다. 조합사업 내지 조합원들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신의 이권부터 챙기겠다는 의도인 것이지요.

조합자금을 신탁사가 관리하지만 신탁사는 사업진행에 대한 감시기능이 거의 없어 조합장, 업무대행사가 요구하면 그대로 지출하는 것이 관례이므로 별다른 견제수단이 되지 못합니다.

물론 조합원들은 사업진행경과나 자금집행내역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외부회계감사, 업무상배임 내지 횡령죄 등으로 형사고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조합임원 직무집행정지가처분 등으로 대응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조합이 자세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회계감사도 조합입맛에 맛춘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으며, 형사고소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적당히 핑계나 변명만 잘하면 피해가는 경우가 많아 조합원의 권익보호가 쉽지 않습니다.

(4) 탈퇴 내지 가입계약해제의 어려움
사정이 이렇다보니 장밋빛 전망에 홀려 섣불리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가 사업 지연이나 추가분담금 요구로 탈퇴를 시도하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은데, 현실적으로 탈퇴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가입계약서나 조합규약 내지 정관을 보면 ‘조합이 허용하지 않으면 탈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문구가 기재돼 있고, 사업이 어려워질수록 조합이 탈퇴를 허용할 리가 없습니다. 판례도 위와 같은 조합규약은 조합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문구지만 약관규제법 위반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많은 조합원들은 나중에 후회하고 소송으로 탈퇴를 시도해보지만 가입자격 상실 외 승소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사업무산 시 납입금 전액환불한다는 안심보장증서를 받았다면 일부무효의 법리에 의해 가입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최근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88375 판결)

예외적으로 조합이 탈퇴를 허용하더라도 언제 얼마나 반환받을 수 있을지 매우 불확실합니다. 조합규약에 위약금인 계약금과 업무대행비 등을 공제하고 반환하되, 반환시기도 총회나 이사회결의로 정하거나, 추가모집 내지 대체자모집 시에 반환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대법원은 최근 “조합원에서 탈퇴하고 싶어 세대주 자격을 상실하는 경우에도 자동으로 조합원 자격 내지 지위가 상실된다”고 판결하여, 고의로 주택을 추가 매수하거나 전출 등으로 세대주자격을 상실하여 조합을 탈퇴하는 방법을 인정하였으므로 탈퇴를 희망하는 조합원은 이 방법을 활용하면 될 것입니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다237100 판결)

반면 조합원으로서 분양입주까지 하려는 조합원으로서는 입주가능일까지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지 않으면 자격이 상실됨을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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