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 희망 회로: 유가+금리 폭락 → 물가 하락+Fed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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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중국 류허 부총리 간의 통화는 밤새 주요지수 선물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주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의 인하를 발표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의 우려가 이어지면서 5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의 출발은 그리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주요지수는 0.6~1.5%까지 급락하면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독립기념일 연휴로 쉬는 사이 전날 문을 열었던 유럽의 영향이 컸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폭등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유럽의 경제 지표는 암울합니다. 에너지 가격 폭등에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6월 8.6%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를 갱신했습니다. 유로존 최대 강자인 독일마저 5월 무역수지는 199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져 10억 유로 적자를 냈습니다. 게다가 노르웨이의 천연가스 생산이 파업으로 중단되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선물은 메가와트시당 163유로로 10% 이상 상승했습니다. 6월 초부터 두 배나 오른 것입니다. 그렇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ECB 위원인 마디스 뮬러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는 "7월에 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며 9월에 추가로 50bp 인상이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환율에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유로화는 이날 1달러당 1.026 유로까지 거래됐습니다. 2002년 12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1.03선을 깨고 내려온 것인데요. 씨티는 "우리는 이제 달러화가 유로화와 같아지는 1대 1수준, 즉 패리티까지 떨어질 확률이 80%에 달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천연가스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이런 유로화에 대한 압력이 낮아지는 것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노무라의 경우 달러가 유로화에 대한 추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다음 달이면 패리티마저 깨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즉 0.98달러당 1유로가 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무라는 "노르웨이의 가스 파업, 독일의 전기 가격의 새로운 고점 등 에너지 관련 혼란들은 이런 새로운 환율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라고 설명했습니다.
20년 내 가장 강력한 달러화는 글로벌 경기를 더욱 둔화시키는 요인입니다. 그리고 이는 미국 경기에도 부정적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1, 2분기 성장률이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져 '기술적' 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주택과 제조업, 소비자 신뢰 등 많은 경제 지표가 벌써 경고음을 내고 있습니다. 노무라는 미국과 유로존, 영국, 일본, 한국 호주, 캐나다 등 전 세계 주요국들이 12개월 이내 경기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웰스파고는 주간경제전망에서 "미국은 경기 침체에 들어갈 것 같고, 글로벌 전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웰스파고는 "미 중앙은행, Fed가 현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런 매파적 움직임은 내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침체에 기여할 것"이라며 "Fed가 더욱 공격적인 긴축을 하기로 했기 때문은 연착륙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웰스파고는 "강력한 노동 시장이 힘을 잃어갈 것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업률은 2023년에 5%를 향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조시 브라운 리트홀츠투자자문의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의 논쟁은 두 가지"라며 "침체가 오느냐, 오지 않느냐가 아니라 올해 오느냐, 아니면 2023년에 오느냐, 그리고 그 정도가 심각할 것인가, 아니면 마일드할 것인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가 매우 공격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싸울 때는 반드시 침체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독일기념일 사흘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뉴욕 금융시장 곳곳에서는 격렬한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는 줄줄이 폭락했습니다. 한때 2년, 3년, 5년, 10년물 모두가 연 2.78%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10년물이 5월 27일이 이후 가장 낮은 2.786%까지 떨어지면서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경기 침체의 징조로 여는 현상입니다. 오후 4시 30분께 10년물은 전장보다 6.3bp 내린 2.831%, 2년물은 전장과 같은 2.837%로 거래됐습니다. BMO의 이안 링겐 금리 전략가는 "10년물 3% 밑에서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다는 것은 투자자 심리에 무시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다는 것"이라며 "나는 이 현상이 단기에 침체 발생을 가리키는 신호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침체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것과 일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Fed의 강력한 긴축과 양적 긴축(QT)의 영향으로 10년물 금리가 다시 3.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갑자기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지난 6월 14일이 금리 고점이었다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폭락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8.93달러(8.24%) 하락한 배럴당 99.5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4월 25일 이후 최저입니다. 한때 97달러 선까지 후퇴했습니다. WTI 가격이 종가 기준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5월 10일(99.76달러) 이후 처음입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9.5%(10.73달러) 하락한 102.77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달러 강세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존핸콕 인베스트먼트의 매트 미스킨 수석 투자 전략가는 WSJ 인터뷰에서 "유가가 훨씬 더 큰 경기 침체 위험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가뿐이 아닙니다. 구리 가격은 이날 메트릭 톤당 8000달러 아래인 7918달러까지 거래되면서 19개월 내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습니다. 연휴 기간에 나온 월가 보고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JP모건의 유가 전망이었습니다. JP모건은 러시아가 G7이 추진 중인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한 보복으로 원유 공급을 줄이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3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JP모건은 "러시아는 서방에게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보복할 수 있다. 글로벌 원유 시장 긴축은 러시아의 편"이라며 "러시아가 하루 300만 배럴을 줄이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90달러, 하루 500만 배럴을 감축하면 배럴당 380달러의 '성층권'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씨티그룹은 유가가 올해 6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씨티는 수요를 마비시키는 경기 침체가 닥치면 원유가 올해 말까지 배럴당 65달러로 폭락하고 2023년 말까지 45달러로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씨티는 현재 에너지 시장을 1970년대의 위기와 비교했습니다. 씨티는 "역사적으로 보면 최악의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만 석유 수요가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라면서도 "그러나 유가는 모든 경기 침체에서 대략 한계비용 수준까지 하락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오늘 상황으로만 본다면 씨티의 분석이 더 맞는 것일 수 있습니다.
유가와 금리가 폭락하자, 뉴욕 증시는 장 초반 급락했습니다. S&P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2.2%와 2.4%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경기 침체 우려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부르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Fed가 주시하는 5년물 기준 기대 인플레이션은 이날 2.5%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지난 3월 말 3.7%까지 올랐었는데, Fed의 목표 수준까지 안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잡히면 물가는 안정될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두려워한 최악의 문제를 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경기 침체 위험은 있다"라면서도 "더 큰 실수는 물가 안정성 회복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Fed의 최종 금리(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의 금리 정점)에 대한 시장 관측도 대폭 내려왔습니다. 지난달 중순 4.05%에 달했던 예상 최종 금리는 이날 3.35%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는 Fed 위원들이 지난 6월 점도표에서 제시한 올해 말 3.4%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즉 올해 말까지는 금리를 올린 뒤에는 내년에는 인상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지요. 월가 관계자는 "통상 Fed의 긴축 사이클이 끝나기 3개월 전이면 시장은 바닥을 찾았다"라며 "만약 연말까지 금리 인상이 끝난다면 올여름이 바닥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만약 지금처럼 금융여건이 긴축되어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Fed가 연말께 긴축을 멈춘다면 이번 경기 침체는 오더라도 마일드하게 지나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에 따르면 경기 침체와 연결해 시장 바닥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번스타인의 크리스 호빈 주식 대표는 "경제 데이터는 통상 뒤처져 있는 반면, 시장은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종종 데이터가 우리에게 경제가 위축되었다고 말할 때 시장은 이미 새로운 회복 국면에 진입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1937년 이후 14번의 미국 경기 침체에 관한 번스타인의 연구에 따르면 시장 바닥은 경기 침체가 시작된 후 평균 211일 후에 발생합니다. 7개월 정도면 시장 바닥이 형성된다는 것이죠. 만약 기술적 침체가 1분기에 시작됐다면, 지금이 7개월째입니다. 짧고 얕은 침체, 이를 통한 인플레이션 하락 시나리오는 현재 월가 모두가 바라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많은 사람이 다가오는 미국의 침체가 얕을 것이 될 것이라고 서두르고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는 있지만, 그것이 확실하지는 않다. 많은 것은 Fed에 달려 있다. 그리고 침체가 발생하면 그 역학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75%나 상승했고 S&P500 지수는 0.16%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금리와 유가 폭락세로 인한 주가 반등이다 보니, 에너지 주식이 폭락하고 기술주가 강세를 이끌었습니다. 알파벳(4.41%) 메타(5.1%) 아마존(3.6%) 애플(1.89%) 마이크로소프트(1.26%) 등 빅테크가 모두 올랐고, 다큐사인(6.7%) 줌(8.5%) 등 고평가 기술주도 급등하면서 아크이노베이션펀드가 8% 이상 급등했습니다. 리처드 번스타인 리서치의 리처드 번스타인 설립자는 "빅테크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강하다는 걸 입증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경기민감주 중심인 다우는 0.4%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디어와 캐터필러가 각각 3.2%와 2.5% 내렸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JP모건, 씨티, 3M, 다우, 듀폰, GM, 포드, GE 등이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유가 하락 등은 과연 인플레이션의 '설득력 있는' 하락으로 이어져 Fed의 전환을 끌어낼 수 있을까요? 찰스 슈왑의 제프리 클린탑 전략가는 "원유, 원자재가 정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유통업체 재고가 급증하는 등 상품 가격도 정점을 지나고 있다. 다만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아직 몇 달 동안은 계속 올라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시장이 바닥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면 Fed 긴축이 완화될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 상품 부족으로 인한 상품 가격 상승은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근원 소비자물가(CPI) 인플레이션은 늦여름에 의미 있게 재가속한 뒤 12월 5.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좀 애매한 분석입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은 6월 CPI 수치가 8.67%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충격을 줬던 5월 CPI 8.6%보다 더 높아지는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크 캐버나 금리 전략가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필요한 금융여건의 긴축이 아마도 절반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여전히 Fed가 4%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을 예상합니다.
여전히 시장은 큰 어려운 시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2분기 어닝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실적 경고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2분기 가이던스를 발표한 기업 103곳 가운데 부정적 가이던스가 71개에 달합니다. 5년 평균 59개, 10년 평균 66개보다 많습니다. 데이터트렉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는 동안 기업 이익은 일반적으로 약 25% 감소합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어닝시즌을 잘 견뎌낼 업종으로 경기 방어(텔레콤, 유틸리티, 보험, 부동산, 일부 필수소비재 및 헬스케어) 업종을 골라냈습니다. 반면 경기 민감(기술 하드웨어, 반도체)는 위험이 크다고 봤습니다. 일부 소비자 중심 업종들(음식료&필수소비재 유통, 소비자 서비스, 의류, 내구소비재) 등도 위험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의 우려가 이어지면서 5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의 출발은 그리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주요지수는 0.6~1.5%까지 급락하면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독립기념일 연휴로 쉬는 사이 전날 문을 열었던 유럽의 영향이 컸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폭등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유럽의 경제 지표는 암울합니다. 에너지 가격 폭등에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6월 8.6%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를 갱신했습니다. 유로존 최대 강자인 독일마저 5월 무역수지는 199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져 10억 유로 적자를 냈습니다. 게다가 노르웨이의 천연가스 생산이 파업으로 중단되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선물은 메가와트시당 163유로로 10% 이상 상승했습니다. 6월 초부터 두 배나 오른 것입니다. 그렇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ECB 위원인 마디스 뮬러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는 "7월에 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며 9월에 추가로 50bp 인상이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환율에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유로화는 이날 1달러당 1.026 유로까지 거래됐습니다. 2002년 12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1.03선을 깨고 내려온 것인데요. 씨티는 "우리는 이제 달러화가 유로화와 같아지는 1대 1수준, 즉 패리티까지 떨어질 확률이 80%에 달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천연가스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이런 유로화에 대한 압력이 낮아지는 것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노무라의 경우 달러가 유로화에 대한 추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다음 달이면 패리티마저 깨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즉 0.98달러당 1유로가 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무라는 "노르웨이의 가스 파업, 독일의 전기 가격의 새로운 고점 등 에너지 관련 혼란들은 이런 새로운 환율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라고 설명했습니다.
20년 내 가장 강력한 달러화는 글로벌 경기를 더욱 둔화시키는 요인입니다. 그리고 이는 미국 경기에도 부정적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1, 2분기 성장률이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져 '기술적' 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주택과 제조업, 소비자 신뢰 등 많은 경제 지표가 벌써 경고음을 내고 있습니다. 노무라는 미국과 유로존, 영국, 일본, 한국 호주, 캐나다 등 전 세계 주요국들이 12개월 이내 경기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웰스파고는 주간경제전망에서 "미국은 경기 침체에 들어갈 것 같고, 글로벌 전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웰스파고는 "미 중앙은행, Fed가 현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런 매파적 움직임은 내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침체에 기여할 것"이라며 "Fed가 더욱 공격적인 긴축을 하기로 했기 때문은 연착륙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웰스파고는 "강력한 노동 시장이 힘을 잃어갈 것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업률은 2023년에 5%를 향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조시 브라운 리트홀츠투자자문의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의 논쟁은 두 가지"라며 "침체가 오느냐, 오지 않느냐가 아니라 올해 오느냐, 아니면 2023년에 오느냐, 그리고 그 정도가 심각할 것인가, 아니면 마일드할 것인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가 매우 공격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싸울 때는 반드시 침체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독일기념일 사흘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뉴욕 금융시장 곳곳에서는 격렬한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는 줄줄이 폭락했습니다. 한때 2년, 3년, 5년, 10년물 모두가 연 2.78%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10년물이 5월 27일이 이후 가장 낮은 2.786%까지 떨어지면서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경기 침체의 징조로 여는 현상입니다. 오후 4시 30분께 10년물은 전장보다 6.3bp 내린 2.831%, 2년물은 전장과 같은 2.837%로 거래됐습니다. BMO의 이안 링겐 금리 전략가는 "10년물 3% 밑에서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다는 것은 투자자 심리에 무시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다는 것"이라며 "나는 이 현상이 단기에 침체 발생을 가리키는 신호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침체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것과 일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Fed의 강력한 긴축과 양적 긴축(QT)의 영향으로 10년물 금리가 다시 3.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갑자기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지난 6월 14일이 금리 고점이었다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폭락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8.93달러(8.24%) 하락한 배럴당 99.5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4월 25일 이후 최저입니다. 한때 97달러 선까지 후퇴했습니다. WTI 가격이 종가 기준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5월 10일(99.76달러) 이후 처음입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9.5%(10.73달러) 하락한 102.77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달러 강세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존핸콕 인베스트먼트의 매트 미스킨 수석 투자 전략가는 WSJ 인터뷰에서 "유가가 훨씬 더 큰 경기 침체 위험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가뿐이 아닙니다. 구리 가격은 이날 메트릭 톤당 8000달러 아래인 7918달러까지 거래되면서 19개월 내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습니다. 연휴 기간에 나온 월가 보고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JP모건의 유가 전망이었습니다. JP모건은 러시아가 G7이 추진 중인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한 보복으로 원유 공급을 줄이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3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JP모건은 "러시아는 서방에게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보복할 수 있다. 글로벌 원유 시장 긴축은 러시아의 편"이라며 "러시아가 하루 300만 배럴을 줄이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90달러, 하루 500만 배럴을 감축하면 배럴당 380달러의 '성층권'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씨티그룹은 유가가 올해 6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씨티는 수요를 마비시키는 경기 침체가 닥치면 원유가 올해 말까지 배럴당 65달러로 폭락하고 2023년 말까지 45달러로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씨티는 현재 에너지 시장을 1970년대의 위기와 비교했습니다. 씨티는 "역사적으로 보면 최악의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만 석유 수요가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라면서도 "그러나 유가는 모든 경기 침체에서 대략 한계비용 수준까지 하락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오늘 상황으로만 본다면 씨티의 분석이 더 맞는 것일 수 있습니다.
유가와 금리가 폭락하자, 뉴욕 증시는 장 초반 급락했습니다. S&P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2.2%와 2.4%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경기 침체 우려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부르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Fed가 주시하는 5년물 기준 기대 인플레이션은 이날 2.5%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지난 3월 말 3.7%까지 올랐었는데, Fed의 목표 수준까지 안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잡히면 물가는 안정될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두려워한 최악의 문제를 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경기 침체 위험은 있다"라면서도 "더 큰 실수는 물가 안정성 회복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Fed의 최종 금리(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의 금리 정점)에 대한 시장 관측도 대폭 내려왔습니다. 지난달 중순 4.05%에 달했던 예상 최종 금리는 이날 3.35%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는 Fed 위원들이 지난 6월 점도표에서 제시한 올해 말 3.4%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즉 올해 말까지는 금리를 올린 뒤에는 내년에는 인상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지요. 월가 관계자는 "통상 Fed의 긴축 사이클이 끝나기 3개월 전이면 시장은 바닥을 찾았다"라며 "만약 연말까지 금리 인상이 끝난다면 올여름이 바닥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만약 지금처럼 금융여건이 긴축되어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Fed가 연말께 긴축을 멈춘다면 이번 경기 침체는 오더라도 마일드하게 지나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에 따르면 경기 침체와 연결해 시장 바닥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번스타인의 크리스 호빈 주식 대표는 "경제 데이터는 통상 뒤처져 있는 반면, 시장은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종종 데이터가 우리에게 경제가 위축되었다고 말할 때 시장은 이미 새로운 회복 국면에 진입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1937년 이후 14번의 미국 경기 침체에 관한 번스타인의 연구에 따르면 시장 바닥은 경기 침체가 시작된 후 평균 211일 후에 발생합니다. 7개월 정도면 시장 바닥이 형성된다는 것이죠. 만약 기술적 침체가 1분기에 시작됐다면, 지금이 7개월째입니다. 짧고 얕은 침체, 이를 통한 인플레이션 하락 시나리오는 현재 월가 모두가 바라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많은 사람이 다가오는 미국의 침체가 얕을 것이 될 것이라고 서두르고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는 있지만, 그것이 확실하지는 않다. 많은 것은 Fed에 달려 있다. 그리고 침체가 발생하면 그 역학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75%나 상승했고 S&P500 지수는 0.16%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금리와 유가 폭락세로 인한 주가 반등이다 보니, 에너지 주식이 폭락하고 기술주가 강세를 이끌었습니다. 알파벳(4.41%) 메타(5.1%) 아마존(3.6%) 애플(1.89%) 마이크로소프트(1.26%) 등 빅테크가 모두 올랐고, 다큐사인(6.7%) 줌(8.5%) 등 고평가 기술주도 급등하면서 아크이노베이션펀드가 8% 이상 급등했습니다. 리처드 번스타인 리서치의 리처드 번스타인 설립자는 "빅테크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강하다는 걸 입증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경기민감주 중심인 다우는 0.4%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디어와 캐터필러가 각각 3.2%와 2.5% 내렸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JP모건, 씨티, 3M, 다우, 듀폰, GM, 포드, GE 등이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유가 하락 등은 과연 인플레이션의 '설득력 있는' 하락으로 이어져 Fed의 전환을 끌어낼 수 있을까요? 찰스 슈왑의 제프리 클린탑 전략가는 "원유, 원자재가 정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유통업체 재고가 급증하는 등 상품 가격도 정점을 지나고 있다. 다만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아직 몇 달 동안은 계속 올라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시장이 바닥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면 Fed 긴축이 완화될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 상품 부족으로 인한 상품 가격 상승은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근원 소비자물가(CPI) 인플레이션은 늦여름에 의미 있게 재가속한 뒤 12월 5.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좀 애매한 분석입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은 6월 CPI 수치가 8.67%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충격을 줬던 5월 CPI 8.6%보다 더 높아지는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크 캐버나 금리 전략가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필요한 금융여건의 긴축이 아마도 절반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여전히 Fed가 4%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을 예상합니다.
여전히 시장은 큰 어려운 시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2분기 어닝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실적 경고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2분기 가이던스를 발표한 기업 103곳 가운데 부정적 가이던스가 71개에 달합니다. 5년 평균 59개, 10년 평균 66개보다 많습니다. 데이터트렉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는 동안 기업 이익은 일반적으로 약 25% 감소합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어닝시즌을 잘 견뎌낼 업종으로 경기 방어(텔레콤, 유틸리티, 보험, 부동산, 일부 필수소비재 및 헬스케어) 업종을 골라냈습니다. 반면 경기 민감(기술 하드웨어, 반도체)는 위험이 크다고 봤습니다. 일부 소비자 중심 업종들(음식료&필수소비재 유통, 소비자 서비스, 의류, 내구소비재) 등도 위험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