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감축 '부메랑'…여행객 폭증에 쩔쩔매는 항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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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독립기념일 연휴 나흘간 1만6500여편 결항·지연
코로나로 여행 급감하자 감원
업무 가중에 조종사 등 파업
"올 여름까진 혼란 이어진다"
임금 인상→운임 상승 불가피
코로나로 여행 급감하자 감원
업무 가중에 조종사 등 파업
"올 여름까진 혼란 이어진다"
임금 인상→운임 상승 불가피
미국 항공업계가 쏟아지는 여행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독립기념일 연휴(7월 1~4일)에 항공편 1만6500여 편이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몰려드는 여행객을 감당할 직원이 없어서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급감한 항공 인력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고유가가 겹치면서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용자 불만도 쏟아졌다. 올해 미국의 항공 승객 불만 건수는 2019년 대비 세 배로 증가했다. 델타항공은 운항 어려움을 이유로 여행자에게 위약금 없이 항공편 예약을 미룰 수 있도록 했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지난 1일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인원은 249만 명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218만 명)보다도 많은 인원이 공항에 몰렸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번 연휴에 항공편을 이용해 휴가를 떠난 미국인은 350만 명에 이르렀다.
유럽 상황은 더 심각했다. 3일 프랑스 샤를드골공항과 독일의 푸랑크푸르트국제공항은 항공편의 50%가 지연됐다. 이날 영국 히스로공항도 항공편 42%의 일정이 늦어졌다.
델타항공 조종사 1200여 명은 미국 공항 일곱 곳에서 지난달 피켓 시위를 벌였다. 히스로공항 직원들도 과중한 업무를 이유로 지난달 파업을 결정했다. 히스로공항은 항공사에 올여름 항공편 감축을 요구했다. 덴마크 스웨덴 대표 항공사인 스칸디나비아항공의 노조 소속 조종사 약 1000명도 임금, 인력 배치 협상 결렬을 이유로 4일 파업에 들어갔다. 유럽 대표 저비용항공사인 라이언에어 소속 근로자들도 오는 12일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기술 결함도 나타났다. 미국 대표 항공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은 조종사 관리 시스템의 결함으로 이달 최대 1만2075편의 항공편에 조종사가 일시적으로 배정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열대성 태풍 콜린이 미국 동부를 강타하면서 악재가 겹쳤다.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장관은 2일 트위터에 결항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마일리지가 아니라 현금 환불이 가능하다”는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항공업계도 할 말은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에서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하나였지만 각국 정부 대응은 제각각이었다”며 “정부의 잘못된 대응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국 정부의 비전문적, 비협조적인 대응에서 어떤 항공사가 경영에 확신을 갖겠냐”며 “공급망은 붕괴하고 일자리는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임금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올여름까진 항공대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일랜드 자산운용사인 데이비그룹의 스테픈 펄롱 수석애널리스트는 “이 혼란이 몇 달 안에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적, 공항 운영, 보안 등의 문제든, 항공사가 자초한 노동 문제든 올여름까진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혼란의 해결책은 임금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라이언에어는 “5년간 항공 운임이 인상될 것”이라며 “비용이 급증한 데 비해 항공 운임은 오히려 기차 요금보다 저렴해졌다”고 지적했다. CNBC에 따르면 아메리칸에어라인은 조종사 급여를 약 17% 인상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올해 미국 항공편 5편 중 1편 연착
6일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독립기념일 연휴에 미국 항공사들이 취소한 항공편은 1250편이었다. 지연된 항공편은 1만5400편에 달한다. 항공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미국 항공편의 운항 취소 건수는 전년 2.1%에서 올해 2.8%로 증가했다. 연착 건수도 16.7%에서 20.2%로 늘었다. 뉴욕타임스는 항공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연휴엔 연착 비율이 30%에 이른다”고 보도했다.이용자 불만도 쏟아졌다. 올해 미국의 항공 승객 불만 건수는 2019년 대비 세 배로 증가했다. 델타항공은 운항 어려움을 이유로 여행자에게 위약금 없이 항공편 예약을 미룰 수 있도록 했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지난 1일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인원은 249만 명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218만 명)보다도 많은 인원이 공항에 몰렸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번 연휴에 항공편을 이용해 휴가를 떠난 미국인은 350만 명에 이르렀다.
유럽 상황은 더 심각했다. 3일 프랑스 샤를드골공항과 독일의 푸랑크푸르트국제공항은 항공편의 50%가 지연됐다. 이날 영국 히스로공항도 항공편 42%의 일정이 늦어졌다.
○남아 있는 인력이 수요 못 따라가
항공대란의 핵심 원인은 인력 부족이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가 유행해 2020년 여행 수요가 급감하자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였다. 올해 들어 팬데믹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이면서 여행 수요가 늘어나자 남아 있는 인력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으로 임금 상승 압력도 커졌다.델타항공 조종사 1200여 명은 미국 공항 일곱 곳에서 지난달 피켓 시위를 벌였다. 히스로공항 직원들도 과중한 업무를 이유로 지난달 파업을 결정했다. 히스로공항은 항공사에 올여름 항공편 감축을 요구했다. 덴마크 스웨덴 대표 항공사인 스칸디나비아항공의 노조 소속 조종사 약 1000명도 임금, 인력 배치 협상 결렬을 이유로 4일 파업에 들어갔다. 유럽 대표 저비용항공사인 라이언에어 소속 근로자들도 오는 12일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기술 결함도 나타났다. 미국 대표 항공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은 조종사 관리 시스템의 결함으로 이달 최대 1만2075편의 항공편에 조종사가 일시적으로 배정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열대성 태풍 콜린이 미국 동부를 강타하면서 악재가 겹쳤다.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장관은 2일 트위터에 결항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마일리지가 아니라 현금 환불이 가능하다”는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올여름까지 항공대란 이어질 듯
항공대란이 현실화하면서 정치권도 항공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달 28일 부티지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납세자들은 필요할 때 항공산업을 구제했다”며 “이제는 비행기를 타는 대중과 승무원이 지연 없이 정시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항공업계와 교통부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항공 운영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급여 인상으로 조종사와 공항 인력을 확보하라는 주장이다.항공업계도 할 말은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에서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하나였지만 각국 정부 대응은 제각각이었다”며 “정부의 잘못된 대응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국 정부의 비전문적, 비협조적인 대응에서 어떤 항공사가 경영에 확신을 갖겠냐”며 “공급망은 붕괴하고 일자리는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임금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올여름까진 항공대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일랜드 자산운용사인 데이비그룹의 스테픈 펄롱 수석애널리스트는 “이 혼란이 몇 달 안에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적, 공항 운영, 보안 등의 문제든, 항공사가 자초한 노동 문제든 올여름까진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혼란의 해결책은 임금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라이언에어는 “5년간 항공 운임이 인상될 것”이라며 “비용이 급증한 데 비해 항공 운임은 오히려 기차 요금보다 저렴해졌다”고 지적했다. CNBC에 따르면 아메리칸에어라인은 조종사 급여를 약 17% 인상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