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등 불확실성 확대
1분기 글로벌 M&A 시장 30% 위축
공급망 안정 위한 M&A 가속화
옥석가려 투자하면 좋은 기업 인수 가능
렐리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지난 1분기 글로벌 M&A 시장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0% 위축됐지만, 기업들이 M&A 전략을 재정비하고 나면 시장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기업의 비핵심사업 매각, 스타트업의 ‘동종업체 추가 인수(볼트온)’ 등이 선택과 집중을 위한 M&A”라며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잘하는 사업은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렐리 회장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경제 봉쇄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리쇼어링(해외 생산시설의 자국 이전) 및 현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공급망 안정을 위해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물류 등의 분야에서 지속해서 M&A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테크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하락했다”며 “이런 시기에 옥석을 가려 투자하면 적정 가격에 좋은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BDA파트너스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주로 크로스보더(국경 간) M&A 자문을 제공하는 독립계(부티크) 투자은행(IB)이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서울, 일본 도쿄,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 인도 뭄바이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싱가포르 전기·전자 폐기물 처리업체 테스(TES) 인수 거래, 롯데그룹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미국 생산설비 인수 거래 등을 자문했다. 렐리 회장은 1996년 BDA파트너스를 공동 창업했다.
다음은 렐리 회장과의 일문일답.
▷1분기 글로벌 기업 M&A 시장이 위축됐다. 앞으로의 M&A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딜로직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M&A 시장은 약 125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8% 줄었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불확실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했을 때도 일시적으로 M&A 시장이 위축됐다가 빠르게 회복했다. 단기적으로는 활동이 줄겠지만 기업과 사모펀드(PEF)들이 M&A 전략을 재정비하고 나면 시장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주로 어떤 종류의 M&A가 일어날 것으로 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기업들이 공급망을 재정비하면서 리쇼어링과 현지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망 안정을 위해 스마트 팩토리나 스마트 물류 등의 분야에서 지속해서 M&A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 인상으로 테크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조정되고 있는데, 이런 시기에 옥석을 가려 투자하면 적절한 가격에 좋은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시점이어서 테크 업종도 눈여겨봐야 한다.”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 기업은 어떤 M&A 전략을 짜야 하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M&A는 성장 전략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그런 측면에서 두 가지 종류의 M&A가 주목받을 것이다. 첫째는 대기업의 비핵심사업 매각, 두 번째는 스타트업의 추가 인수다. 올해 초 삼성SDS가 홈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에 매각한 것이 좋은 사례다. 삼성SDS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을 겨냥했던 디지털 도어록 사업을 넘긴 뒤 본업인 B2B(기업 간 거래)에 집중하기로 했다. 직방은 자신의 핵심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특히 친환경 관련 거래가 M&A 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ESG는 이제 M&A 시장을 넘어서 새로운 생태계가 됐다. 기존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이 제조사에서 소비자로 가는 직선형 구조였다면 ESG를 통해 순환 경제의 개념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아직 ESG 태동 단계라고 보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ESG 관련 M&A가 글로벌 수준에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M&A 시장을 전망해달라.
“해외 대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한국의 정보기술(IT) 플랫폼들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부동산 플랫폼 직방, 암호화폐 플랫폼 두나무, 빗썸 등 다양한 혁신적 플랫폼 기업들이 계속해서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