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운영 경력만 20년인 자영업자 A씨는 최근 한 은행에 개인사업자 대출을 신청했다가 좌절했다. 은행이 제시한 대출 한도는 3000만원으로 필요한 금액에 한참 못 미쳤고 금리는 연 15.4%나 돼 이자 부담이 너무 컸다. 반면 20년 동안 대기업을 다니다가 최근 퇴사해 창업에 도전한 고신용자 B씨는 같은 은행에서 연 4.7%의 금리에 2억원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았다. A씨의 사업자로서의 역량과 상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정보가 부족했던 은행이 개인신용점수에 의존해 대출을 내줬기 때문이다.
판 커지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카뱅·비씨카드도 참전
따박따박 월급을 받는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는 금융사 입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고객군이 아니었다. 자영업자는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은데다 금융사가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경영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세금 납부 정보 등은 수집주기가 6개월~1년에 달해 적시성이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는 1금융권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A씨처럼 조건이 나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A씨 같은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대출 시장의 사각지대였던 개인사업자 대출을 겨냥한 전문 신용평가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다. 한국평가정보(가칭)와 비씨카드는 7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업 본허가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재작년 개정된 신용정보법에 따라 신설된 개인사업자 CB업은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에 특화된 신용평가체계를 구축하는 업무를 한다. 실시간 신용카드 데이터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매출 정보, 각종 비용 납부 정보 등 기존 신용평가에는 활용되지 못했던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영업자의 매출을 추정하고 상환 능력을 평가한 후 금융사에 제공해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대부분 금융사가 직접 참여하는 만큼 자체 대출 심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신한카드와 국민카드가 본허가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 두 곳이 새로 진입했다.

한국평가정보는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 운영사인 한국신용데이터와 카카오뱅크 등이 개인사업자 CB업을 위해 세운 회사다. 개인사업자 전업 신용평가사가 출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시노트의 실시간 신용카드 데이터와 홈택스 정보 등을 활용한다. 한국평가정보 관계자는“내년 중 30개 이상의 금융사에 모형을 제공해 개인사업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비씨카드는 2019년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해온 개인사업자 CB 서비스 ‘비즈 크레딧’으로 본허가를 받았다. 이미 우리은행·케이뱅크 등은 비즈 크레딧의 신용평가모형을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업계 최초로 PG사에서 발생하는 개별 매출 데이터까지 활용해 인터넷 쇼핑몰, 배달 전문 식당 같은 온라인 사업자에게도 CB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씨카드는 앞으로 기존 금융기관과의 협업은 물론 KT·유통·빅테크 등 비금융권의 데이터까지 활용해 비즈 크레딧을 고도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최원석 비씨카드 사장은 “그동안 대출 시장에서 소외됐던 개인사업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개인사업자는 물론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금융기관에 신뢰도 높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