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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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와 캐러밴의 모태는 마차다. 발원지는 미국과 유럽이다. 중세·근대 때 전쟁으로 피란살이가 잦았기 때문에 마차는 더위와 추위를 막고 요리도 하고 잠도 자는 공간이었다. 서부 개척시대 미국 대륙을 오갔던 마차의 길이는 유럽보다 훨씬 길었다고 한다. 자동차가 말을 대체하자 ‘모터홈’이 등장했다. 모터홈은 부엌과 화장실 같은 생활 설비를 갖추고 자동차나 트럭에 연결된 집이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 팬데믹 여파는 국내 캠핑 시장을 키웠고 덩달아 캠핑카와 캐러밴 수요를 끌어올렸다. 수천만원대 가격으로 웬만한 중형차 한 대값에 맞먹거나 더 비싸지만 시장에서는 “공급이 부족하다”고 한다. 되팔아도 좀처럼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중고시장이 형성된 것도 과감한 구매를 앞당긴 이유. 10여 년 전부터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보관이 가능한 텐트 트레일러까지 등장하며 시장이 더 세분화됐다.

캠핑카, 캐러밴, 텐트 트레일러 뭐가 달라?

캠핑카·캐러밴·트레일러…'움직이는 별장' 3가지 매력
캠퍼들 가운데 일반 텐트 사용자 비중은 74%, 캠핑카와 캐러밴 등이 14%, 글램핑 등 기타 방식이 12%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지나면서 최근 캠핑카 등의 비율이 17~18%까지 올라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캠핑카와 캐러밴, 텐트 트레일러는 가격대와 기능 면에서 다르다. 자체 냉난방 기능을 갖췄다는 점은 모두 동일하지만 장단점을 파고들면 개성이 뚜렷하다.

캠핑카는 화장실과 싱크대를 갖췄고 설치, 철거 과정 없이 바로 떠날 수 있고, 견인 시 운전이 어렵지 않다. 다만 목적지에 한 번 설치하면 철수하지 않는 이상 차로 주변 관광이나 마트에 장을 보러 가기 어렵다. 1억원대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도 부담이다. 750㎏ 이상 캐러밴은 견인용 특수면허를 따야 한다. 일반 승용차로 견인이 불가능한 모델도 적지 않다.

텐트트레일러는 가장 대중적이다. 1000만~2000만원 선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캐러밴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 견인 운전의 부담도 덜하다. 다만 냉난방시설 외에는 캠핑카, 캐러밴이 자랑하는 세면대와 화장실, 샤워실 같은 편의시설이 없다. 일반 텐트보다는 빠르지만 펼치는 데는 캠핑카, 캐러밴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든다. 국내 1위 텐트트레일러 제조업체 신화플러스의 강덕희 대표는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1000대 넘게 출고되면서 창사 이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며 “올해도 상반기 300대가 넘는 판매액을 올렸다”고 했다.

움직이는 별장…월 25만~30만원에 주차

캠핑카와 캐러밴은 지하주차장 진입 가능 차 높이인 2.3m를 훌쩍 넘어 주차가 불가능하다. 주차할 곳이 있음을 입증하는 ‘차고지 증명제’도 넘어야 할 문턱이다. 캠핑카는 그 자체로 자동차여서 차고지 증명이 불필요하지만 캐러밴은 등록 시 별도의 주차공간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주차가 어렵다 보니 캠핑장에 아예 월세를 내고 ‘장박’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 강원 충남 등의 캠핑장은 월 25만~30만원에 캠핑카, 캐러밴, 트레일러 장박을 허용하고 있다.

아드리아·하비…지금 주문해도 8개월 대기

캐러밴 시장에서 인기 높은 모델은 수입 브랜드 ‘아드리아’ ‘하비’ 등이 꼽힌다. 아드리아 모델을 국내 유통하는 델타링크 아시아 관계자는 “주문이 밀려 있어 통상 계약하면 8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텐트트레일러는 4~8주 정도면 출고할 수 있다.

캠핑카, 캐러밴, 트레일러 등의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 캠핑장도 적지 않다. 캠핑장 예약 모바일 앱 ‘캠핏’이나 ‘땡큐캠핑’ 등에서는 캠핑장별 트레일러와 캐러밴 등의 반입 가능 여부가 예약 때 표시돼 있다. 전화로 반드시 허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기 연천 땅에미소, 용인 구봉산나인힐스, 충남 태안 몽산포오션, 강원 홍천 용오름캠핑장 등이 ‘캠핑 성지’로 꼽힌다.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의 노지 캠핑도 캠핑카, 캐러밴 정도 기능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이 강화되고 노지캠핑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