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들의 천국' 뉴질랜드 달리다 멈추면 그곳이 천상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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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캠퍼밴의 성지
뉴질랜드 여행
산·호수·바다 품은
천혜의 자연 환경
도시마다 캠핑업체
여행루트 내맘대로
인기 출발지는
크라이스트처치
침대칸 3면 통창
액자 속 명화 같아
캠퍼밴의 성지
뉴질랜드 여행
산·호수·바다 품은
천혜의 자연 환경
도시마다 캠핑업체
여행루트 내맘대로
인기 출발지는
크라이스트처치
침대칸 3면 통창
액자 속 명화 같아
자주 떠난 게 오히려 화근이었을까. 웬만한 여행에 더 이상 울림이 없던 때가 있었다. 비슷비슷한 건축물과 자연, 안락한 숙소, 그럭저럭 맛있는 레스토랑의 음식들. 분명히 여행 중임에도 더 이상 여행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떠난 뉴질랜드 캠핑카(캠퍼밴) 여행은 그런 ‘매너리즘’을 한 번에 씻어 내렸다. 유명 관광지를 목적지로 설정하고, 빡빡한 타임테이블에 따를 필요가 없었다. 그저 눈앞에 펼쳐진 도로를 달리다가 마음이 동하는 풍경 앞에 멈춰 서면 된다. 내가 선택한 자연 속 일부가 되는 게 목적 그 자체다.
뉴질랜드는 전 세계 캠퍼들이 ‘캠핑카 여행의 성지’로 꼽는 곳이다. 산과 호수, 바다를 모두 품은 천혜의 자연과 다양한 캠핑카 옵션, 편리한 인프라 등 삼박자가 모두 어우러진다. 지난달 말 입국자 격리 의무를 해제하며 다시 국경을 연 뉴질랜드로 꿈에 그려왔던 캠핑카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멋진 풍경이 보이면 이정표 없이 차를 세웠다. 피크닉 체어를 꺼내 잠시 앉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보석 같은 여행지를 찾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깐의 기다림에도 변화무쌍한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고층 건물이 없고, 날씨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하늘도 시시각각 다른 위용을 뽐낸다. 미세먼지가 없어 밤에는 어디서든 은하수가 보였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별이 많이 보인다는 테카포 호수 인근의 교회에서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밤하늘을 바라봤다. 안락한 숙소에서만 머물렀다면 허락되지 않을 광경이었을 터다.
제철 재료로 그날그날 요리를 해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주방은 넓지 않지만 인덕션, 전자레인지와 조리 도구를 갖춰 요리하기에 충분하다. 국내에선 고가의 건강기능식품 재료인 ‘초록홍합’으로 직접 홍합탕을 끓여 먹거나, 저렴한 소고기에 뉴질랜드 와인을 곁들어 마음껏 즐기는 것도 이곳에서만 허락된 일. 과일의 도시 크롬웰에서 입안에 한껏 털어 넣은 키위베리의 맛도 눈앞의 풍경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캠핑카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이 여행이지만, 그럼에도 꼭 들러야 하는 보석 같은 여행지도 많다. 해발 700m의 고지대에 수많은 거대 석회암 바위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캐슬힐’은 영화 반지의 제왕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푸카키 호수’는 눈이 시릴 듯한 사파이어 빛깔을 뽐낸다. 퀸즈타운 인근의 글래노키 호수 드라이브 코스도 수려한 경관으로는 빼놓을 수 없다. 뉴질랜드의 에베레스트라 불리는 마운트쿡에서는 잠시 캠핑카에서 내려 ‘후커밸리 트레킹’ 길을 걸어보길 권한다.
물론 캠핑카 여행이 오로지 낭만으로 가득찬 것만은 아니다. 여느 캠핑처럼 요리, 외부 세팅 작업, 주변 청소 등 약간의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여름이나 가을엔 벌레와의 사투에 대비해야 하고, 겨울엔 별도 방한용품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 수고로움을 감당할 각오만 마쳤다면, 당신은 이미 모든 준비가 돼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뉴질랜드는 전 세계 캠퍼들이 ‘캠핑카 여행의 성지’로 꼽는 곳이다. 산과 호수, 바다를 모두 품은 천혜의 자연과 다양한 캠핑카 옵션, 편리한 인프라 등 삼박자가 모두 어우러진다. 지난달 말 입국자 격리 의무를 해제하며 다시 국경을 연 뉴질랜드로 꿈에 그려왔던 캠핑카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캠핑카 여행자의 ‘천국’
뉴질랜드는 캠핑 초보자들에게도 친절하다. 도시마다 캠핑카 업체와 캠핑 사이트가 많아 자유롭게 여행 루트를 짤 수 있다. 출발지와 다른 도시에서 캠핑카를 반납한 뒤 바로 비행기를 타도 된다. 인기 출발지 중 하나인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6인승 캠핑카를 빌리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크기는 웬만한 화물 트럭 정도로 컸고, 뒤칸과 운전석 지붕에는 널찍한 침대 매트리스가 있었다. 주방과 샤워실이 딸린 화장실, 냉난방 시설까지 갖춰 말 그대로 ‘움직이는 집’이다. 차체가 높고, 우리나라와 반대로 운전석이 오른쪽이라 운전에 겁이 났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신호등이나 차도 적은 편이고, 도로도 잘 닦여 있었다. 운전석은 통유리여서 풍경이 더욱 생생했다. 침대칸 3면을 둘러싼 통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볼 땐 액자 속 명화를 보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멋진 풍경이 보이면 이정표 없이 차를 세웠다. 피크닉 체어를 꺼내 잠시 앉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보석 같은 여행지를 찾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깐의 기다림에도 변화무쌍한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고층 건물이 없고, 날씨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하늘도 시시각각 다른 위용을 뽐낸다. 미세먼지가 없어 밤에는 어디서든 은하수가 보였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별이 많이 보인다는 테카포 호수 인근의 교회에서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밤하늘을 바라봤다. 안락한 숙소에서만 머물렀다면 허락되지 않을 광경이었을 터다.
제철 재료로 그날그날 요리를 해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주방은 넓지 않지만 인덕션, 전자레인지와 조리 도구를 갖춰 요리하기에 충분하다. 국내에선 고가의 건강기능식품 재료인 ‘초록홍합’으로 직접 홍합탕을 끓여 먹거나, 저렴한 소고기에 뉴질랜드 와인을 곁들어 마음껏 즐기는 것도 이곳에서만 허락된 일. 과일의 도시 크롬웰에서 입안에 한껏 털어 넣은 키위베리의 맛도 눈앞의 풍경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하루 단돈 2만원에 ‘올인원’ 캠핑
뉴질랜드가 캠핑카 여행의 성지인 또 다른 이유는 저렴하고 좋은 캠핑 사이트가 많기 때문이다. 경험이 많다면 노지 캠핑으로 충분하지만 더 안락함을 추구한다면 지역마다 ‘홀리데이 파크’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하루 2만원 정도에 전용 사이트, 전기 충전 장치는 물론 대형 화장실, 샤워실 및 주방 시설도 갖추고 있다. 빨래를 하거나 캠핑카 내부의 물을 채우는 곳, 화장실의 오물을 처리하는 장소도 마련돼 있다. 오물통 내부에 특수 용액 처리가 돼 있어 생각보다 비우는 작업도 깔끔(?)하게 마칠 수 있다. 사이트 간격이 좁지 않아 소음도 적은 편이다. 따스한 햇살과 풀밭의 이슬이 함께하는 아침 풍경도 그대로다.캠핑카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이 여행이지만, 그럼에도 꼭 들러야 하는 보석 같은 여행지도 많다. 해발 700m의 고지대에 수많은 거대 석회암 바위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캐슬힐’은 영화 반지의 제왕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푸카키 호수’는 눈이 시릴 듯한 사파이어 빛깔을 뽐낸다. 퀸즈타운 인근의 글래노키 호수 드라이브 코스도 수려한 경관으로는 빼놓을 수 없다. 뉴질랜드의 에베레스트라 불리는 마운트쿡에서는 잠시 캠핑카에서 내려 ‘후커밸리 트레킹’ 길을 걸어보길 권한다.
물론 캠핑카 여행이 오로지 낭만으로 가득찬 것만은 아니다. 여느 캠핑처럼 요리, 외부 세팅 작업, 주변 청소 등 약간의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여름이나 가을엔 벌레와의 사투에 대비해야 하고, 겨울엔 별도 방한용품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 수고로움을 감당할 각오만 마쳤다면, 당신은 이미 모든 준비가 돼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