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는 누가 키우나?
필자는 삼성, 한국전력, 그리고 지금의 학교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기업과 교육 현장에서 지냈다. 평소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대단하고 훌륭하다고 말해왔다. 겉이 아니라 회사와 학교라는 일터에서 평생 월급을 받아만 본 사람으로서 월급을 주는 사람 즉,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이다.

직업계고 교장으로서 우리 학생들의 일자리가 되는 중소기업 사장을 만나면 늘 우리 학생들을 많이 뽑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경영자로서의 성공을 축하한다고 말한다. 100세 시대에 정년도 없이 일할 수 있는 기업을 가졌으니 부럽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런데 최근 그 부러운 중소기업 사장으로부터 푸념 아닌 푸념을 듣는 일이 종종 있다. 다름 아닌 자식에 대한 이야기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대신해서 자식들이 경영을 맡아주기를 원하지만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의아해서 되물었더니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선 자식들이 대기업 등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아버지 회사로 오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어렵게 설득해 옮겨 와서도 쉬운 일에만 머물러 있으려 한다. 왜 잘 있던 이전 직장에서 나오라고 했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사장이 되면 모든 책임을 다 져야 하고 소방서 경찰서에 갈 일도 생기고 세무서 구청 업무 등 귀찮은 일만 많다고 생각한다. 돈은 필요하지만, 사업은 골치 아프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업체를 팔아서 은행에 돈을 넣어 놓거나, 건물 하나 사서 임대료 받고 편하게 살자는 자식도 있다며 속을 끓인다. 자식들이 철들기를 속절없이 기다리면서 사장들끼리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게 된다. 물론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놓든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은 선진국에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가족경영이 주류인 터에 가업을 승계하려는 창업자만 탓할 것은 아니다.

힘들어도 일하면서 보람을 찾는 것이 미덕이었는데 언제부터 폼 나는 것만 찾는 세태가 된 것인지 걱정된다. 사장을 ‘갑질’하는 못된 사람으로만 보여주는 드라마나 중소기업을 ‘업자’나 ‘장사치’로 폄하하는 잘못된 시선이 그들의 경영 전수 의욕을 더 떨어뜨리는 것은 아닐까? 고용된 사람(employee)이든 고용을 만든 사람(employer)이든 각각의 ‘일’이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사람은 일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산다. 일이 주는 의미는 너무나 크다. 크든 작든 일을 위한 기본 단위인 ‘기업’을 이끄는 일 또한 참으로 신성한 것이다. 이 신성하게 주어지는 역할을 피하려 한다니 ‘소’는 누가 키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