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야성 잃어가는 한국 건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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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층·최장 기록 '옛 영광'
건설사·정부 긴밀히 협력해야
김은정 건설부동산부 기자
건설사·정부 긴밀히 협력해야
김은정 건설부동산부 기자
![[취재수첩] 야성 잃어가는 한국 건설산업](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07.15474085.1.jpg)
중동 카타르에서 플랜트 건설 업무를 맡고 있는 A씨가 보내온 이메일에는 옛 영광에 대한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국 건설산업의 해외 경쟁력을 진단한 본지의 ‘수출 효자 건설이 사라졌다’ 기획 기사에 대한 소감을 전해온 그는 “한때는 세계 최고층 건축물을 건설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위상이 높았는데, 요즘은 얼굴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런 기록들은 이제 옛 영광으로 남겨졌다. 2010년 중반 해외 건설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국내 건설사들은 철저하게 안방 주택사업에만 매달렸다. 때마침 주택시장도 호황기를 맞을 때였다. 열사의 땅 중동, 척박한 중남미를 가리지 않고 해외 수주 현장을 누비며 한국 건설의 존재감을 뽐내던 건설맨의 자존심에 금이 간 지는 오래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해외 인력을 양성한다고 수백 명씩 신입·경력 직원을 뽑고, 웃돈을 주면서까지 경쟁사에서 인재를 영입했는데 이젠 해외 사무소를 없애고 전문 인력들을 주택사업부로 돌리는 현실입니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는 “국내 건설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해 해외 시장 재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정부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 역량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각종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 연말 코로나19 확산 시기 억눌렸던 해외 수주가 봇물 터지듯 연이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기회마저 놓친다면 한국 건설은 내수에만 매달리는 ‘초식 산업’으로 전락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