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대규모 인구집단 연구…40세 이상 448만명 5년 추적
"가족력 땐 조기 위내시경 검사해야"

부모 쪽과 형제자매 쪽 양측에 위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의 위암 발병 확률이 가족력 없는 사람 대비 2.26배에 이른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인구집단을 놓고 위암의 가족력과 발병 위험의 상관관계를 추적한 국내 최초의 연구다.

이대목동병원(소화기내과 문창모)·한양대병원(예방의학과 박보영)·강북삼성병원(소화기내과 정윤숙) 공동 연구팀은 2013∼2014년 전국에서 위암 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448만3천605명을 대상으로 약 5년에 걸쳐 위암 발병 여부를 추적 분석한 결과, 이런 특징이 관찰됐다고 8일 밝혔다.

"부모와 형제자매 양쪽 가족력 있으면 위암 확률 2.26배"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이 바로 위암이며, 위암 발생률이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곳이 한국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새로 진단되는 위암 환자의 수는 약 3만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위암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높은 감염률과 짠 음식, 탄 음식을 좋아하는 식습관 등이 꼽힌다.

여기에 더해 가족력도 위암 발생에 중요 요인으로 지목돼 왔으나, 이에 대해서는 국내 대규모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그간 없었던 탓에 위험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자를 부모와 형제자매 중 위암 가족력이 있는 89만6천721명과 가족력이 없는 358만6천884명으로 나눠 위암과 위 선종(위암 전단계) 발생 양상을 분석했다.

이 결과 위암 가족력이 있는 그룹에서는 관찰 기간 중 위암과 위 선종 발생률이 각각 0.96%, 0.46%로 집계됐다.

반면 위암 가족력이 없는 그룹에서는 이런 비율이 각각 0.65%, 0.32%로 현격히 낮았다.

연구팀은 부모나 형제자매 중 위암 발병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가족력 없는 사람에 대비해 위암과 위 선종 위험도가 각각 1.48배, 1.44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했다.

부모 쪽 가족력(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위암)이 있는 사람은 1.40배로, 형제자매 쪽 가족력(형제자매 중 한 명 이상이 위암)이 있는 사람은 1.59배로 각각 위암 위험도가 높아졌다.

이는 가족력이 없는 사람에 대비해 비교한 것이다.

그리고 부모 쪽 가족력과 형제자매 쪽 가족력이 둘 다 있는 경우에는 위험도가 2.26배로 치솟는 것으로 분석됐다.

위 선종 위험도도 부모 쪽 가족력과 형제자매 쪽 가족력 둘 다 있는 경우에는 2.19배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창모 교수는 "이번 분석에서는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나이가 어릴수록 위암과 위 선종의 상대적 위험도가 더 높아지는 특징도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부모와 형제자매 양쪽 가족력 있으면 위암 확률 2.26배"
전문가들은 위암 가족력이 있다면 젊어서부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고, 위암 선별검사를 일찍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대한위암학회는 무증상이더라도 40세 이상인 사람은 2년에 한 번 위내시경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문 교수는 "만약 위암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집중적인 위암 선별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위암 선별검사를 40세보다 일찍 시작하거나 검사 간격을 단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위장관학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