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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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기대에 소폭 못 미친 2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숫자로 확인됐지만, 증권가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미 주가가 많이 하락해 저평가 영업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되는 데다, 내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헀다고 전일 증시 개장 전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94%와 11.38% 늘었다. 하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를 소폭 밑돌았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거시경제(매크로) 불안에 따른 세트 출하량 둔화로 모바일경험(MX) 및 소비자가전(CE) 사업부 실적이 부진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MX와 CE 부문은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 유럽에서의 전쟁 등으로 인한 경기 둔화에 영향을 받았다”며 “2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은 직전 분기 대비 19% 감소한 6000만대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부문도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최도연 연구원은 “반도체도 분기말 주문 감소로 메모리 출하량이 기대치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2분기 실적 (부진은) 완제품과 반도체 모두 선제적인 재고 관리에서 유발됐다는 점에서 우려 대비 양호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완제품은 고객사의 채널 재고가 증가하면서 생산 및 출하를 조절했다“면서 ”반도체는 내년 공급 제약을 감안해서 전략적인 사내 재고 일수를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올해 하반기 전망도 밝지는 못하다. 경기 우려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영업이익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 세트사업의 출하 감소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26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하반기 매모리 가격은 중국 스마트폰 수요 부진 심화, 인텔의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연기에 따른 서버용 메모리 대기 수요 발생 등으로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내년에는 반도체 시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도연 연구원은 ”현재는 거시경제 불안으로 수요가 하향 중인 상황에서 그 폭을 확인하는 진통 구간“이라며 ”수요에 대한 기대감을 모두 낮추고 나면 시장 시선은 자연스럽게 공급 제약으로 이동할 전망으로, 메모리 업황은 재고가 모두 소진될 내년 1분기 중 상승반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현우 연구원은 ”D램의 14나노미터(nm) 이하 공정 개발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다“며 ”수요 둔화로 인해 메모리 업체들이 향후 신규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수급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이미 많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주식을 매도할 때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원 연구원은 올해 연간 지배주주순이익 전망치를 7% 하향해 40조8000억원으로 제시하면서도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조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점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1qo 수준까지 하락해 실적 대비 주가 하락이 다소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반등 시점을 내년 2분기로 전망한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 주가가 실적을 약 6개월 선행했던 선례를 감안하면 올해 4분기부터는 주가 회복세가 기대된다“며 ”다른 업체 대비 컨센서스 하향 조정이 빠르게 이뤄졌고, 막대한 순현금과 현금흐름을 고려하면 가장 안정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