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공원의 바닥분수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사진=오세성 기자
딸아이와 공원의 바닥분수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사진=오세성 기자
몇 년간 먼지만 쌓였던 공원의 분수들이 다시 작동을 시작했습니다. 예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왔기에 더위를 식혀주는 분수가 반가운 요즘입니다.

휴일을 맞아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더니 물놀이하는 아이들로 분수가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부럽다는 듯 하염없이 쳐다보는 딸아이 눈빛에 결국 집으로 돌아가 방수 기저귀와 아이 수영복을 챙겨 나왔습니다. 옷을 갈아입히고 분수대 앞에 내려주자 딸아이는 기쁘다는 듯 소리를 지르며 웃음이 만개한 얼굴로 물줄기를 만지러 가더군요.

신나게 손을 뻗는 아이 뒤를 에스코트하다 보니 저 역시도 흠뻑 젖었습니다. 마침 분수 옆에 인공 계곡이 있었습니다. 젖은 김에 물에 들어가자 싶어 아이를 인공 계곡에 내려줬습니다. 찰랑이며 흐르는 물에 손을 대고 첨벙대더니 방긋 웃어 보이네요. 계곡 밖에서 그 모습을 보는 아내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군요. 이번 주말 가족 나들이는 성공한 모양입니다.
딸아이가 손으로 물을 첨벙대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사진=오세성 기자
딸아이가 손으로 물을 첨벙대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사진=오세성 기자
인공 계곡에서 놀다 보니 주변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진 것을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견주가 분수대에 들어가려다 공원을 관리하는 공무원에게 제지당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물에 강아지는 들어갈 수 없다고 막아서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꼈지만, 약간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거든요.

"사방이 트여있는 공원이라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휴일에도 2명씩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안양시청 장승두 공원관리과 동안공원팀장은 최근 몇 년 쓸쓸했던 공원에 활기가 가득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들이 소속된 동안공원팀이 관리하는 안양 평촌중앙공원은 2004년 분수대와 인공계곡을 조성했습니다. 공원에서 물소리를 즐기기 위한 것이었지만, 정작 물놀이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물놀이장이 되어버렸죠. 최근까지 주변 지자체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원이 없었기에 안산, 군포, 의왕, 과천 등 인근 주민들까지 많이 찾았다고 합니다. 주말이면 물놀이장 운영하느냐는 전화로 공원팀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하네요.
분수에서 채취한 물의 잔류염소를 측정하는 모습. 잔류염소와 탁도 등은 현장에서 측정하고 대장균 등의 검사는 실험실에서 이뤄집니다./사진=오세성 기자
분수에서 채취한 물의 잔류염소를 측정하는 모습. 잔류염소와 탁도 등은 현장에서 측정하고 대장균 등의 검사는 실험실에서 이뤄집니다./사진=오세성 기자
안양시가 이 시설을 물놀이장으로 변경하면서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장 팀장은 "친수시설이 처음에는 조경 요소였을 뿐이라 지하수를 사용했지만, 물놀이장으로 활용되면서 마셔도 문제가 없는 상수도를 쓰고 있어요"라며 "매주 마시는 물 기준으로 수질 검사를 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소이온농도와 탁도, 대장균, 잔류염소 등의 수치를 검사하고, 그와 별개로 매주 물도 갈아준다고 하네요. 공원 지하에는 정수를 위한 차염(차아염소산) 발생장치도 마련됐습니다. 소금을 넣어 자체적으로 염소를 만든 뒤 물에 풀어 정수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관리 덕분에 한 번도 수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방문해 무료로 즐기는 공원이다 보니, 다른 문제들이 여럿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분수에서 위험한 장난을 하다 다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장 팀장은 "바닥에서 물이 나오는 분수가 잠시 멈춘 사이 그 위에 앉아 있다가 생식기를 크게 다친 여아가 있었습니다"라며 "이후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분수 수압을 대폭 낮췄지만, 분수 구멍에 동전을 넣어 날리거나 안을 들여다보다 눈을 다치는 일은 흔하게 발생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흥분해 달리던 아이끼리 부딪쳐 다치는 일도 흔하게 빚어진다고 하네요.
매주 시설의 물을 모두 비우고 청소가 이뤄집니다. 비운 물을 다시 채우는 데 하루가 걸린다고 합니다. / 사진=오세성 기자
매주 시설의 물을 모두 비우고 청소가 이뤄집니다. 비운 물을 다시 채우는 데 하루가 걸린다고 합니다. / 사진=오세성 기자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자리 잡으면서 답답했던 생활에서 벗어나 야외활동이 늘고 있습니다만, 동시에 아이들도 야외놀이가 익숙지 않다 보니 주변에 부모가 없게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2명뿐인 현장의 담당자가 휴일까지 반납하면서 근무하는 와중에 수백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통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의 관리 감독은 부모의 당연한 책무일 텐데, 의외로 홀로 남겨두고 볼일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부모가 몇번 지켜보면 아이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 시간 정도는 자리를 비우는 겁니다. 노느라 정신없는 아이들에게 '엄마 어디 다녀올게', '아빠 잠시 자리 비울게' 등의 얘기는 귀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이렇게 작은 공원에서도 미아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안양시 평촌중앙공원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드론사진=오세성 기자
안양시 평촌중앙공원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드론사진=오세성 기자
장 팀장은 "주말마다 미아가 발생합니다. 미아가 생기면 공원 관리실에서 방송하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록 부모가 오지 않을 때도 있더라구요"며 "대부분 아이를 물놀이장에 두고 마트나 백화점, 카페 등에 가곤 합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제아무리 집 앞 공원이고 근처 잠시 간다고는 하지만, 같이 있을 때도 아이들에게 사고가 날 수 있는데 말이죠. 미아가 된 아이 중에는 3~4세, 5~6세의 미취학 아동들도 제법 있다고 합니다. 이 공원 분수대에서 가까운 백화점까지 거리는 약 700m로, 도보 10분 이상 걸립니다. 아무리 짧게 계산을 해봐도 어린아이를 20분 넘게 혼자 뒀다는 의미죠. 예상치도 못한 '매운맛' 고백에 기자도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장 팀장은 "미아를 경찰에 인계하는 경우까지 간 적은 없었습니다"라며 "부모가 아이를 곁에서 잘 봐줬으면 좋겠네요"라고 당부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