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알파고 쇼크 6년'…AI는 어디까지 진화했나
2016년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은 AI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직은 컴퓨터가 인간 최고수를 못 넘어설 것’이란 예상을 깨고 알파고의 압승으로 끝난 대국 결과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겨줬다.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뿐 아니라 고난도의 정신노동까지 대체하는 것이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곧 다가올 현실임을 일깨웠다. AI가 수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고, 2045년에는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는 극단적인 비관론도 등장했다. 과연 AI는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까.

소이경제사회연구소 AI연구회의 사회, 경제, 금융, 교육 등 12명의 전문가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AI와 사회 변화》는 이들이 지난 1년간 온라인 발표와 토론을 통해 AI가 가져올 미래사회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AI를 ‘기계가 지능적 행동을 하게 하는 기술’로 정의한다. 여기서 기계는 컴퓨터, 지능적 행동은 문제해결과 추론, 자율학습 등을 의미한다. 현재 AI는 영상 진단, 새로운 항생제 개발, 무인점포, 주식 트레이딩, 작곡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조(兆) 단위 규모의 정보량을 처리할 수 있는 슈퍼 AI를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다. 이런 성과는 AI가 앞으로 어떤 문제든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현재 가장 발달한 AI조차도 실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매우 한정적”이라고 지적한다. 알파고와 IBM 왓슨, 네이버 파파고는 영상 분석과 번역 등 특정 분야에만 한정된 ‘약한 인공지능’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의 ‘신의 한 수’에 1패를 당한 것처럼. 상황이 조금만 변해도 AI는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저자들은 “인간처럼 모든 것을 판단하고 수행할 수 있는 범용 AI인 ‘강한 인공지능’은 수십 년 이후에도 나오기 힘들 전망”이라며 “상당 기간 AI는 인간을 보완하고 돕는 형태로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