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에서 퇴직한 전문가들을 마이스터고에 교사로 채용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연령 제한 등 걸림돌이 많기 때문에 산학겸임교사 제도를 개선하는 게 절실합니다.”

마이스터고인 충북반도체고 김진권 교감은 8일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고교단계 반도체분야 인재양성 포럼’에서 “반도체 생산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 고졸 인력을 양성하려면 규제를 철폐해 교사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교육부는 반도체 관련 고졸 인력 수요와 육성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포럼을 열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산업은 설계, 공정, 소재, 장비까지 분야별로 필요한 인력이 다양하다”며 “기술 개발과 연구를 담당하는 석박사, 학사뿐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활동하는 고졸 실무 인재가 함께 양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반도체 분야 부족 인원은 1621명에 달한다. 특히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 중 32.4%가 숙련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반도체 고졸 인재를 육성하는 마이스터고 교사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업과 협력해 교사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감은 “기업에서 반도체 장비를 들여와 공정 실습실을 구축했지만, 교사들이 장비 사용법을 배우는 게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충북마이스터고는 교육과정을 개설한 6개 공정 중 2개 공정의 지도교사로 SK하이닉스 퇴직자를 채용했다. 나머지 4개 공정은 SK하이닉스의 엔지니어가 주 2회 파견 나와 공정 노하우를 전수했다. 김 교감은 “비싼 장비를 들여놔도 교사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장비는 고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반도체 공정을 중점적으로 배우고 실습한 학생들이 기업에 잘 적응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도체레이저 제조업체인 QSI가 2016년~202년 고졸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반도체 관련 고등학교 출신이 퇴사율은 낮고 근속연수는 높았다. 반도체고 출신이 아닌 학생들은 퇴사율이 41%에 달했지만, 반도체고 출신은 10%에 그쳤다. 근속연수도 비반도체고는 1.4년, 반도체고는 3.1년으로 두 배 넘게 차이 났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