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째 음봉이야"…주식하는 할머니·할아버지 늘었다 [신민경의 롤링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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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논문 '인구구조와 직·간접 주식투자 간 관계분석: 노년세대를 중심으로'
"할머니·할아버지도 '주식투자' 원한다"
"60→73세,평균연령 높을수록 주식투자 선호↑"
"타깃데이트펀드 설계에 활용 기대"
논문 '인구구조와 직·간접 주식투자 간 관계분석: 노년세대를 중심으로'
"할머니·할아버지도 '주식투자' 원한다"
"60→73세,평균연령 높을수록 주식투자 선호↑"
"타깃데이트펀드 설계에 활용 기대"
"이것 좀 봐봐, 다우지수는 폭등했는데 코스피는 전강후약이라네. 캔들은 5일째 음봉이라네."
"이번 주는 옵션만기가 있어. 주말쯤에 변동성지수(VIX) 최저점 경신 등 변수가 많어."
"우리 그럼 주식 잠깐 쉴까?"
증권사 직원들이 주고 받은 말이 아닙니다. 2011년까지 방영한 TV 드라마 '생초리'의 CF 영상 속에서 시골 마을 할머니들이 나눈 대화를 옮겨 적은 겁니다. CF가 처음 공개됐을 때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악했습니다. 할머니들이 주식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영 부자연스러웠던 겁니다. 물론 일각에선 '할머니들이 휴대전화를 보면서 주식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신선한 접근이다' '어려운 용어들 외우느라 힘드셨을 것' '할머니들 정말 멋지다' 등 호평도 쏟아졌습니다.
주식투자와 노년층. 어딘가 어색한 단어 조합입니다. 노년층이 위험자산으로 불리는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젊을 적엔 국내외 주식 등 고위험 상품 위주로 투자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포트폴리오 내 채권이나 예금 같은 안정적인 상품의 비중을 늘린다는 게 자산배분에 대한 통상적인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뒤집는 논문이 최근 발표됐습니다. 올 3월 한국금융학회에 실린 논문 '인구구조와 직·간접 주식투자 간 관계분석: 노년세대를 중심으로'입니다. 연구진은 주식투자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연구자료의 필요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에 투자자들을 각 세대별로 나눠, 주식투자 수요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을 먼저 소개하면 노년세대는 기존의 생애주기 가설과 달리 직접 주식투자에 대한 의지가 컸습니다. 특히 노년세대의 평균 연령이 높아질수록 위험자산인 주식투자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논문의 저자인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노년세대의 주식투자 열기가 뜨거운 것은 다른 세대와 비교해 금융소득이 가장 많은 데다 기대수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직접 주식투자에 대한 60~73세 인구의 수요가 지속되는 것과는 다르게 공모 주식형펀드 같은 간접 주식투자는 인구비중 변수가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노년세대의 시작연령을 60세에서 75세까지 1세씩 올려가면서 분석했습니다. 이 결과 73세까지는 직접 주식투자 수요가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노년세대의 시작연령을 기존의 기준인 60세로 볼 경우 노년세대 인구비중이 1% 증가 시 직접 주식투자의 수요는 불과 3.03% 늘었습니다. 반면 시작연령을 63세로 높였더니 8.35%로, 71세로 높이면 23.99% 증가했습니다. 이후 74세부터는 유의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직접 주식투자에 활발히 투자하는 노년세대가 '60~73세'임을 의미합니다.
재밌는 점은 오히려 중년세대(40~59세)는 직접 주식투자 수요에 음(-)의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선 특히 '주택 보유'에 대한 공감대가 두루 형성돼 있어 중년세대가 직접 주식투자보다 주택에 관심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20년 통계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주택소유자를 연령별로 분석할 때 50대가 전체의 25.7%를 차지하고 다음으로 40대(23.1%), 60대(19.5%), 30대(12.1%), 70대(11.2%) 등 순으로 비중이 높습니다. 중년세대인 40∼50대 연령층이 전체 주택소유자의 절반(48.8%)을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 교수는 이번 논문이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TDF) 등 금융상품의 설계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TDF란 투자자 은퇴시점에 따라 주식 등 위험자산과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펀드의 일종입니다. 위험자산에 가까워질수록 글라이드 패스(자산배분 곡선)에 따라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이죠. 연구에서 노년세대의 주식투자 적극성을 확인한 만큼 TDF의 은퇴 시점을 상향 조정하고 펀드 내 주식투자 비중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김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노령화 추세를 감안해 펀드 매니저들이 TDF 펀드와 ETF 상품을 개발할 때 고령층의 나이를 기존보다 3~4세가량 높게 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이 시점 포트폴리오 내 채권의 비중을 줄이고 국내외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이번 주는 옵션만기가 있어. 주말쯤에 변동성지수(VIX) 최저점 경신 등 변수가 많어."
"우리 그럼 주식 잠깐 쉴까?"
증권사 직원들이 주고 받은 말이 아닙니다. 2011년까지 방영한 TV 드라마 '생초리'의 CF 영상 속에서 시골 마을 할머니들이 나눈 대화를 옮겨 적은 겁니다. CF가 처음 공개됐을 때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악했습니다. 할머니들이 주식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영 부자연스러웠던 겁니다. 물론 일각에선 '할머니들이 휴대전화를 보면서 주식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신선한 접근이다' '어려운 용어들 외우느라 힘드셨을 것' '할머니들 정말 멋지다' 등 호평도 쏟아졌습니다.
주식투자와 노년층. 어딘가 어색한 단어 조합입니다. 노년층이 위험자산으로 불리는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젊을 적엔 국내외 주식 등 고위험 상품 위주로 투자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포트폴리오 내 채권이나 예금 같은 안정적인 상품의 비중을 늘린다는 게 자산배분에 대한 통상적인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뒤집는 논문이 최근 발표됐습니다. 올 3월 한국금융학회에 실린 논문 '인구구조와 직·간접 주식투자 간 관계분석: 노년세대를 중심으로'입니다. 연구진은 주식투자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연구자료의 필요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에 투자자들을 각 세대별로 나눠, 주식투자 수요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을 먼저 소개하면 노년세대는 기존의 생애주기 가설과 달리 직접 주식투자에 대한 의지가 컸습니다. 특히 노년세대의 평균 연령이 높아질수록 위험자산인 주식투자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논문의 저자인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노년세대의 주식투자 열기가 뜨거운 것은 다른 세대와 비교해 금융소득이 가장 많은 데다 기대수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직접 주식투자에 대한 60~73세 인구의 수요가 지속되는 것과는 다르게 공모 주식형펀드 같은 간접 주식투자는 인구비중 변수가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노년세대의 시작연령을 60세에서 75세까지 1세씩 올려가면서 분석했습니다. 이 결과 73세까지는 직접 주식투자 수요가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노년세대의 시작연령을 기존의 기준인 60세로 볼 경우 노년세대 인구비중이 1% 증가 시 직접 주식투자의 수요는 불과 3.03% 늘었습니다. 반면 시작연령을 63세로 높였더니 8.35%로, 71세로 높이면 23.99% 증가했습니다. 이후 74세부터는 유의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직접 주식투자에 활발히 투자하는 노년세대가 '60~73세'임을 의미합니다.
재밌는 점은 오히려 중년세대(40~59세)는 직접 주식투자 수요에 음(-)의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선 특히 '주택 보유'에 대한 공감대가 두루 형성돼 있어 중년세대가 직접 주식투자보다 주택에 관심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20년 통계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주택소유자를 연령별로 분석할 때 50대가 전체의 25.7%를 차지하고 다음으로 40대(23.1%), 60대(19.5%), 30대(12.1%), 70대(11.2%) 등 순으로 비중이 높습니다. 중년세대인 40∼50대 연령층이 전체 주택소유자의 절반(48.8%)을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 교수는 이번 논문이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TDF) 등 금융상품의 설계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TDF란 투자자 은퇴시점에 따라 주식 등 위험자산과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펀드의 일종입니다. 위험자산에 가까워질수록 글라이드 패스(자산배분 곡선)에 따라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이죠. 연구에서 노년세대의 주식투자 적극성을 확인한 만큼 TDF의 은퇴 시점을 상향 조정하고 펀드 내 주식투자 비중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김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노령화 추세를 감안해 펀드 매니저들이 TDF 펀드와 ETF 상품을 개발할 때 고령층의 나이를 기존보다 3~4세가량 높게 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이 시점 포트폴리오 내 채권의 비중을 줄이고 국내외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