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고용 '서프라이즈' 넘었지만, 다음 주 줄줄이 '지뢰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뉴욕 증시 개장을 한 시간 앞둔 8일(미 동부 시간) 오전 8시 30분, 미국 노동부는 6월 고용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신규 일자리가 37만2000개 늘어난 것으로 나왔습니다. 월가가 예상하던 26만 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민간 분야의 일자리가 38만 개나 증가했고 서비스 등 대부분 업종에서 고용이 늘었습니다. 이전 두 달(4~5월) 신규 고용 수치가 기존 발표된 것보다 7만4000개가 감소한 것으로 하향 조정된 게 그나마 뜨거운 수치를 약간 식혀줬습니다. 낮춰진 5월 수치(38만4000개 증가)를 고려하면 3월부터 이어진 Fed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신규 고용이 전달보다 1만2000개밖에 줄어들지 않은 것입니다. 실업률은 3.6%로 유지됐습니다. 강력한 고용 수치가 발표되자 뉴욕 채권 시장에선 금리가 치솟았습니다. 미 국채 2년물의 경우 발표 전 3.004%에서 발표 직후 3.14%까지 솟구쳤습니다. 노동 시장이 둔화하지 않고 있어서 Fed가 더 강력히 긴축할 것이란 관측이 강해진 탓입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예상보다 강력한 고용 수치에 단기 금리가 급등했다"라면서 "시장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 인상을 예상할 것이며, 이런 금리 인상은 가을까지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라스무센의 조셉 브루셀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 고용보고서는 7월 75bp 인상의 시급함을 강조한다"라며 "우리는 Fed가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하기 전에 3.25~3.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 수치가 나온 직후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CNBC 인터뷰에서 "경제의 엄청난 계기는 우리가 다음 회의에서 75bp를 인상할 수 있으며, 경제가 장기간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그는 총 18명의 Fed 멤버 가운데 9번째로 75bp 인상을 지지한 사람이 됐습니다. 올해 FOMC 투표권자는 아니지만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다음 회의에서 50bp 또는 75bp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보수적으로 말했지만,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3.5%까지 높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매우 분명해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미 국채 10년물은 오후 3시 30분께 8.5bp 오른 3.087%, 2년물은 8.6bp 상승한 3.107%로 거래됐습니다. 기준금리 움직임을 좇는 2년물은 이번 주에만 30bp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만큼 'Fed가 금리를 못(덜) 올릴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약화한 것입니다. 또 채권 수익률 곡선의 역전 현상은 이어졌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전 9시 30분 0.2~0.7% 수준의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내림 폭을 줄이더니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오후 3시 이후까지도 플러스권에 머물렀지만, 장 막판 매물 출회로 다우는 0.15%, S&P500 지수는 0.08% 하락했습니다. 나스닥만이 0.12% 상승세를 지켰습니다. 사실 전날 밤 골드만삭스는 신규 일자리 24만5000개를 예상하면서도 17만5000~25만 개를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랠리를 유지할 수 있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범위라는 겁니다. 경기 침체 걱정도 없고, Fed의 더 강한 긴축이나 시장 금리 상승(10년물이 다시 3.25% 이상으로 올라가는)을 촉발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는 범위였지요. 그러나 수치는 그보다 훨씬 높았고 이제 이달 말 기준금리 75bp 인상은 기정사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도 뉴욕 증시는 이날 나름대로 잘 버텼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① 경기 침체 우려 감소
6월 신규 고용이 37만2000개나 증가한 것으로 발표된 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 나우는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1.9%에서 -1.2%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여전히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일주일새 -2.1%까지 떨어졌던 게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그만큼 경기 침체 우려는 감소했습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수치는 현재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공상'이라는 우리 견해를 뒷받침한다"라면서 "경기 침체 이야기는 시장에 의해 지나치게 많이 반영됐고, Fed는 여전히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MKM파트너스는 "6개월 동안 27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경제는 침체가 아니다. 침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침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윌밍턴 트러스트는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는 여전히 확장되고 있고 고용 성장은 당분간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윌밍턴은 다만 "이는 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부를 수 있고 이는 경기의 실질적인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면서 "미국과 세계 경제가 향후 9~12개월 동안 경기 침체를 피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위험은 증가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② 고용은 후행 지표
고용 지표는 대표적 후행 지표입니다. 경제의 현실을 뒤늦게 보여준다는 뜻입니다. 파이퍼 샌들러에 따르면 통상 중앙은행의 긴축이 본격화되면 ①주택 경기 냉각→②ISM 신규주문 감소→③기업이익 감소→④고용 감소 등으로 그 영향이 나타납니다. 지금 ②신규주문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고 기업이익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캘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좋은 보고서였다. 3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니 반갑다. 그러나 고용은 후행 경제 지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팬데믹과 막대한 부양책으로 만들어진) 이번 이상한 경기 사이클에서는 지금 최종 수요가 약해지고 있지만 7월까지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수많은 채용 공고가 비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ed는 긴축할 때 경기가 올해 후반부터 둔화할 것이란 걸 인식해야 하며, 그래서 너무 공격적이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경제는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넘어 하락할 것이다. 금리를 많이 올린다면 올해 말 내년 초 즈음에는 진짜 문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고용보고서는 (고용이 후행 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열된 시장이 둔화하기 시작했음을 나타낸다"라며 "우리는 7월 75bp를 올린 뒤 9월에 50bp, 11월과 12월에는 각각 25bp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같은 경로를 예상했습니다. ③ 가계에선 "일자리 31만5000개 감소"
노동부는 고용보고서를 만들 때 두 가지 설문조사를 합니다. 신규 고용 수치를 집계하기 위해 기업(고용주)을 조사하며, 실업률 통계를 내기 위해선 가계조사를 합니다. 6월 신규 고용 37만 2000개 증가는 기업 조사에서 나온 수치입니다. 하지만 가계조사에서는 31만5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날 노동참여율이 62.2%로 전달보다 0.1%포인트 감소한 가운데, 실업률이 3.6%로 유지된 것은 가계조사에서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지만, (어려워진 경제 사정으로) 두 가지 잡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날 수치가 나온 것이란 추정을 내놓고 있습니다. 따져보면 37만2000개란 수치가 그리 강력한 수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들 수치는 6월처럼 큰 편차가 나올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측정값의 평균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④ 인플레이션에 청신호?
민간 비농업 일자리를 가진 모든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보다 10센트(0.3%) 증가한 32.08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전월의 0.4%에서 하락했습니다. 전년 대비로도 5.1% 증가해 전달의 5.3% 증가보다 둔화했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임금 상승이 냉각되고 있는 것과 최근의 원자재 가격 하락은 모두 인플레이션 전망이 Fed가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빨리 개선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재나 스트리터 선임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수치를 보니) Fed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임금 발 나선형 상승 소용돌이를 만들만한 수준은 아니란 말이죠. 다만 아직도 높은 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2%)가 이뤄지려면 임금 상승률이 전년 대비 3.5% 정도까지 하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⑤ 기업 어닝도 괜찮을까?
월가의 한 관계자는 "2분기 기업들의 어닝이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업은 실적이 좋지 않다면 고용을 늘리기 쉽지 않다. 즉 지금까지는 전반적인 어닝이 '나쁘지는 않다'(not bad) 정도로 봐야 할듯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6월에는 여름 임시 일자리를 구하는 수요가 많다"라며 "그런 수요 때문에 신규 고용이 증가한 것이라면 오는 9월, 10월에는 다 없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금리가 치솟으면서 헬스케어 등 경기 방어주들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모더나(2.22%) 르제네론(2.32%) 유나이티드헬스(0.83%)가 올랐고, 펩시코(0.89%) 코스트코(1.33%)도 상승했습니다. 애플(0.47%) 등 빅테크도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이 수치는 Fed의 매파적 성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래서 보고서가 나온 뒤 금리가 더 높게 치솟았다. Fed의 매파 성향 후퇴를 기대하고 상승한 위험 자산에는 좋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최근 3900선 주변에 머물고 있습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는 "현재 컨센서스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2022년 215달러, 2023년 약 235달러로 예상되는데 현재 S&P500 지수가 올해 이익의 18배, 2023년 예상 이익의 16.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대적으로 싼 밸류에이션은 아니며, 그렇다고 특별히 높은 밸류에이션도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고용 지표가 높게 나오자, 다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증시 관심사의 중심으로 돌아왔습니다. 칠턴트러스트의 팀 호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노동 시장이 얼마나 강한지 놀랍다. 이는 Fed가 실업(경기 침체)보다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해준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강력한 고용 수치는 10년물 3% 금리와 3800이 넘는 S&P500 지수의 조합이 경기 침체를 촉발하거나 Fed가 원하는 2%대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불충분하다는 생각을 강조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주 매우 중요한 인플레이션 수치가 나옵니다. 13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CPI)입니다. 5월에 8.6%(전년 대비)까지 치솟아 '인플레이션 정점'을 기대하던 시장에 고인 물을 부었었죠. 월가 컨센서스는 이번 주 초까지는 8.7%였는데, 지금은 8.8%가 됐습니다. 또 전달 대비로도 1.1% 상승해 5월(1.0%)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상향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근원 CPI의 경우 전달 6.0%에서 5.8%로 둔화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5.8%도 Fed 목표(2%)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헤드라인 수치 8.7%, 근원 수치 5.7%로 예상합니다. 중고차, 항공료 물가는 꺾였지만, 유가와 음식료, 주거비, 서비스업 물가 상승세가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6월 고용 지표에서 노동 시장이 강력하다는 것 확인한 만큼 6월 CPI가 높게 나오면 7월에 더욱 매파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가는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 오른 배럴당 104.7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브렌트유도 107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수석 시장 분석가는 "경기 침체 우려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었지만, 러시아의 원유 공급에 대한 위험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이는 지나쳤다"라면서 "원유 수요 전망은 분명히 약화하고 있지만, 공급 상황이 잠재적으로 심각한 혼란에 처할 위험이 있으므로 빡빡한 수급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14일부터는 2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됩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 씨티, 웰스파고 등 금융주가 문을 엽니다. 펩시코, 델타항공 등도 실적을 공개합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많은 이들은 다음주 CPI 발표와 2분기 어닝시즌 시작이 더 큰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주 상승세가 단기적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기업이익에 대한 추정치가 너무 높아서 하향 조정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다만 양호한 명목 GDP 성장률과 여전히 건강한 가계 소득을 고려할 때 확실한 것은 아니다. S&P500 지수가 20% 이상 하락하고 주가수익비율(P/E)이 21배에서 16배로 하락한 것은 이익 하락 위험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한 2분기 매출을 신고했고, 오늘 TSMC도 44% 늘어난 매출을 보고했습니다. IT 제품 판매는 여전히 괜찮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하지만 이날 실적을 공개한 WD-40는 분기 매출이 9% 감소했고 순이익은 15% 줄면서 14.91% 폭락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 불확실한 경제 상황, 달러 강세 탓입니다. 게리 릿지 최고경영자(CEO)는 “불행히도 계속해서 어려운 인플레이션 환경에 직면해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며 단기간에 완화될 조짐이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15일 발표될 미시간대의 7월 소비자 신뢰지수(예비치)도 중요합니다. 특히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예비치에서 3.3%로 발표되어 Fed가 6월 FOMC에서 급히 75bp를 올렸던 계기가 된 수치입니다. 이후 최종 발표에서 3.1%로 하향 수정되었지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신규 일자리가 37만2000개 늘어난 것으로 나왔습니다. 월가가 예상하던 26만 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민간 분야의 일자리가 38만 개나 증가했고 서비스 등 대부분 업종에서 고용이 늘었습니다. 이전 두 달(4~5월) 신규 고용 수치가 기존 발표된 것보다 7만4000개가 감소한 것으로 하향 조정된 게 그나마 뜨거운 수치를 약간 식혀줬습니다. 낮춰진 5월 수치(38만4000개 증가)를 고려하면 3월부터 이어진 Fed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신규 고용이 전달보다 1만2000개밖에 줄어들지 않은 것입니다. 실업률은 3.6%로 유지됐습니다. 강력한 고용 수치가 발표되자 뉴욕 채권 시장에선 금리가 치솟았습니다. 미 국채 2년물의 경우 발표 전 3.004%에서 발표 직후 3.14%까지 솟구쳤습니다. 노동 시장이 둔화하지 않고 있어서 Fed가 더 강력히 긴축할 것이란 관측이 강해진 탓입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예상보다 강력한 고용 수치에 단기 금리가 급등했다"라면서 "시장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 인상을 예상할 것이며, 이런 금리 인상은 가을까지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라스무센의 조셉 브루셀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 고용보고서는 7월 75bp 인상의 시급함을 강조한다"라며 "우리는 Fed가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하기 전에 3.25~3.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 수치가 나온 직후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CNBC 인터뷰에서 "경제의 엄청난 계기는 우리가 다음 회의에서 75bp를 인상할 수 있으며, 경제가 장기간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그는 총 18명의 Fed 멤버 가운데 9번째로 75bp 인상을 지지한 사람이 됐습니다. 올해 FOMC 투표권자는 아니지만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다음 회의에서 50bp 또는 75bp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보수적으로 말했지만,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3.5%까지 높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매우 분명해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미 국채 10년물은 오후 3시 30분께 8.5bp 오른 3.087%, 2년물은 8.6bp 상승한 3.107%로 거래됐습니다. 기준금리 움직임을 좇는 2년물은 이번 주에만 30bp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만큼 'Fed가 금리를 못(덜) 올릴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약화한 것입니다. 또 채권 수익률 곡선의 역전 현상은 이어졌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전 9시 30분 0.2~0.7% 수준의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내림 폭을 줄이더니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오후 3시 이후까지도 플러스권에 머물렀지만, 장 막판 매물 출회로 다우는 0.15%, S&P500 지수는 0.08% 하락했습니다. 나스닥만이 0.12% 상승세를 지켰습니다. 사실 전날 밤 골드만삭스는 신규 일자리 24만5000개를 예상하면서도 17만5000~25만 개를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랠리를 유지할 수 있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범위라는 겁니다. 경기 침체 걱정도 없고, Fed의 더 강한 긴축이나 시장 금리 상승(10년물이 다시 3.25% 이상으로 올라가는)을 촉발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는 범위였지요. 그러나 수치는 그보다 훨씬 높았고 이제 이달 말 기준금리 75bp 인상은 기정사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도 뉴욕 증시는 이날 나름대로 잘 버텼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① 경기 침체 우려 감소
6월 신규 고용이 37만2000개나 증가한 것으로 발표된 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 나우는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1.9%에서 -1.2%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여전히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일주일새 -2.1%까지 떨어졌던 게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그만큼 경기 침체 우려는 감소했습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수치는 현재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공상'이라는 우리 견해를 뒷받침한다"라면서 "경기 침체 이야기는 시장에 의해 지나치게 많이 반영됐고, Fed는 여전히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MKM파트너스는 "6개월 동안 27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경제는 침체가 아니다. 침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침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윌밍턴 트러스트는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는 여전히 확장되고 있고 고용 성장은 당분간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윌밍턴은 다만 "이는 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부를 수 있고 이는 경기의 실질적인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면서 "미국과 세계 경제가 향후 9~12개월 동안 경기 침체를 피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위험은 증가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② 고용은 후행 지표
고용 지표는 대표적 후행 지표입니다. 경제의 현실을 뒤늦게 보여준다는 뜻입니다. 파이퍼 샌들러에 따르면 통상 중앙은행의 긴축이 본격화되면 ①주택 경기 냉각→②ISM 신규주문 감소→③기업이익 감소→④고용 감소 등으로 그 영향이 나타납니다. 지금 ②신규주문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고 기업이익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캘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좋은 보고서였다. 3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니 반갑다. 그러나 고용은 후행 경제 지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팬데믹과 막대한 부양책으로 만들어진) 이번 이상한 경기 사이클에서는 지금 최종 수요가 약해지고 있지만 7월까지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수많은 채용 공고가 비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ed는 긴축할 때 경기가 올해 후반부터 둔화할 것이란 걸 인식해야 하며, 그래서 너무 공격적이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경제는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넘어 하락할 것이다. 금리를 많이 올린다면 올해 말 내년 초 즈음에는 진짜 문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고용보고서는 (고용이 후행 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열된 시장이 둔화하기 시작했음을 나타낸다"라며 "우리는 7월 75bp를 올린 뒤 9월에 50bp, 11월과 12월에는 각각 25bp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같은 경로를 예상했습니다. ③ 가계에선 "일자리 31만5000개 감소"
노동부는 고용보고서를 만들 때 두 가지 설문조사를 합니다. 신규 고용 수치를 집계하기 위해 기업(고용주)을 조사하며, 실업률 통계를 내기 위해선 가계조사를 합니다. 6월 신규 고용 37만 2000개 증가는 기업 조사에서 나온 수치입니다. 하지만 가계조사에서는 31만5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날 노동참여율이 62.2%로 전달보다 0.1%포인트 감소한 가운데, 실업률이 3.6%로 유지된 것은 가계조사에서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지만, (어려워진 경제 사정으로) 두 가지 잡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날 수치가 나온 것이란 추정을 내놓고 있습니다. 따져보면 37만2000개란 수치가 그리 강력한 수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들 수치는 6월처럼 큰 편차가 나올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측정값의 평균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④ 인플레이션에 청신호?
민간 비농업 일자리를 가진 모든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보다 10센트(0.3%) 증가한 32.08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전월의 0.4%에서 하락했습니다. 전년 대비로도 5.1% 증가해 전달의 5.3% 증가보다 둔화했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임금 상승이 냉각되고 있는 것과 최근의 원자재 가격 하락은 모두 인플레이션 전망이 Fed가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빨리 개선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재나 스트리터 선임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수치를 보니) Fed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임금 발 나선형 상승 소용돌이를 만들만한 수준은 아니란 말이죠. 다만 아직도 높은 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2%)가 이뤄지려면 임금 상승률이 전년 대비 3.5% 정도까지 하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⑤ 기업 어닝도 괜찮을까?
월가의 한 관계자는 "2분기 기업들의 어닝이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업은 실적이 좋지 않다면 고용을 늘리기 쉽지 않다. 즉 지금까지는 전반적인 어닝이 '나쁘지는 않다'(not bad) 정도로 봐야 할듯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6월에는 여름 임시 일자리를 구하는 수요가 많다"라며 "그런 수요 때문에 신규 고용이 증가한 것이라면 오는 9월, 10월에는 다 없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금리가 치솟으면서 헬스케어 등 경기 방어주들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모더나(2.22%) 르제네론(2.32%) 유나이티드헬스(0.83%)가 올랐고, 펩시코(0.89%) 코스트코(1.33%)도 상승했습니다. 애플(0.47%) 등 빅테크도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이 수치는 Fed의 매파적 성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래서 보고서가 나온 뒤 금리가 더 높게 치솟았다. Fed의 매파 성향 후퇴를 기대하고 상승한 위험 자산에는 좋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최근 3900선 주변에 머물고 있습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는 "현재 컨센서스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2022년 215달러, 2023년 약 235달러로 예상되는데 현재 S&P500 지수가 올해 이익의 18배, 2023년 예상 이익의 16.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대적으로 싼 밸류에이션은 아니며, 그렇다고 특별히 높은 밸류에이션도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고용 지표가 높게 나오자, 다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증시 관심사의 중심으로 돌아왔습니다. 칠턴트러스트의 팀 호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노동 시장이 얼마나 강한지 놀랍다. 이는 Fed가 실업(경기 침체)보다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해준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강력한 고용 수치는 10년물 3% 금리와 3800이 넘는 S&P500 지수의 조합이 경기 침체를 촉발하거나 Fed가 원하는 2%대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불충분하다는 생각을 강조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주 매우 중요한 인플레이션 수치가 나옵니다. 13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CPI)입니다. 5월에 8.6%(전년 대비)까지 치솟아 '인플레이션 정점'을 기대하던 시장에 고인 물을 부었었죠. 월가 컨센서스는 이번 주 초까지는 8.7%였는데, 지금은 8.8%가 됐습니다. 또 전달 대비로도 1.1% 상승해 5월(1.0%)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상향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근원 CPI의 경우 전달 6.0%에서 5.8%로 둔화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5.8%도 Fed 목표(2%)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헤드라인 수치 8.7%, 근원 수치 5.7%로 예상합니다. 중고차, 항공료 물가는 꺾였지만, 유가와 음식료, 주거비, 서비스업 물가 상승세가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6월 고용 지표에서 노동 시장이 강력하다는 것 확인한 만큼 6월 CPI가 높게 나오면 7월에 더욱 매파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가는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 오른 배럴당 104.7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브렌트유도 107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수석 시장 분석가는 "경기 침체 우려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었지만, 러시아의 원유 공급에 대한 위험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이는 지나쳤다"라면서 "원유 수요 전망은 분명히 약화하고 있지만, 공급 상황이 잠재적으로 심각한 혼란에 처할 위험이 있으므로 빡빡한 수급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14일부터는 2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됩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 씨티, 웰스파고 등 금융주가 문을 엽니다. 펩시코, 델타항공 등도 실적을 공개합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많은 이들은 다음주 CPI 발표와 2분기 어닝시즌 시작이 더 큰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주 상승세가 단기적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기업이익에 대한 추정치가 너무 높아서 하향 조정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다만 양호한 명목 GDP 성장률과 여전히 건강한 가계 소득을 고려할 때 확실한 것은 아니다. S&P500 지수가 20% 이상 하락하고 주가수익비율(P/E)이 21배에서 16배로 하락한 것은 이익 하락 위험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한 2분기 매출을 신고했고, 오늘 TSMC도 44% 늘어난 매출을 보고했습니다. IT 제품 판매는 여전히 괜찮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하지만 이날 실적을 공개한 WD-40는 분기 매출이 9% 감소했고 순이익은 15% 줄면서 14.91% 폭락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 불확실한 경제 상황, 달러 강세 탓입니다. 게리 릿지 최고경영자(CEO)는 “불행히도 계속해서 어려운 인플레이션 환경에 직면해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며 단기간에 완화될 조짐이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15일 발표될 미시간대의 7월 소비자 신뢰지수(예비치)도 중요합니다. 특히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예비치에서 3.3%로 발표되어 Fed가 6월 FOMC에서 급히 75bp를 올렸던 계기가 된 수치입니다. 이후 최종 발표에서 3.1%로 하향 수정되었지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